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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lein Dec 22. 2020

지난 기억은 꼭 그리워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육 년 전 하루짜리 여행이 떠올랐다.

먼 곳으로 떠나기로 했다.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설레었다. 그러나 떠나지 못했다. 대신 하루짜리 여행을 가기로 했다. 동이 트기 전 짐이라 할 것도 없 배낭을 메고 기차역에 다. 잠이 덜 깬 역은 새벽 가로등이 뿜어대는 축축한 빛 속에 고요히 묻혀있었다. 내키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이불속으로 들어갈까 생각했다. 그러나 망설임은 기차가 도착하는 신호가 울리기 전까지만 이었다. 플랫폼에 도착하차가 몰고 온 바람 나의 등을 밀었다. 나는 마지못해 떠 밀리듯 기차에 올랐다. 깜깜한 세상을 달리던 기차가 검은 터널을 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건 세상이 푸르스름하게 변하기 시작할 때였다. 날이 밝자 때 묻지 않은 햇살이 쏟아졌다. 새것 같은 싱싱한 햇살 여행을 포기하려 했던 마음을 슬그머니 사라지게 했다. 간사하게도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것이 생각이 들었다. 기차가 터널 안으로 들어가자 검은 창 너머에 나를 바라보는 내가 보였다. 는 나를 바라보는 나에 말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짜 세상의 이치 일지도 모른다고.


군산에 도착하면 어디를 가야 할지 엇을 할지 계획이 없었다. 군산을 검색. 오랫동안 줄을 서야 안으로 들어갈  있는 빵집과 중국음식점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별수 없었다. 발길 닿는 대로 걸을 수밖에.  개의 역을 지나 도착한 군산역은 시내에서 떨어져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남자에게 시내까지 걸어가려 하는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걸어서 간다는 말에 남자는 당황한  보였지만, 걸어갈 것인지 의아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친절히 길을 알려 주었다. 시내까지 걷는 것은 당황하던 남자의 모습만큼 힘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그들처럼 관광객이 되었고, 관광객 없는 평범한 일상이 있는 곳에서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 속에서 낯선 이방인이 되었다. 길을 헤매기도 고 방향을 몰라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라 같은 곳을 다시 가기도 했다. 그러나 당황스럽지 않았다. 목적지를 정해둔 것이 아니었기에 길을 잃을 이유 없었다.


늦은 오후. 좁은 골목 지나 도착한 신호등이 필요 없을 만큼 아담한 사거리에는 음반 가게가 있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싶어 하며 아주  나라에 처음 도착한 사람처럼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가게 안을 두리번거렸다. 촘촘히 꽂혀 있는 LP와 CD 음반은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생각나게 했다. 그곳에서 한동안 시간 여행을 한 후 나왔을  낮게 어둠이 깔려 있었다. 돌아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 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두리번거리는 살랑하고 바람이 불었. 냄새가 . 냄새는 포근한 비누냄새나 세련된 향수 냄새 같은 것이 니었다. 그것은 인위적으로는 만들  없는 타닥거리는 들장이 있는 아궁이 불에 밥이 지어지며 내는 저녁 냄새였다. 집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 다시 새벽으로 돌아가 하루를 여행한 이곳으로 오는 기차를 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없다. 는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흐릿한 가로등 빛이 있는 역으로 돌아왔을 때 내 마음 쓸쓸하기도 하 슬프기도 하고 사랑을 하는  같기도 했다. 그리고 며칠  나는 짧은 글을 썼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듯 하루짜리 여행에 대하여.  


군산.

작지만 깨끗하니
알록달록 이쁘면서
과거를 잘 정돈하여 놓은 도시.

다녀온 지 몇 날이 지났는데
문득문득 생각나는 게
그곳에서의 삶도 궁금한 것이
하루로는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 드네.

나도 몰랐네.

군산이 이리 마음에 남을지는...

- 2014.10.05.



우리는 매일 스친다. 너무도 많이 스쳐 잃어버리고 흘려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그중에는  힘주어 도장을 찍은 것처럼 선명하게 마음에 남아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 내키지 않아 하며 떠난 여행이었지만 나도 모르정이  잔잔히 스치던 감정들과 이름 모를 거리에서 맡았던 냄새, 살갗에 닿았던 차갑지 않은 선선함 같은 것들.  감정이 무어냐 묻는 다면 그날 그곳을 떠나며 느꼈던 것처럼 그것은 사랑 일수 있고 그리움 일수 있고 슬픔일 수도 을 것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했. 지난 기억은  그리워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비록 지금은 그곳으로 떠날 수 없을지라도 세상이 사라지지 않는  아름다웠던 기억은 언젠가는  이루어질 희망이  수도 다는 것을.  희망은 살아갈 힘이 되고 의미가 어 삶을 이어갈  다른 희망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 그리워만 했던   짧은 여행이  마음 어디인가에서 나와, 희망이 되어 버렸다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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