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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lein Apr 08. 2022

작은 우산

작은 우산이 든든했다.

2주 동안 지 않았다.  아프고 코가 아프다 막히다 다. 을 먹어도 좋아지는 건지 아닌지 데면데면다. 확진 인가 싶어  검사를 했지만 매번 음성이었다. 간이 지나도 증상은 라지지 않았다. 아침인데 하루를 보 것처럼 피곤다.


출근할 때마 오늘이 금요일이면 좋겠다 다. 음날이 주말 그렇지만 소풍 당일보다 전날이 더 설레는 것처럼 막상 주말에는 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이 되면 다음 주말을 생각다. 한 주를 시작하 금요일을 기다리고 무료 주말을 보반복하다 보니 사월이 된다. 기적으로는 봄인데 아직 꽃들이 피지 않았다. 월이면 꽃이 얼마나 피어야 하는 걸까? 봄 오기는 하는 걸까? 잘 모르겠다. 


라디오 일기 예보가 나.

"오늘은 작은 우산을 준비하셔야겠습니다."

기상 캐스터가 가 많이 내리지는 않을 것 같다며 작은 우산을 준비하라고 다. '작은 우산'. 접힌 우산 천을 반듯하게 펴 차곡차곡 맞춰 돌돌 말아 천에 달린 끈으로 한 바퀴 돌려 소리나도록 단추를 채우면 매끄럽고 단출하게 우산. 가방에 있다 갑자기 비가 내리면 만의 작은 지붕 는 것.  조그만 지붕 아래 서면 오붓하고 심이 되는 것.


작은 우산. 비가 예보되는 날이면 흔히 나올만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속에 감춰져 있던 감정이 불쑥 솟아올랐다. 감정은 마음에만 꽁꽁 숨겨던 서러움 같은 것이었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모두가 그런 것이니 내색하지 못했던 감정. 어딘가에 기대고 싶지만 모두가 힘드니 차마 표현할 수 없었던. 작은 우산이라는 말이 든든하게 들렸다. 언제 어디서든 비를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작지만 그럼에도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은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 위로의 크기는 상상할 수 없을 크기. 하늘을 보았다. 흐린데 웃음이 났다.


예전의 봄은 겨우내 고대하다 맞는 반가운 봄이었다. 한겨울 추위가 매서울수록 그리는 마음은 컸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봄이다. 누군가 봄이라 하니 봄인 것처럼, 대가 없는 기다림시간 속을 헤매다 마지못해 나타난 봄이다. 내가 진심으로 봄을 그리워한 이 언제였던가? 지난봄들을 떠올려 보았다. 몇 번의 봄기억나지 않았다. 흔적 없이 사라진 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마음은 알고 있을까? 나에게 물어보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생각나지 않았다. 


펜데믹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은둔자가 되었다. 최소한의 몸짓으로 최대의 경계를 하며 사는 세상이다. 별일 없이 보내던 지루하고 권태로운 일상 그리워하며, 코로나, 직장, 집, 일, 만남, 헤어짐, 현재, 미래를 생각하며 존재의 이유를 찾아보지만 마음 둘 곳 없. 그런데 늘 아침 나는 우연히 마음이 든든했다. 오랜만에 웃음 다. '작은 우산'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하늘은 흐렸다. 자동차 뒷자리에 있던 작은 우산을 가방에 넣었다. 단에 있는 개나리 꽃망울머금은  꽃을 피워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분명 오겠지. 비가 내리고 작은 우산을 펴 아늑한 지붕 아래 마음이 든든해지꽃이 피겠지. 그러면 꽃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먼 미래 그리움이 되겠지. 간을 건너뛴 듯 기억 속에서 사라진 봄을 기다리는 아픔을 알기에 오늘을 또렷이 기억하려 애쓰겠지.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편안한 쉼을 동경하며 찌푸린 하늘을 바라보겠지. 그다 어디선가 들려온 작은 우산이라는 말에 든든히 위로받 오늘을 그리워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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