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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lein Jul 28. 2018

서쪽 가는 길에 만난 그녀

그녀는 바다를 좋아했다.

세상이 물 바다였다. 차 물 위를 떠 가는 배처럼 달렸다.  비가 가시기 전에 다시 비로 덮였다. 바리같이 내리는 비속에서도 와이퍼는 작은 부채꼴 모양만큼 선명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와이퍼에 부응하고 싶었다. 나는 온 신경을 다해 운전에 집중했다. 그 순간 와이퍼를 믿어줄 존재는 오직 나뿐이었으니까.

 

그녀는 바다를 좋아했다. 바다를 보기 위해 우리는 차를 몰아 서쪽으로 향하는 길을 달리곤 했다. 그녀는 매번 가는 길이었는데도 우리가 가는 길이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느 마을을 지나 어느 바다로 가는지 알지 못했다. 그날도 우리는 바다로 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모른다고 할 줄 알면서도 이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 물다. 역시 그녀는 모른다고 했다. 나는 우리가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길이어서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다고. 우리가 함께라면 그러면 될 뿐이라고.



 멈출 기미 보이지 않았다. 작은 마을에 들어서자 '중국성'이라고 써진 간판이 보였다. 점심시간 지 식당은 한가했다. 식당 안에는 옷소매를 어깨까지 걷어 올린 남자가 플라스틱 광주리에 담긴 양파를 까고 있었다. 주방에선 중년의 여자가 의자 위에 올라 벽에 달린 선반을 고 있다. 리고 소리 들렸다. 여자의 휴대폰에서 나오는 노래는 끝이 나면 다시 시작됐고 끝이 나면 또다시 시작되었다. 노래가 몇 번째 반복지 알 수 없 즈음 노래가 멈추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리던 벨이 멈추 노래 시작다. 그 뒤 몇 번 더 벨이 울렸지만 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었다. 노래는 늘 그녀 곁에서 맴돌았다. 그녀에게 향하는 전화기 너머에서리던 노래는, 노래가 그녀였고 그녀가 노래다. 노래는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의 마음이 담 노래였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부를 땐 슬픈 노래가 아니었다. 우리는 걱정지도 불안하지도 않았다. 슬픈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식당 안을 가득 채우노래가 반복되는 이유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반복은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외우기 위해 끊임없이 되돌 듣 반복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사라져 버려 되돌릴 수 없지만 좋았고 행복했던 그리움이 묻어 있 멈출 수 없는 반복이었다. 노래를 들으며 녀가 떠올랐다. 그녀와 함께 했던 순간들. 바다를 보기 위해 서쪽 가는 길을 달리던 녀와 나. 노래는 그녀가 좋아했던 노래였다. 늘 그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렸던.



누군가 식당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밖에서 악착같이 내리는 빗소리가 들렸다. 배달 가방을 든 청년이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비를 입고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닫 빗소리가 잠기 다시 노랫소리 다. 양파를 까던 남자 음식 만들 준비를  여자는 여전히 선반을 닦고 있다. 배달을 마친 청년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노래는 계속 반복되었다. 노래를 멈추려고 하는 이 없었다. 그곳에 있는 어느 누구도 싫증 내거나 시끄럽다며 불평하지 않았다. 모두 침묵할 뿐.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는 듯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슴 묻어둔 아픈 기억 하나 갖고 있다는 것을. 그 이유가 사랑이든 다른 무엇이든, 기억이 떠올라 아파할 때 아파하는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침묵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노래가 끊임없이 반복되어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식당을 나와 차를 몰았다. 비 기세가 잦아져 부슬부슬 차창을 적다. 식당 안에 끊임없이 반복되던 그녀가 좋아했던 노래가 계속 귓속에 맴돌았다.

“혼자인 시간이 싫어. 시계를 되돌려 봤죠”

마른 목 사래가 들까 머금 물을 조심스레 삼키듯, 목젖에서만 맴돌던 노래를 천천히 내다. 눈물이 흐를 줄 알았는데 대신 와이퍼가 눈물을 씻겨 주듯 창을 닦아내었다. 깨끗해진 마름모 모양의 차창 밖 세상이 잊고 있던 장면에서 잊지 못할 장면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차를 몰았다. 어디든 함께 있으면 두렵지 않다고 했 그녀와 달리던 길을 따라. ‘툭’ 하 한 순간 흐른 눈물을 숨기려 고개 떨궈 노래가 멈추지 않도록 나직하게. 쪽 가는 길을 따라 조심조심 애쓰고 애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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