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님의 플렉스
작년에는 제가 출근하는 길에 딸을 학교 앞에 내려주었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15~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서 무거운 가방을 들고 걷기에 힘들어 보여 같이 갔지요. 하지만 올해는 제 직장이 바뀌면서 차를 안 가지고 다니다 보니 딸도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했지요.
투덜거리는 딸을 데리고 오늘은 등굣길을 함께
했습니다. 5분쯤 걷더니 지나가는 택시를 보며 한 마디 합니다.
“아빠 나 하고 싶은 게 있어!”
심각한 이야기인가 싶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택시 아저씨한테 내리면서 5만원 지폐를 드리고 ‘잔돈은 됐어요’를 시전 하고 싶네.”
아내가 들으면 큰일 날 소리죠. 대체 딸을 어떻게 키운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잔소리 폭탄이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무턱대고 혼을 내기보다는 방향을 전환해서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에 몇 번쯤 될 거 같아? “
딸은 골똘히 생각하더니 일주일에 한 번쯤이랍니다. 본인 계좌에 들어있는 잔고를 알고 있으니 몇 번이나 가능한지 되물었습니다.
“63번쯤 가능하지 않을까?”
“그럼 몇 주나 가능할 거 같아?”
“1년 하고 11주 남겠네. 중학교 지나면 더 이상 안 되겠구나.”
다시 화제를 돌려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나중에 커서 다른 나라에 살고 싶다고 했지? 그러려면 준비가 필요하단다. 지금의 귀찮음을 돈으로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미래를 위해 모아둔 돈으로 앞으로 나아갈 발판을 만드는 게 좋지 않겠어? “
딸은 심드렁한 표정을 짓더니 한 마디 툭 이야기합니다.
“택시 안탈테니 걱정 마세요.”
마침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버스가 오기에 딸에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하고는 출근을 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공과 같아서 어디로 튈지 모르겠습니다. 섣불리 아이들을 내 뜻대로 움직이려다 다른 방향으로 튀기도 하지요. 아이들의 생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내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는 않네요. 누구나 부모는 처음이라서 힘이든가 봅니다. 자격증도 없고 시험도 없는 부모의 자리이지만 과연 나는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사랑과 애정으로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데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여러 고민이 드네요. 완벽한 부모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 발전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하게 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