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죽느냐, 사느냐'를 묻지 말라.질문에는 어떤 힘이 있을까? _ 질
질문에는 어떤 힘이 있을까?
질문에는 놀라운 힘과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다르게 질문할 필요를 '질문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힘'에서 찾아보았으면 한다. 힘에 사로잡혀 삶을 허비할 수도 있고, 혹은 질문의 힘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도 있다. 어떻게 질문을 활용할 것인가를 묻기 전에 일단 질문에 대해 이해하고 탐구할 네가지 힘 중 우선 '첫번째 힘'부터 탐구해 보자.
심리학 실험으로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을 본 적이 있는가? 이 실험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흰 옷을 입은 여성들은 몇 번을 패스하는가?”
(아직 못 봤다면 동영상을 먼저 보길 권합니다 _ 동영상 링크 : http://me2.do/GQoa0Hi1 )
먼저 흰색 셔츠를 입은 팀 3명과 검은 색 셔츠를 입은 팀 3명 등 총 6명이 동그랗게 모여 서로 농구공을 패스하는 동영상을 보여준다. 실험 참가자는 흰 색 셔츠 팀의 패스 횟수만 세면 된다. 50초 가량 진행되는 이 실험에서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이 등장해 가슴을 두드린 뒤 퇴장한다. 실험 참가자의 90%이상은 농구공의 패스 횟수를 맞춘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실험 참가자의 50%가 고릴라의 등장을 눈치 채지 못한다. 첫 번째 실험이 끝난 이후 실험 참가자에게 중간에 고릴라가 등장했다는 정보를 제공해주고 다시 동영상을 재생하면 실험 참가자들은 당연히 고릴라를 발견한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란 저서를 집필하기도 한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다니엘 사이먼스는 이 실험으로 인간의 주의력과 인지능력에 대해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았다. 우리는 이 실험에서 질문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첫 번째 힘을 발견할 수 있다.
질문은 제약한다. 제약한다는 것은 한계를 짓는다는 뜻이다. 질문에 따라 사고가 제약되고, 답 또한 제약된다. 만약 실험에서 “흰 옷 입은 여성들이 몇 번 패스하는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앞으로 보여드릴 영상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라고 물었다면, 대부분의 참가자가 고릴라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질문은 사고를 제약하고, 관찰하는 우리의 역량을 제약한다.
‘저 사람의 약점은 뭘까?’를 묻는 사람과 ‘저 사람의 강점은 뭘까?’를 묻는 사람 사이의 차이는 크다. 물음은 그 물음의 경계 밖의 정보들을 차단하여 보지 못하게 한다. 질문이 하나의 틀이 된다. 틀 안으로 어떤 정보가 들어오게 할지를 거르는 작용을 한다. 쉽게 말해 질문은 생각을 제약한다. 이러한 질문의 제약하는 특성을 잘 활용하면 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다.
더 좋은 질문을 하자는 것은 제약에 변화를 주자는 것이다. ‘매달 말에는 남는 돈이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문제를 정의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는 다양한 질문을 디자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살펴보자.
‘매달 말에는 남는 돈이 하나도 없습니다.’
(1) 어떻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2) 어떻게 지출을 더 줄일 수 있을까?
(3) 수입에 맞춰 지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 누구와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
질문에 따라 도출되는 아이디어가 너무도 다를 것임을 이미 여러분은 깨달았으리라. 질문 자체가 답을 제약한다. 질문자체가 사고 과정 자체를 제약한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질문에 사로잡혀 있는가이다. ‘더 좋은 문제를 찾아내기 위한 질문은 무엇이고, 우리가 찾아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좋은 질문은 무엇이고, 그러한 질문을 어떻게 찾거나 디자인할 수 있는가’
햄릿의 질문은 햄릿의 삶을 어떻게 제약했을까?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가혹한 화살이 꽂힌 고통을 죽는 듯 참는 것이 장한 것이냐, 아니면 파도처럼 밀려드는 재앙을 두 손으로 막아 물리치는 것이 장한 것이냐? 죽는다. 잠든다. 다만 그뿐 아닌가? 잠들면 모든 것이 끝이 아닌가? 마음과 육체가 받는 온갖 고통이 모두 끝난다. 그렇다면 죽음이야말로 우리가 열렬히 원하는 생의 목표가 아니겠는가! 그래 꿈도 꾸겠지. 아, 이게 문제다."
_ 셰익스피어 [햄릿]
셰익스피어는 햄릿을 통해 진짜 문제를 우리에게 선물해주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 꿈도 꾸겠지. 아, 이게 문제다!"
그렇다. 우리는 꿈을 꾸고 있는 상태이고, 진실로 문제인 것은 아직 꿈에서 깬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꿈에서 깨지 못한채 죽느냐, 사느냐 따위의 문제에 사로잡혀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채 이기느냐, 지느냐 따위의 문제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채 '오늘 뭐하지?' 따위의 문제에 답하고 있는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채 '매출을 늘리리면 뭘 해야 하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채 아이들에게 '너는 커서 뭐가 될려고 그러니?'하고 묻고 있는 것이다.
만약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다른 질문을 품을 수 있다면?
'묻느냐 혹은 묻지 않느냐'는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잠들어 있다면 그 물음에 답하는 과정 역시 잠들어 행하는 몽유병의 증상일 뿐이다. 너무나 자주 잊어버리지만 우리는 질문을 선택할 수 있다. '만약'이라는 말은 우리를 또 다른 가능성의 세계로 인도하는 신비한 언어이다. '만약 여러분이 햄릿이었다면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 '만약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다른 질문을 품을 수 있다면 또 어떤 질문이 가능할까?'
햄릿이 만약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일까?'라고 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햄릿이 만약 '죽는 것은 필연이다. 그렇다면 죽기 전까지 나의 삶을 누구를 위해 불사를 것인가?'를 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질문은 마법과 같다. 강력한 삶의 기술이며 영혼을 인도하는 나침반이다. 일단 당신이 묻기 시작하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작동하기 시작한다. 무작정 다른 사람이 선물해 준 질문에 답하기 전에 깨어나 질문을 검토해보고 선택해보면 어떨까?
이 질문이 당신이 답할 만큼 가치있는 질문이 될 것인가?
사느냐, 죽느냐를 묻는다면, 이 질문은 당신에게 삶 또는 죽음만을 선물할 것이다. 이익이냐, 손해냐를 묻는다면 당신은 이익 혹은 손해만을 얻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 무엇을 묻는가? 왜 묻는가? 답하기 어렵더라도 잠시 멈추어 질문에 질문을 던져보자. 이것이야말로 '질문술사'라면 한번쯤 진지하게 탐구할 가치가 있는 물음이 아닐까?
세상이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에 곧바로 답하려 하지 말고, 세상과 함께 품을 질문이 무엇일지 조금은 신중하게 선택해본다면 어떨까?
질문의 두번째 힘은 ‘특정 질문은 우리의 경험을 특정한 방향으로 강화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경험이든, 부정적인 경험이든 우리가 묻기 시작하는 순간 강화되기 시작한다. 질문수업을 시작하며, 요즘 어떤 질문을 하면서 지내는지 물으면 가장 많은 빈도로 나온 질문은 다음과 같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첫번째 질문은 여성그룹에서 가장 많이 나오며, 두번째 질문은 남성그룹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질문이다. 그런데 질문은 질문하는 순간, 어떤 경험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그 질문 뒤에 숨어 있는 전제와 가정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질문 속에 숨어 있는 전제와 가정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면, 이 질문의 전제인 ‘나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지 않다.’는 가정을 수용하게 한다. 그래서 오히려 질문하는 순간, 자신의 불행한 현실을 더 깊게 체험하게 한다. “왜 나의 삶은 이토록 행복하지?”라고 묻는 사람은 현재의 삶 속에서 행복한 이유에 대해 집중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더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역시 ‘충분히 풍요롭지 못한 현실’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내 삶의 풍요로움이 더욱 커지고, 다른 이들과 나눌 수 밖에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품은 사람과는 실제 자산규모와 상관없이 다른 체험을 하게된다.
사람들은 질문 받고, 탐색되며 연구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_ 데이비드 쿠퍼라이더 [APPRECIATIVE INQUIRY]
인생이 늘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 해결해야 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모두 무시한 채 긍정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라는 제안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긍정적인 것에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을 통해서, 우리가 더 원하는 것에 다가설 수 있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긍정탐구 : 어떻게 해서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어?
방법탐구 : 더 잘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긍정적인 질문은 좋은 상황을 계속 이어지게 만든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어?”라고 묻는 부모는 자녀의 자긍심과 자기존중감을 선물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영어 점수는 좋다만, 수학은 어떻게 할래?”라는 질문은 방법을 탐구하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쓸데없이 자학하게 만든다.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긍정적인 상태에 이를 필요가 있다.
매일 당신이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은 당신 자신을 어떤 상태로 이끄는가?
매일 당신이 타인에게 하는 질문은 타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무엇을 강화하고 싶은가? 긍정적인 삶의 면모를 탐구하게 만드는 질문은 우리 삶의 긍정성을 더욱 강화시킬 단초들을 발견하게 해 줄 것이다. 아직 우리는 우리가 왜 사랑받아 마땅한지 충분히 묻지 않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의 삶에서 긍정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충분히 머물러 답할 '종이와 시간'을 자기 자신에게 선물하길 권한다.
2015. 10. 24.
질문디자인연구소 www.QDLab.co.kr
1. 보이지 않는 고릴라 _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바꾸는 비밀의 실체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 김명철 옮김
2. 삶을 바꾸는 기적의 질문 _ 일상에서 살아 움직이는 Appriciative Inquiry의 원리
Jacqueline Bascobert Kelm 지음 / 엄명용 옮김
덧붙이는 글 #1
제 첫번째 최우선 과제는 앞으로 6개월 이내에 '다르게 질문하기'를 출간하는 것입니다. 하루 하루 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부족한 글이나마 끄적여보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함께 읽고 글을 공유해주시는 분이 있어, 더욱 이 일에 몰입하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2
- 질문술사 박영준 코치는 변혁적 리더들을 코칭하고, 학습과 성장,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퍼실리테이터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하는 일, 그리고 앞으로 하는 일의 본질이 질문에 있음을 발견하고, 함께 탐구할 더 좋은 질문을 디자인하고 나누는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 브런치 매거진 [박코치의 질문노트]는 박코치의 질문노트입니다. 코칭과 퍼실리테이션, 그리고 공부하며 기록 한 질문 중 함께 공유하고 싶은 질문들을 나누는 장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 같이 연재하고 있는 [다르게 질문하라]는 머리-가슴-손발을 연결하는 통합적 질문하기를 안내하기 위해 쓰고 있는 글입니다. 그에 비해 [박코치의 질문노트]는 실제 제 개인 노트에 끄적인 질문 중에서 생각나는대로 끄적여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