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하는 질문'을 디자인하기 (1)
사람들은 질문 받고, 탐색되며 연구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우리가 하는 질문은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우리가 하는 질문들은 우리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 구성원 사이에서 어떤 토론을 할 것인가, 관계 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_ 다이아나 휘트니 외 [행복한 가족을 위한 대화] 중에서..
질문디자인연구소의 사명은 ‘더 좋은 [ ]’질문을 디자인하기’이다. 어떤 질문이 더 좋은 질문일까? 답을 찾기 어려울 땐 반대로 접근하면 유용한 통찰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이 나쁜 질문일까?’
모든 질문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질문을 가장한 유도심문, 강요, 심판의 덫을 놓는 사람을 조심하라. 모든 질문에 답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좋은 질문에 답하기에도 인생은 짧다. 긍정적인 영향을 이끌어내는 질문들을 잠시 더 살펴보자.
위의 두 가지 질문 패턴 간에 존재하는 차이점은 무엇인가? 모든 질문은 맥락을 갖는다. 질문을 하기 전에 질문하는 사람은 의도를 가지며, 질문을 통해 대화하는 가운데 영향을 발생된다.
통하는 질문에는 여러 특징들이 있다. 대표적인 세가지 특징들을 먼저 살펴보자. 누구나 알고 있지만, 또 실제 질문할 때는 간과되기 쉽다.
1) 통하는 질문은 ‘긍정적’이다.
질문의 의도만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 질문을 통해 일어나는 영향까지 긍정적이어야 한다. ‘긍정 중심의 질문’의 반대편에는 문제 중심의 질문이 놓여있다.
[문제 중심의 질문]
- 넌 왜 그렇게 자주 화를 참지 못하니?
- 내가 그렇게 도와주었는데도 제대로 못하니?
- 어떻게 하다가 일을 그렇게 망쳐놨니?
- 네가 그 일을 해도 된다고 누가 그랬니?
문제 중심의 질문을 받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어떤 느낌이 올라오는가? 누구도 상대로부터 이런식의 질문을 받길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를 개선할 의도 자체가 긍정적이라 할지라도, 질문 자체가 문제에 초점을 두게되면 질문 받는 상대에게 추궁받는, 평가받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질문’이라는 말만 떠올려도 위축되고 피하고 싶게 된다.
[긍정 중심의 질문]
- 어떤 일을 좋아하나요?
- 당신이 특별히 자신있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 당신의 강점은 뭔가요?
- 어떻게 그런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나요?
- 만약 그 일이 의도한 바대로 잘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긍정적인 것에 초점을 둔 질문들은 답하려는 이들에게 안전한 느낌을 제공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긍정적인 경험과 기억을 떠올리게 되면 우리 내면의 정서 상태는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전환된다. 에너지는 관심에 따라 흐른다. 긍정적인 상태라야 우리는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
2) 통하는 질문은 ‘개방적’이다.
개방적 질문이란 상대의 경험과 의견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열린 질문을 의미한다. “공부 잘하고 싶지?”라고 하는 질문에는 “네” 혹은 “아니오”라고 하는 답변만 허용된다. 답할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하다. 이런 질문으로는 의미있는 대화가 촉진되지 않는다. “어떤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게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니?”와 같은 열린 질문은 자연스럽게 상대의 속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게 한다. 답할 공간이 충분히 열려 있어야 우리 안의 경험들이 세상 밖으로 표현될 수 있다.
한 부모님이 아이에게 묻는다. “오늘 학교에서 어땠니?” 그러면 아이들은 “좋았어요”라고 대답한다. 부모가 다시 “그래, 오늘 뭘 했니?”라고 물으면, 아이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부모는 “오늘 7교시를 했는데 아무것도 안했다고?”라고 반문한다. 내가 이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박장대소하고 웃는다.
나와 남편이 만들어낸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좋고 더 좋은 항아리”이다. 즉 매일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우리는 “오늘 하루가 좋은 날이었니 아니면 더 좋은 날이였니?”(이것은 의도적 긍정 질문임)라고 물은 다음, 아이들에게 그들이 좋은 날 또는 더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자세하게 이야기하게 한다. 가끔 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적어서 “좋고 더 좋은 항아리”안에 넣어둔다. 실제로 좋지 않는 날을 보낸 경우라 하더라도 아이들이 자신이 보낸 하루를 재구성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날은 좋은 날로 기억된다는 것을 나는 알게되었다.
_ 재키 스트라보스의 이야기
[행복한 가족을 위한 대화] 중에서..
3) 통하는 질문은 “통합적”이다.
많은 질문들이 이성적이 사유, 즉 생각만을 묻는다. 인간에겐 이성 뿐만 아니라 감성과 의지 모두를 가지고 있다. 이성과 감성과 의지는 인간의 중요한 삼중 구조다.
의지는 경험을 창조하고 실현한다. “무엇을 성취했나?”,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언제 시작하고 싶은가?”를 묻는 질문들은 ‘의지’와 통한다.
감성은 그 경험들을 다시금 음미한다. ‘해보니 어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 '현재 상황이나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니?’. 감정을 이해하도록 돕는 질문은 공감을 촉진한다.
이성은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다시금 미래를 새롭게 창조하는 결정들을 내린다. 어떤 사람들은 경험한 객관적 사실들이 중요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내면의 느낌이 중요하다. 통하는 질문은 생각과 느낌, 그리고 실제 일어난 일 모두에 대한 통합적(Integral) 관심을 기반으로 한다.
긍정적이고, 개방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하는 질문이라야 통한다.
Q1 : 통하는 질문은 질문하는 사람에게 어떤 유익을 줄 수 있을까?
Q2 : 통하는 질문은 대답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유익을 줄까?
Q3 : 통하는 질문은 우리(나-너)에게 어떤 유익을 주게될까?
좋은 질문을 통해 상대를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관심을 바탕으로, 질문을 통해 공감과 이해에 이르고, 상대와 상대방의 세계에 대한 깊은 배움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좋은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보려는 상대방은 좋은 질문을 통해 관점이 전환되고, 중요한 것들을 다시금 깨달으며 자각의 수준이 높아지며, 긍정적인 정서상태에 이르게된다. 높은 수준의 자각과 긍정적 정서는 효과적인 행동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한다.
모든 진실한 삶은 만남에 있다. 진실로 나는 너와 만남으로서 비로소 진정한 내가 된다. 너와 내가 만나는 것은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은총의 덕택이다. 지식의 파편을 아무리 쌓아 올려도 너의 비밀의 밀실을 들여다 볼 수 없다. 탐구하기만 해선 너와 만날 수 없고, 관계의 장에서라야 비로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_ 마르틴 부버 [나와 너]
나(I)와 통하고, 너(You)와 통하고, 그것(It)과 통하고, 우리(We)와 통하는 질문. 통하기 위해서는 '통하는 질문'을 품고 만나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누구와 통하고 싶은가? 혹은 무엇과 통하고 싶은가를 먼저 답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과 통하는 질문을 디자인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모든 사람의 모든 요구를 만족시키려는 비즈니스는 망하는 지름길이다.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려는 책이 그러한 것처럼. 질문도 일단 단 한사람이라도 제대로 통할 수 있어야 한다.
Question Art
질문 노트를 꺼내 끄적거려보자.
Q1 : 누구와 통하고 싶은가?
Q2 : 그와 나 사이에 필요한 질문은 무엇인가?
Q3 : 위 질문을 가지고 만난다면 그와 내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2015. 12. 13
질문술사 일원
질문디자인연구소 www.QDLab.co.kr
Ps. 다르게 질문하라 다음 글 예고 :
- 통하는 질문을 디자인하기 (2) : 단 한 사람을 위한 질문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