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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애진 Jan 06. 2024

2024년 나아가야 할 방향: 고대의 회복

무(巫)를 통한 망(网)화

돌이켜보니 올해 내 관심사의 키워드는 ‘고대’와 ‘경계’였다. 경계 위에서 통합을 꿈꾸며 고대에서 방법을 찾았다. 미래를 고민하는데 역설적으로 자꾸만 고대를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겨울이 시작될 무렵, 자연스레 '고대의 회복'이라는 방향성이 더욱 선명해졌다. 의식은 무(巫), 제도는 망(网)이다.


1. 무(巫): 무교, 마고, 마녀

| 무교 - 굿의 일상화

무교의 본질은 지극한 사랑이다. 지리산 정치학교에 참여하던 중, 소속된 당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아니 없어요. 무(無)당이에요."하고 답하는 순간, 어? 무(巫).. 당..?!! 질문한 분도 나도 동시에 까르르르 웃고 말았다. 앞으로 나는 무당이다. 무당(巫堂) 말고 무당(巫黨)! 우스갯소리 마냥 말했지만, 아시아 전반의 무속신앙을 더 탐구해보고 싶다.

"무속칼럼니스트 조성제에 따르면 무교의 근본은 한마디로 ‘생생지생(生生之生)’이다. 우주에 있는 모든 사물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다. 만물을 이해해 보려는 마음이자 물질들의 조화를 꾀하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굿에서는 그 누구도 대상화되지 않는다. 예컨대 “개를 보호하자”가 아니라 “내가 개다”라고 외치는 마음이다. "
- [커뮤니티3.0] 굿(Good) 페스티벌 중


| 마고 - 태초의 원형성

지리산에서 마고할미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듣던 지인이 말했다. "과연 마고가 할머니의 모습이었을까요?" 그도 그럴 것이 현대 여성이 상실한 과거의 본성은 마고로부터 찾을 수 있다. 실제 <산해경>의 서왕모는 "사람을 닮았지만 표범의 꼬리와 호랑이 이빨"을 가진 반인반수 존재다. 가부장사회에 진입하면서 여성들은 종속적이고 소극적인 존재로 변하게 된 것이다.

"<부도지>에 따르면 “마고는 자연의 소리(音)에 따라 악기를 만들어 소리로써 다스렸다. 이에 따라 성 안의 사람들은 음악의 소리에 따라 조화롭고 자연스럽게 다스려졌다. 즉 율려(律呂)에 따라 다스려지던 '율려시대'였던 것이다.” 다양한 만물의 소리를 조화로운 상태로 조율한다. 거기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운 변화를 자아낸다. 마고는 태초의 巫(무)인 셈이다."   
- [커뮤니티3.0] 바다괴물과 마고할미 중


| 마녀 - 마녀력은 재생력

실비아 페데리치는 <캘리번과 마녀>에서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을 통해 체계적으로 여성을 배제한 새로운 가부장적 질서가 구축되었다고 말한다. (고려 후기 불교부터 조선의 유학, 일제강점기, 근대 새마을운동까지 진행된 무교에 대한 탄압은 한국 가부장제의 마녀사냥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디지털 혁명은 커먼즈의 부활을 의미한다. 상호 호혜적인 협력과 분산 자본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통망은 도로망에서 인터넷망으로 바뀌었다. 실시간 장부 파악을 가능케 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커먼즈를 더욱 촉진한다. 소비 대신 소통이 중시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본가 아니라 구성적 참여자인 ‘커머너’(commoner)다. ‘사적 소유 기반 경제’에서 ‘기여 기반 경제’로의 이행이다."  
- [커뮤니티3.0] 커먼즈와 지구 거버넌스 중



2. 망(网): WWW x WWW, Weaving

| WWW(World Wide Web) X WWW(Wood Wide Web)

양끝도 아닌 중간에서 균형을 찾고자 했으나, 중간도 아니었다.  필요한 것은 포월적 돌파다. 돌파의 목적은 세계의 일원화가 아닌 세계의 패치화다. 단일세계가 아닌 다중세계를 위한 열린 배치다. 인류학자 애나 칭은 다종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알아차리기의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의 깊은 관찰과 창조적인 경청은 상대방의 주체성을 되살리기 때문이다. 연구 대신 역사, 분석 대신 서술, 분류 대신 탐색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관찰하고 기술하자. 자기 기술은 곧 집단 기술이다.


| Weaving - 다오적 조직 실험

새해를 맞이해 "버섯인간이 되겠다"라고 선포했다. 버섯은 수많은 포자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형 몸체를 지녔다. 나는 세계 패치의 일부이자 나 조차도 패치들의 얽힘이다. 스스로 균사체로서 개체들을 연결해 망을 만들자. 올해의 발견들과 배움들을 내년에는 엮어나가 보자.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화하는 실험을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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