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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애진 Jan 01. 2019

01. 팜프라를 하게 된 이유

[2018년 연말정리] 좋아해서, 그리고 필요해서

1.1. 좋아해서: 농촌, 사람, 이야기 

1.2. 필요해서: 대안, 도시 



며칠 전 불쑥 “팜프라 왜 해?”라는 질문을 받았다. 잠시간의 침묵 끝에 “대안 제시를 위한 최적의 방법과 최적의 서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일주일 전 군청에서 “지방 소멸, 획일화된 삶의 모습, 수도권 집중화, 극심한 경쟁 등. 현재 한국 사회가 마주한 문제들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미디어를 꿈꾸고 있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었다.  


복잡하게 말할 것 없이 "좋아하고, 필요해서"였다. 

좋아하는 것이 나의 일상과 분리된 채 떨어져 있었고, 

좋아하는 것이 나 외의 다른 이에게도 필요하다고 여겼다. 


"단순히 말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일. 지금껏 느꼈던 자기모순과 괴리감을 고민하던 차에 알맞은 제안이었다.”( 2017년 9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던 작년 가을에 적었던 문장이었다.  



1.1. 좋아해서: 농촌, 사람, 이야기 

무겁고 거창한 단어 이전에, 애초의 목적은 이 한 문장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내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만들어 전달하고 싶다." 


좋아하는 것은, 도시와 농촌, 둘 다. 

농촌의 근원성과 관계성을 좋아한다. 

도시의 접근성과 익명성을 좋아한다.   

농촌의 근원은 원시 기술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원시 회귀 주의로서의 농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대안으로서의 농촌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로서의 농촌은 ‘농촌의 도시화’ 와도 전혀 다르다. 

도시를 버리자는 게 아니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야기 하기 가장 좋은 소재를 찾아왔다. 장소도 중요했지만 사람이 우선이었다. 함께 하는 동료이자 서사의 일부가 될 사람. 가벼운 제안에도 끌렸던 것은 지황이 내가 갖지 못한, 그리고 앞으로도 영영 가질 수 없는 서사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각자가 가진 서사들을 한 데 묶어내면 어떤 내용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 타당하면서도 재미있는 서사가 만들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 예감이 진주에 오게 한 8할이었다. 



1.2. 필요해서: 대안, 도시 

하지만 ‘대안'은 참으로 거창한 단어였다. 그래서 차마 위의 두 번의 답변 중 어디에서도 ‘대안이 대체 어떤 것인가'에 관한 설명은 덧붙이지 못했다. 


단순히 기존의 것을 거부하고, 무조건적으로 반대로 향하는 것이 대안은 아니었다. 유의미한 대안을 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 가지 과정이 필요했다. (1) 현재 사회를 '다각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2) 사회 속 '문제'를 명확히 읽어낼 줄 알아야 하며, (3) 그 문제의 '원인'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그 후에 나오는 것이 바로 대안, 즉 (4)'타당한 해결책'을 만들어 제시하는 일이다. 이 네 단계의 과정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현실과 괴리된 이름만 대안인 대안이 탄생하거나, 오히려 대안이라는 것에 반감만 커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래서 대안을 말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대안은 별것이 아니기도 했다. 대안은 ‘보기’가 아니라 ‘선택지’였다. 대표성을 띠는 하나의 보기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선택지를 더하여 선택권을 넓히는 일이었다. 선택권이 넓어진 것 자체가 대안이었다.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삶의 모습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오히려 보다 더 잘 살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이 말이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진주에 내려왔다. 



도시 위주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미래를 농촌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

각자의 독특한 서사를 가지고 진주로 내려온 사람들과 동료라는 이름으로

도시의 장점과 농촌의 장점이 더해진 공간을 만들어 가면서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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