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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애진 Oct 16. 2021

7월 | 안일해지는 나를 발견했고 두려워졌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는 별로 애사심이 없어

같이 일할 사람이 없다. 아이데이션을 하면 함께 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혼자 계속 디깅이다.. 회사에 대한 애정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벌써 네 달이 넘었는데 그동안 내가 뭐했나.. 이게 내가 기다린다고 뭐가 될 건가.. 대체 언제까지 준비만 하고 있어야 하나 오히려 이제는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고 더 둔해져 가는 것 같다. 오늘 처음으로 볼멘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아.. 지루해.. 짜증 난다.” 나는 실행력이 강한 사람인데 실행을 못하고 있으니.. 그러나, 준비와 실행에도 알맞은 시기와 타이밍이 있다.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실행을 하지 않는 순간마저 사실 실행의 일부임을. 모든 순간이 배움의 과정이다. 누군가가 열심히 나서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잠시 멈춰서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이 또한 전술이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손이 다 묶여있다.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이런 심정을 상사에게 솔직하게 말했다."이력을 생각하면 뭔가 아웃풋을 내놓고 나가야 하는데.. 그 가능성이 없다면 빨리 떠나는 게 좋으니까요.”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었다. '내가 왜 여기에서 일하지. 내 커리어는 어떤 방향을 향해 가는 거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외 론칭을 경험해보는 것이 좋을 텐데. 거기까지 언제쯤 갈 수 있을까.' 조직 내에서는 함께 하지 않는 이상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열심히 헤엄치기 위해 물에 들어갔던 오리 새끼였는데 계속 바뀌는 목적지를 향해 우왕좌왕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헤엄치기를 포기하고 그저 물에 둥둥 떠있는 통나무가 되어 가고 있었다. 무엇 하나 결과를 내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무의미함, 이 상황을 그저 따를 수밖에 없는 데에서 오는 무력감,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공허감이 따라왔다. 



안일해지는 나를 발견했고 두려워졌다. 

사실 마음이 지칠 뿐 몸이 피곤하지는 않았다. 깜짝 놀랐던 첫날. 나는 퇴근 후 집에 오면 마케팅 관련 강의와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회사에 사수가 없다면 랜선 사수를 들이겠노라고 결심했다. 하지만 실행 없는 배움은 지속되기 어려웠다.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가시화된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가 절실했다. 매번 집에 오면 뭐라도 하려고 애썼다. 실제적인 감각과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필요했다. 9시가 다 되어가는 데도 냉장고를 뒤적여  양파를 꺼내고 두부를 썰어 요리를 했다. 인스타 계정을 여럿 만들고 간단한 게시글이라도 적어 올렸다. 


분명 일상은 더 행복해졌다. 이 사실에는 의심할바가 없었다. 지난 10년간 나만의 시선을 갖추기 위해 달려온 탓에 나만의 공간을 갖추는 일은 무시되기 십상이었다. 가꾸지 못한 집은 잠만 자는 공간으로 여겨진 탓에 더 밖을 떠돌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집을 꾸미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서 일상의 지지대로서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안정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일은 일상과 반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다. '회사는 자아실현을 하는 곳이 아니다.' 그게 직원이 월급을 받는 이유다. 종종 덕업 일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지만 수많은 대다수의 회사원들은 나와 같을 것이라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달의 findings  

1. 때로는 잠시 멈춰 서서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도 전술이다.   
2. 상사가 나에게 묻기 전에 알릴 것. cc는 기본이다.   
3. 네일을 네일이 아니라 '상품'으로 바라봐야 한다.  
4. 보스로서 중요한 것은 decision making  
5. 좋은 마케터, 기획자는 브리프를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준다.   
6. 어차피 모든 일을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7. 결국 '데이터를 무기 삼은 브랜딩'  
8. EQ도 업무 능력이다. 자아 성찰의 중요성.   
9. 체계가 없으면 커뮤니케이션도 되지 않는다.   
10. 빈도가 없는 강도는 한순간 유행으로 지나가 버린다.  
11. 창업자의 생각이 회사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며 아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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