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 책상을 샀다.
내가 사는 집에는 2인용 식탁 하나와 4인용 좌식 테이블이 있다. 집에 누군가를 들이지 않았을 때는 아무 무리 없이 사용하고 있는 환경이었고 그 환경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었다. 문제는 2020년 올해 두 사람을 만나면서부터 그 환경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20대와 40대를 살아가고 있는 두 분은 나에게 참 귀한 분들인데, 평일 저녁에만 아주 가끔 들리다가 이제는 주말까지 함께 하게 되었다. 거기에 30대 한 명이 더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분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온다. 그렇게 작디작은 '나'의 집에 4명이 자주 모이게 되었다.
그 4명은 좌식 테이블에 앉아 술도 마시고 요리도 해먹고 책도 읽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한다. 그들은 나이대가 다 다르지만 하나같이 허리가, 목이, 무릎이 좋지 않은 분들이라 오래 앉아있는 걸 힘들어하는 분들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이 짠-해지는 게, 나에게 4인용 식탁을 사기로 마음먹게 해주었다.
처음에 간이용 테이블을 생각하고 열심히 검색하며 접을 수 있는 캠핑용 테이블을 구매하기로 했었다. 그분들도 좋다고 했다. 그래서 리퍼브 매장을 가려고 했던 어느 날, 그 무리 중 한 명인 죤과 가구배치를 다시 하게 되었다. 그러다 한 공간을 만들어냈고 그 공간에 책상을 두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책상을 하나 사기로 했다. 내가 가진 식탁은 대리석 재질이라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기에는 내 손을 너무 차갑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덥석덥석 충동구매의 연속이었지만 책상을 들여놓기로 한 공간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에 재빨리 진행을 했다.
살만한 책상을 검색하고 사이즈도 재보고 고심 끝에 구매한 책상이 일요일 오전에 집에 왔고 열심히 조립했다. 완성 후 내가 책상을 놓기 원했던 공간에 책상을 딱 세웠는데!! 침대와 책상이 가득 차서 의자를 놓을 공간이 부족했다. 맙소사. 사이즈를 결코 잘못 잰 게 아니었는데, 결국은 사이즈 미스.
임시로 책상의 위치는 거실 겸 내 방인 침대가 있는 공간 한가운데로 정해졌는데, 마침 그날 우리 집에 자주 모이는 4인이 다 모여서 그 책상에 앉게 되었다. 의자가 하나 부족해서 나는 서있었다 바닥에 앉았다 서있는 김에 운동도 했다가 요란스럽게 움직였지만 3명이 그 책상에 앉아서 얘기를 하는 풍경을 보니 꽤나 그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의자를 하나 사기로 마음먹었고, 2인용 대리석 식탁을 팔기로 마음먹었다.
요란스러운 요즘.
집에 누군가가 찾아오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지난 날들과는 다르게 사람을 한명, 두명씩 들이다보니 우리집은 따뜻한 사람의 온기와 웃음소리로 풍족하게 변하고 있다. 진지한 고민도, 사회이슈에 대한 토론도, 즐거운 영화시청까지. 집 안에서 누군가와 함께 웃고 울고 떠들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따뜻한 일인지 몰랐다. 그렇게 '나'의 집이 아니라 '우리'집이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