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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요가생활 Sep 30. 2019

일상 요가 생활 - 아사나

느닷없이 아사나


소파에 다리를 기대고 바닥에 누워 책을 보다,
느닷없이 세투 반다 아사나.
요가인의 일상이란.


 그것은 책을 보다가 글을 쓰다나 차를 마시다가 음악을 듣다가 침대나 소파에 누워있다가 인터넷을 하다가 청소를 하다가 양치를 하다가 요리를 하다가 산책을 하다가, 그렇게 요가와는 아무 상관없는 듯한 일상을 지내다가 느닷없이 시작된다.

 한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누워서 골반을 들거나, 다리를 찢거나, 팔을 들고 옆구리를 늘리거나, 상체를 앞으로 숙이거나 또는 뒤로 넘기거나, 거꾸로 서거나, 몸을 비틀거나, 손으로 바닥을 짚고 양 팔로 버티거나 그 어떠한 것이 시작될지는 알 수 없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이 행위들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일상에서 우리는 중력의 힘에 이끌려 자꾸만 바닥으로 끌어져 내려간다. 상체는 둥글게 말리고 척추는 아래로 눌리고, 제 힘으로 서지 않고 자꾸만 기대고 싶어 진다. 움직임은 줄어들고 몸에 익은 자세로 계속해서 돌아간다. 그동안 어깨와 골반이 굳고 허리와 등과 목이 뻣뻣해진다. 평소 몸을 움직이던 사람들은 일상의 순간순간에서도 이런 불편한 감각들이 몸에 쌓이는 것을 빠르게 눈치챌 수 있다. 몸이 뻐근하고 근질근질하니 전신 스트레칭 삼아 기분 전환하듯 몸을 한 번 순환시켜주는 것이다. 잠깐의 움직임으로도 쌓인 독소들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뿐일까? 나는 왜 책을 읽다 난데없이 골반을 천장으로 쳐들고 호흡을 고르며 버텨보고 있었던 것일까?

 하루는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 거실에 앉아 남편과 수다를 떨다 갑자기 핀차 마유라 아사나 연습을 시작했다. 아래팔을 바닥에 단단히 지지하고 복부를 조이고 다리 한쪽을 천장 쪽으로 번쩍 들어 올리고 조심스럽게 나머지 발 끝을 바닥에서 띄웠다. 그리고는 쿠당탕탕. 날래게 등을 둥글게 말며 구르기로 넘어가긴 했으나 까딱 잘못했다가는 조용히 잠들어있던 텔레비전을 발로 뻥 차서 산산조각을 낼 뻔했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남편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밤 11시가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그 날은 오전에 아쉬탕가 수련(힘듦)을 했고 수업에선 아르다 찬드라 아사나(상체를 숙이고 같은 쪽 팔과 다리를 하늘로 들어 균형을 잡는 동작) 연습을 같이 했다. 수련과 수업에서 끌어올려진 에너지가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바닥을 보니 그저 거꾸로 서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오늘은 하면 될 것 같았다. 아사나에 대한 집착이 층간소음으로 마무리될 뻔한 사건이었다.

 어깨와 가슴을 활짝 열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 호흡이 가슴을 가득 채우며 잠들어 있던 에너지를 깨워내고 몸과 마음을 확장시켜 세상과 더 맞닿아 있는 듯한 기분을 일으킨다. 몸을 비틀어내며 몸과 마음속에 남아있던 독소들을 짜내고 싶은 날도 있고, 가만히 엎드려 등으로 호흡을 느끼고 가라앉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날도 있다. 도전적인 자세들로 내 안에 있는 에너지를 발산시켜보는 날도 있다. 어떤 아사나들은 그 날 마음의 상태를 대변하거나 전환시킨다.

 이런저런 실용적인 이유와 그렇지 않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자꾸만 온갖 상황에서 아사나를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은 스스로가 일상에서 언제나 요가를 하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 때문인 듯하다.
 요가 경전에서 말하는 야마(금하는 것), 니야마(권유되는 것)가 생활 속에서 기본으로 이루어지고 아사나(자세)와 프라나 야마(호흡)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사실 잘해 나가고 있다는 자신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아사나로 내가 요가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시키고 싶어 한다.
 일상에서 아사나를 잠깐씩이라도 수행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사나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재미로 즐기기 위한 요가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요가를 답답하고 부담스러운 것으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요가의 정신적인 측면 또한 좋아하고(요가 철학의 모든 부분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요가를 일상으로 일상을 요가로 만들어 나가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 요가 생활이라는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고 했고 그 일환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요가적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찾아가기 위해서.

 앞으로도 불쑥불쑥 아사나들을 연습할 것이다. 그 속에서 잠시 요가적 일상에 대해 생각하고 지금 하고 있던 활동을 잠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쨌든 아사나는 즐거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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