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으로 풀어보는 경영
대표의 덕목은
사칙연산 속에 다 담아낼 수 있는 것 같다.
잘 더하고 / 잘 빼고 / 잘 곱하고 / 잘 나눠야 한다.
더하는 것은 오로지 조직 내부로 향해야 한다. 외부적 요인들을 한땀 한땀 더하려 하면 (예컨대 매출을 한땀 한땀 노동집약적으로 더하면) 성장의 한계에 봉착하고, 인재 이탈로 이어진다. 조직에 더해야 할 것은 오로지 조직의 핵심역량과 관련된 요소들에 한정해야 한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팀인지, 그걸 위해 어떤 인재들이 필요한지, 그 인재들은 어떤 스킬셋을 탑재해야 하는지, 그런 인재가 유입, 성장, 내부 멘토링 등을 통한 확대재생산되기 위한 문화적 요소는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은 하나씩 더해지기 너무 오래 걸리고 힘들다.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곱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무언가와 곱해지는 밑천이 되기 때문이다.
빼는 것도 조직 내부로 향해야 한다. 무엇을 안 할 것인지, 무엇은 못해도 되는지, 어떤 사람을 내보내야 하는지, 어떤 고객을 디마케팅할것인지, 어떤 사업 분야를 덜어낼 것인지, 어떤 불필요한 지출들을 줄일 것인지, 어떤 해로운 문화를 소거할 것인지 따위에 해당한다.
더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빼기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규모로 빼 내지 않으면 조직은 건강함을 잃고, 방향성을 잃는다. 빼내지 못한 잡무나 해로운 문화, 내부 리소스들 때문이다.
빼기는 대표들에게 가장 힘든 일이다. 성과가 확 드러나지도 않고 오래걸리고, 심지어 심리적인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들에겐 통상 더해지거나 곱해질 것들이 쏟아지곤 하고, 특히나 초반 회사들의 제한된 리소스 안에서 무분별하게 더해진 것들로 조직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대표가 뺄셈에 능해지는 것은 다른 연산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잘 더하고 빼진 다음에는 곱해야 한다. 어떤 회사든 전후방을 완벽하게 통합하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이 필요해진다. 그들로부터 원재료나 용역을 어떻게 저렴한 비율로 곱해서 가져올지(원가율)의 문제는, 뒤의 활동들을 펼칠 수 있는 여력과 직결된다. 원가율이 너무 높은 사업모델이라면 결국 투자활동현금흐름이나 재무활동현금흐름에 의존하는 좀비모델이 된다.
마찬가지로 ROAS나 ROI, 혹은 파트너와의 협업에서 얻게 되는 수수료 등도 곱셈의 영역이다. 이익이 하나하나 더해지게 하면 안 된다. 영업 활동이 승수효과를 타고 곱해지도록 비즈니스 모델이 설계되어야만, 지속가능하고 폭발적인 성장을 누릴 수 있다.
섣부르게 곱하기만 하려고 하면 안 된다. 곱할 밑천이 없는데 아무리 곱해봐야 가치가 커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내부 역량을 아무리 더해도 1을 넘지 못할 때도 생긴다. 이럴 때의 외부 협업은 오히려 가치의 감소로 이어진다. 곱셈에 앞서, 내부 요소들이 충분히 더해지고 빼졌는지를 잘 살피지 않으면 낭패에 빠진다.
특히 요즘 비즈니스할 때 더 중요해지는 덕목이다. 잘 벌어놓고 잘 나누지 않는 게 미덕이었던 산업화시대와 달리, 요즘 사업가들에게는 적절히 내부와 외부에 나누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업모델들이 곱셈으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곱해야 하는 다른 주체의 역량이 충분히 유지되고 있는 한, 협업이 지속되는 것이 참여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이 때 잘 나누지 못하거나 나누지 않으려 하게 되면 곱셈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되고, 성장의 과실을 누릴 기회를 잃게 된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밑천을 늘린 후, 무엇을 누구와 곱할지 고민하면서, 어떻게 지속가능하고 상호 호혜적으로 나눌지를 고민해야 한다.
덧셈과 뺄셈, 다시 말해 할 것과 안할 것, 채울 것과 비울 것을 결정하는 것은 조직 안으로만 향하는게 좋다. 조직 외부와 무언가를 고정적으로 한땀 한땀 받고 나누는 모델은 건강하지 않고, 지속가능하지 않다. 매번 트랜잭션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손바닥 위에 물을 담으려 할 때, 공간을 적절히 잘 줄이고 흘려보낼 물은 흘려보내야 적정량이 잘 담기는 것과 비슷하다.
곱셈과 나눗셈, 즉 협력할 것과 나눌 것도 사실상 하나다. 곱하면 나눠야 한다. 잘 나누지 않으면, 곱할 수 있게 하는 기회 요인과 트래픽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손바닥 위에 물을 담았을 때, 꽉 쥐면 빠져나가듯이, 모든 것을 내 안에 담으려고 하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대체로 덧셈과 뺄셈이 하나로 이어지고, 곱셈과 나눗셈이 하나로 이어진다. 잘 더하려면 잘 빼야 하고, 잘 곱하려면 잘 나눠야 한다.
사칙연산에 익숙해지는 연습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개념으로는 이해해도, 현실에서의 계산은 늘 실수가 난다. 문제집에는 해답이라도 있지, 현실에서 대표들이 맞닥뜨리는 사칙연산에는 답지도 없다. 늘 밸런스를 맞추며, 초조하지 않게 답에 근접해 가야 한다.
왜 그 때 그 답이 지금 떠오르는지 늘 아쉽다. 그 때 풀지 못했던 답이 지금 떠오르는 것은, 답지를 낼 때까지 그 만큼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좀 틀려 줘야 다음번에 맞출 확률도 올라간다. 대신에 오답노트는 꼬박꼬박 챙겨야 한다. 다음 번에 같은 문제를 만나서 틀리지 않도록.
오늘도 오답들 사이를 헤매며 정답을 향해 간다. 때로는 정답을 맞추기도 하고, 때로는 또 틀리기도 한다. 꾸준히 시간을 들여 풀어나가는 것만이 정답을 만나는 길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사칙연산의 미로 속을 헤매고 있을 이 땅의 모든 대표들에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