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새로운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은 삶

by HAN

상처 난 마음을 타고 흐른다

꽁꽁 싸맨 마음을 뚫고

원래 있었던 듯 유유히


상처에 닿는 순간순간을

정지된 시간처럼

멈추게 하고


유익한 소독약인척

상처를 건드려

고통을 더하게 하는 너


나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도망조차 가지 않는

뻔뻔한 모기처럼


그렇게 네가 흐른다




언젠가 내가 '거친 길 틈을 메우는 모래'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누군가는 '이끼가 많이 낀 물속의 바위'가 되고 싶다고 했다. 혼자 있고 싶다고. 내 옆에 오지 말라고. 제발 오지 말라고 그 위에 이끼를 장착한 물속의 바위. 오면 미끄러지게.

난 그 바위가 삶을 즐기기 바란다.


바위는 '왕초'고 모래는 '꼬붕'이다. 왕초는 책임감이 있고 꼬붕은 천진난만하다. 둘은 놀이공원에 있다. 놀이 공원이 뭔지 모르는 둘은, 귀신의 집에서는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고, 바이킹을 타면서는 간이 떨어질 뻔했다. 360도 회전하는 기구, 범퍼카, 사파리, 회전목마.

아주 많이 힘든 것도 있고, 덜 힘든 것도 있지만 둘은 세탁기에 넣고 돌려지는 것처럼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떨어져서 가던 둘은 어느새 손을 꼭 잡고 서로를 의지하며 놀이 공원을 돌았다. 너무 지쳐 주저앉아 있다가 우연히 표지판을 보게 됐고, 그 기구들마다 이름이 있고 운행방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다양한 방식이지만 일정하게 움직인다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어딘가에 안전요원이 있다는 거다. 점점 놀이공원에 대해 알게 되면서 꼬붕은 신나기 시작했다. 왕초는 신중한 성격이라 꼬붕만큼은 아니지만 꼬붕의 손에 이끌려 여러 가지 놀이기구를 섭렵하며 조금씩 웃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보니 이 놀이 공원에는 예쁜 꽃과 나무들이 많다. 바람에 흩날리던 꽃잎이 왕초 얼굴에, 꼬붕 머리에 붙었다. 서로 상대편에 붙은 꽃잎을 가리키며 깔깔거린다. 놀이공원에는 사람들이 많다. 화를 내고 싸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함께 소리를 지르며 스릴을 즐기기도 하고 무서움을 이기기도 한다. 소리가 클수록 재미도 더해진다. 이 놀이공원에 있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정해져 있고 왕초와 꼬붕은 아직 놀이공원에 있다.


산다는 건 어쩌면 놀이공원에서 처음 보는 놀이기구들을 타는 건지도 모른다. 혼자는 너무 무섭지만 함께라면 웃을 수 있고, 알고 나면 즐길 수 있는. 많이 타다 보면 요령도 생기는. 그리고 언젠가는 누구나 다 떠나야 한다.



아빠가 요양병원에 가신 지 하루가 지났다. 아빠가 가신 요양병원은 제부가 아는 분들이 하는 병원이라 어제 입원 후 아빠 상태에 대해 연락이 왔었다. 많이 쇠약해져 있는 상태긴 하지만, 아빠의 증상이 뇌전이가 아니라 뇌경색 때문이라면 재활치료를 통해 걸으실 수 있을 거라고. 요양병원을 보내고 마음 아파했던 우린 모두 감사했다. 그래도 아빠는 엄마를 제외한 누군가에게 뭔가를 요구하거나 싫은 소리를 못하셔서 걱정이 많이 된다. 적응을 잘하실지, 너무 힘든 건 아닌지, 우리가 지금 어떻게 하는 게 아빠에게 도움이 되는지...


난 당분간 울지 않으려 한다. 눈물은 때로 영롱한 보석의 빛처럼 아름답지만 때로 슬픔의 늪으로 나를 끌어들여 발을 빼지 못하게 하는 나쁜 녀석이니까. 슬픔이 마르고 영롱한 빛을 발하는 그때에 나는 기쁨의 눈물을 마음껏 흘릴 거다. 눈물이 바다가 되도록~


사철나무는 열매가 있어도, 열매 없이 빈껍질만 안고 있어도 예쁘다. 우리 삶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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