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사랑에 감격하며
사랑, 누군가의 사랑은 시간이 지나야 만 알 수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스며들어 미처 눈치채지 못하는 사랑. 그래서 너무 늦게 알게 되는 사랑, 우리는 그 사랑을 받고 있다.
어제 다른 제부가 또 형부만큼의 병원비를 내놨다. 난 그 얘길 들으면서 돌돌 말린 레드카펫이 펴지는데 그 카펫 위에 보석들이 가득 올려져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 보석은 눈물이었을 거다. 그 제부의 사랑은 내게 그렇게 다가온다.
요양병원을 가시기 전 보여준 사위들의 사랑은, 아빠의 삼만 원으로 이름 지어진 사랑 노래에 사위들의 답가인지도 모른다.
아빠는 오늘 요양병원에 가신다. 계획한 건 아니었는데 어제 가까이 있는 가족들 모두 아빠를 보고 갔다. 치료 잘 받고 오시라고.
어제 우리 집 장손은 A4용지를 넘겨가며 '사랑하는 그를 위하여'라는 영상 편지를 만들어 할아버지를 응원했다.
'저는 손녀이며 이 집 안의 여자 조종사'라는 소개와 함께, 할아버지 마음은 어떠시냐고. 혹시 슬프고 무거우시냐고. 전 그렇게 생각 안 하고, 그렇게 생각 안 할 거라고. 치료 잘 받으시라고. 울진 또 놀러 오신다는 약속 믿는다고. 치료받으시는 동안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저희들은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기도할 거라고. 정신 꼭꼭 차리시고 힘 팍팍 내시라고. 꼭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너무너무 사랑한다고. 그리고 마무리는 이렇게 했다.
"우유빛깔 최병창, 바나나 우유 최병창"
"우리 집안의 뿌리, 힘내라 힘!"
퇴근 무렵 요양병원에 대한 의견이 오가면서 언니도 나도 뭔지 모를 눈물이 났었다. 조카의 동영상은 아빠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됐다. 가족들이 많다 보니 각자의 방식대로 아빠에게 힘을 실어줬고 난 케이크를 사갔다. 초에 불을 붙였는데 노래는 생각을 못했다. 잠시 머뭇거렸지만 재치 있는 동생의 '아빠 힘내세요' 선창으로 우린 다 같이 흥겹게 아빠를 응원했다. 다들 돌아간 후 언니와 나는 아빠를 씻기고 어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마감했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우리는 모른다. 난 그저 내게 보이는 사랑에 감격하며 그 사랑을 글로 표현한다. 당장 곤경에 고꾸라져도 어제 받은 사랑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난 지금 이 글을 쓴다. 어제 본 사랑에 감격하며. 또 감사하며.
요 며칠 언니는 울면서 아빠 관련 서류를 접수하고 발급받으러 다녔다. 진단서를 발급받으러 간 병원에서, 요양등급을 신청하러 간 건강보험공단에서, 가려는 요양병원에서 언니는 함께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는 따뜻한 분들을 만났다. 언니에게도 듣는 내게도 큰 위로가 됐다. 관계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