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비 내리는 밤. 참았던 눈물이 빗물 되어 창문을 두드린 듯 자다가 눈이 떠졌다. 낮에, 아빠가 낮에도 밤에도 깊이 잠들지 않고 눈을 뜨고 있을 때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섬망, 인지기능장애가 있으신 아빠는 언니랑 통화하면서 복권, 행운권도 만들어놨고 할 일이 많아서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고 하셨다고 한다. 아빠는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요양등급 1급이다. 아빠에게 재활치료가 중요하기에 사랑이 요동치게 하는 마음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데 하필 비가 온다.
사랑에는 부족한 사랑과 과한 사랑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랑은 까칠하다.
까칠함에 솔잎이 생각났다. 너무 길고 뾰족해서 찔릴 거 같은 솔잎. 게다가 고집스럽게 제각각 다른 쪽을 향하고 있는 솔잎. 그래도 푸른 모습 그대로 굳건히 그 자리에 있는 솔잎. 많은 유익한 성분을 안고 있는 솔잎. 그래서 감사한 솔잎.
솔잎의 길이를 반쯤 자르고 끝도 동그랗게 다듬어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런데 그건 반쪽짜리 솔잎이다. 호랑이 발톱을 깎아주면 어떨까도 생각해 봤다. 그럼 호랑이는 의기소침에 질 거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 본성을 바꾸려 하기보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존중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까칠하기에 배워가야 한다. 그 끝은 감사로 끝날 거다. 솔잎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