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낭만은 '눈'만이 아니다. 둘러보면 각기 주어진 아름다움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자연에 감탄하게 된다.
한겨울에 마주한 단풍나무. 언뜻 보면 하늘을 배경으로 보이는 주홍빛 단풍잎들이 꽃 같다. 촉촉하고 생기 있지 않지만 마른 나뭇잎도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이 벚꽃 흩날리던 분홍빛 봄의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너무나 그리운 자연의 계절, 봄. 또 삶의 계절, 봄.
삶의 계절 겨울에도 한겨울의 단풍나무처럼 아름다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지지리도 못나고 이기적이고 한심해 보일 때가 있다. 그런 모습일 때의 사람도 마음에 온기가 있기에 조금의 온기만 더해 주면 언제든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래서 삶의 어느 계절에서도 사람은 아름답다.
나이가 들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는 것처럼, 우리를 둘러싼 사랑도 더 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랑에 감사하며 행복을 함께 누리면 좋겠다.
오랜만에 가족 밴드에 들어갔었다. 일기를 쓰듯 시간의 흐름대로 올려져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웃음이 났다.
아빠가 간암진단을 받으신 건 2018년 여름이다. 진단을 받고 시술을 받기 전 시기에 두 군데 사진이 올라와 있다. 내가 부추겨서 갔던 추억여행 사진과, 나 없이 갔던 파주 여행 사진. 파주여행 사진에 달려있는 이 글에 웃음이 났다. "웃으면 정말 눈물이 나는 걸 실감했다."
우린 간암진단을 받은 아빠와 깔깔거리며 다녔던 거다. 아빠를 웃게 하려고 연기를 한 게 아니라 진짜 웃으면서.
엄마와 친한 딸들 틈에서 아빠는 많이 외로우셨을 거다. 아빠에게 큰 문제가 없을 때는 신경을 못썼기 때문에 죄송한 부분이 많다. 그래도 아빠가 편찮으시고 나서 아빠와 보냈던 지난 시간에 대해 큰 후회는 없다. 우린 지금이 그나마 감사한 거라고, 지금을 누려야 한다고 나름 감사하며 웃으며 보냈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우린 지금처럼 그렇게 보내려 한다.
아빠가 요양병원에 가신지 열흘이 되었다. 보내는 우리도, 가신 아빠도 처음이기에 우린 연습이 필요하고 배움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는 게 아빠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
입원하신 지 이틀 후 언니와의 통화에서 아빠는 집에 가서 할 일이 많다고 집에 가야 한다고 하셨다. 아빠가 병원생활에 적응하시는 걸 방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전화를 못하고 며칠을 기다려 첫 면회를 갔었다. 처음엔 걱정한 것보다 아빠 컨디션도 좋아 보이시고 간병하시는 여사님도 따뜻한 분이셔서 안도했다. 그런데 할 일을 못하고 오셔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시더라도 집에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시는 아빠를 두고 나오는 우리는 모두 마음이 무거웠다.
나오는 길에 원장님을 만나 동생이 면담을 하게 됐고, 동생의 세세한 설명과 위로로 우린 조금이나마 무거운 마음을 덜 수 있었다.
입원 후 일주일간 아빠 컨디션을 좋게 만들었고 그 전날부터 보행장애에 대한 물리치료 시작했다고 한다. 치매약을 추가할 예정이고, 연하장애 작업치료도 할 예정이다. 그 외 혈당조절 등도 하고 있다고.
맞다. 아빠가 거기에 들어가신 건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그래도 걱정이 됐던 언니는 다음날 간호사님과 통화로 아빠상태를 확인했고 아빠랑 통화하지 않았다.
아빠는 버려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무도 연락하지 않으니까. 아빠는 알 수 없지만 우린 아빠를 사랑하고 걱정하며 주어진 환경에서 아빠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애쓴다.
난 아빠를 보며 하나님 아버지를 생각했다. 왜 나를 이런 곳에 홀로 버려두시냐고 원망의 대상이 되는 하나님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