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덮인 날(N행시)

사랑아 울지 마

by HAN

밭사이

먼저 간 이의 발자국에

내 발을 얹는다


렇게

걷다 보

네게로 갈 수 있을까


어둔

그리움이

눈발 되어 흩날리고


고의 시간도

허무함에

무너지는 밤


지 못하

병든 새처럼

그렇게 눈 위에 서있다




아빠가 요양병원에 가신지 3주가 지났다. 첫 주 면회 후 당분간 면회를 안 오는 게 좋겠다는 병원 요청에 따라 둘째 주에는 동생이 주치의 면담을 했다. 세밀한 치료 계획을 듣고, 재활치료를 받고 계신 아빠를 밖에서 지켜보고 왔다. 조금 마르신 거 같긴 한데 아무것도 잡지 않고 혼자 서는 연습을 하고 계셨고 잠깐은 가능하신 거 같다고. 집에서는 혼자 앉아있는 거 조차 버거웠었기에 그래도 감사로 걱정을 덮었다.


며칠 전 명절에 아빠 없이 가족들이 모였다. 아빠에 관한 부분 말고도, 각자의 이유로 힘들었을 가족들이 한 끼 식사를 하면서 같이 웃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언니가 아빠 얘기에 눈물을 보였지만 우린 철없는 아이들처럼 웃고 떠들었다.


3주가 돼서 다시 병원에 면회를 가도 되겠냐고 물었고 안 오는 게 좋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언니가 멀리서 아빠 재활치료를 지켜보고 뒷모습 사진을 찍어왔다. 뒷모습으로 흐르는 외로움...


아빠는 다시 군대에 가신 느낌일 거 같다. 이유 없이 피가 나도록 매를 맞는 처절한 고통과 외로움의 장소였던 군대. 아빠에게 재활치료는 어쩌면 안 되는 걸 해야 하는 훈련 같은 걸 지도 모른다. 거기에 더해 가족 없는 곳에 홀로 있는 외로움과 두려움.


눈이 많이 왔다. 침대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면서 아무 희망 없이 지내시는 것보다 회복을 기대하는 지금은 감사하다. 재활치료로 혼자 뭔가에 의지해서라도 걸으실 수 있으면 다시 집으로 모시고 올 계획이다.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눈 덮인 풍경을 보니, 아빠의 눈물이 눈 되어 흩날린 듯 마음은 아프다.


우린 아빠의 회복을 마음으로 격려하고 기도한다. 지금은 울지 말아야 한다. 너무 많이 울면 눈물의 늪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말한다.


사랑아, 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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