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부스

by 리얼라이어

폰부스


또 누가 알아?

내가 네게 도움이 될지!

그때까지 그 자리에 온전히 자릴 지킬게.


(c) 슬로우 스타터




늘 그곳에 덩그러니 서 있는 폰부스를 한 번쯤 꼭 기록해 두고 싶었다. 퇴근길마다 마주치는 폰부스.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모바일을 만지작만지작 거려 봤지만 선뜻 기록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여 매번 지나쳤다.


어느 날, 전화기 위에 올려진 수화기와 '100' 이란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전화기를 사용한 흔적이 틀림없다. 딱히 사용할 이유가 없었지만 폰부스 안으로 들어가 수화기를 들어 숫자 버튼을 꾹꾹 눌렀다.


"여보세요"


꿈이었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얼마 전 아버지는 소풍처럼 이 세상에 다녀 가셨다. 아마도 누군가가 아버지의 번호로 전화를 개통하였을 테지. 꿈 덕분에 이제야 폰부스를 기록해야 할 이유를 찾게 되었다.


폰부스처럼 아버지 또한 늘 같은 자리에 계셨다. 꿈을 꾼 날 퇴근길, 비로소 폰부스를 기록하다.


덩그러니 있지만 늘 그 자리에 있는 폰부스 | (C) 슬로우 스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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