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울리는 전화
"따르릉, 따르릉"
새벽녘 전화벨이 울린다. 남편은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배가 아파 잠을 설치던 나는 전화기가 바로 옆에 있음에도 받을 수가 없다. 손이 닿지 않는다.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불안한 전화벨이 한번 더 울린다.
"따르릉, 따르릉"
이번에는 다행히도 남편이 일어났다. 신생아실이었다.
출산 후 이틀 째 되던 날 아이들을 처음 봤다. 소변줄을 끼고 있던 첫째 날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불가능했다. 둘째 날이 되어서야 소변줄을 뺐지만 여전히 움직이기는 어려웠다.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가 아니었더라면 그날도 아마 아이들을 보러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고통을 삼키며 면회시간에 맞춰 신생아실로 걸어갔다. 아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두른 탓인지 면회시간보다 10여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응애, 응애'우는 아기들 울음소리가 면회실 밖으로까지 새어 나왔다. 기다리는 10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두 아기가 유리 벽면을 사이에 두고 앞으로 왔다. 하얀 모자를 쓴 '달'과 '별'은 한 바구니에 누워 있었다. 한 바구니에 둘이 들어갈 만큼 작은 아기들이었다. 옆에 면회를 나온 다른 아기와 비교하니 더욱 실감이 되는 이른둥이였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잠든 아기들을 천천히 더 들여다본다. 그때 별이 눈을 떴다. 크고 검은 눈을 깜박이며 처음 본 엄마에게 인사를 해주는 것만 같았다. 별이에게 눈길을 주는 사이 달이 토를 했다. 입 안에서 진하고 어두운 녹색을 토해냈다. 간호사는 잽싸게 아이를 들어 올려 등을 두드렸다. '그럴 수도 있다'라고 우리를 안심시켰다.
남편은 전화를 받고 황급히 신생아실로 달려갔다. 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역시나 녹색 토를 한 게 문제였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컴컴한 병실에서 남편을 기다렸다. 오래 걸리지 않아 돌아온 남편은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나 지금 **대 병원 가야 돼. 우리 별이 중환자실 가야 된대."
차분하게 말하는 남편 때문인지 놀랐지만 덩달아 차분하게 되물었다.
"왜? 별이라고? 달이 아니고?"
토를 했던 달이 아니라 별이 간다니 의아했다. 남편은 별이 응급실에 가는 게 맞음을 재차 확인해 주었다. 배가 부풀어 올라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대학교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수술 3일 차가 되는 새벽녘, 산모는 움직이는 게 쉽지 않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화장실 가는 것도 어렵다. 별 수 없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울먹이며 엄마를 찾았다. "엄마, 좀 와줘"
사정을 들은 엄마는 나보다 더 울먹였다.
이른 새벽 밤길을 달려온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을지 짐작이 된다. 초췌한 얼굴로 병실에 들어선 엄마는 그래도 애써 웃음을 보였다. 그런 엄마에게 나도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인다. 울지 않는다.
"코로나로 엄마 병원에서 못 보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
병실에는 면회객이 제한되고 보호자는 오직 1인만 상주할 수 있다. 아빠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어오지도 못했다.
새벽 시간은 유달리 빨리 흐른다. 날이 환하게 밝아왔다. 마침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별이의 입원 수속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라 했다. 아이만 혼자 두고 오는 게 신경 쓰였지만 응급실이라 보호자는 있을 필요가 없으니 돌아가라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라 면회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브리핑이 있는 날에 와서 아이 상태를 듣거나 급한 경우는 보호자에게 연락을 준다고 했단다.
남편과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생아실에서 전화가 왔다.
"산모님 둘째 아기도 대학병원으로 전원 가야 할 것 같아요"
억장이 무너졌다.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어렵게 가진 내 아가들,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감사해했는데 이게 웬 청천벽력 같은 일인지. 내게는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한스러웠다. 끄억끄억 우는 나를 엄마가 끌어안았다. "괜찮다고. 무슨 병이든 수술하면 괜찮을 거라고. 받아들이자"라고 함께 울며 다독여 주었다.
전원 가는 아이를 보러 찌르는 듯한 배를 움켜쥐고 신생아실로 내려갔다. 인큐베이터에 실려 나오는 아기는 하루 전보다 더 작아 보였다. 녹색 토를 하더니만 결국 먹은 것을 다 토해내서 수액만 맞았다고 했다. 토에는 피가 섞여 나오기도 했단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큰 병원으로 보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의사가 덤덤히 설명했다. 의사의 말에 안정이 되면서도 막상 아이를 보니 울음이 나왔다. 한 번도 안아보지 못한 내 아가들. 출산할때 수면마취를 했던 게 미안해진다. 아가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줬다면 혹시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아기가 아닌 내가 차라리 아팠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엄마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