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윅스

그분이 오신다

by 아라온

아가들이 밤낮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한밤중 깨더라도 울지 않고 창밖을 보거나 자기 손을 쳐다보며 놀다 다시 잠이 들곤 했다. 백일의 기적이 그렇게 찾아왔구나 싶었다. 저녁 9시쯤 잠이 들어 자정에 밤중 수유를 한 번 해 주고 이튿날 6시에만 일어나도 살만했다. 하지만 편한 기간은 길어야 2주를 넘기지 못한다. 이내 아가들에게는 '그분', 원더 윅스(wonder weeks)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아기가 정신적으로 성장한다는 원더윅스. 이때 아기는 더 많이 울고 보챈다. 뭘 해줘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부모는 미치고 팔짝 뛰겠는 그 시기가 생후 6주부터 18개월까지 수차례 왔다 가는 것이다.


남편이 먼저 아가들에게 화를 냈다. 저녁 9시를 넘기고 자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첫째가 계속 칭얼 댄다. 안아줘도, 안고 흔들어 줘도, 뭔가가 불편한 지 계속 운다. 퇴근 후 피곤했던 남편이 아이와의 씨름이 자정까지 이어지자 화가 난 것이다.

"도대체 왜 안 자는 거야? 뭐가 문제야?"

제법 큰 목소리였다. 아기는 놀랐는지 이전보다 더 큰 목소리로 울어댄다. 잠자코 지켜보던 내가 성난 얼굴로 남편을 다그친다.

"왜 화를 내? 그런다고 애가 알아?"

'그분'이 오시는 원더 윅스에는 가족이 모두 예민해 지고야 만다.


2021년 2월 4일.

"먹을 때 움직이지 말라고! 그러니까 자꾸 젖병이 빠지지!"

별안간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러 버렸다. 백일이 지나자 둘째가 뒤집기를 시도했다. 몸을 C자로 말고 뒤집으려 하는 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하다가 안 되면 지쳐서 포기할 만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셀프 수유쿠션에 젖병을 끼우고 분유를 먹는 와중에도 둘째는 쉼 없이 몸을 구부려 뒤집으려 했다. 분유를 잘 먹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몇 번을 바로 뉘이다가 그만 버럭 소리를 지른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엄마의 날 선 목소리에 두 아이가 엄마를 빤히 쳐다본다. 맑은 네 개의 눈동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얼마나 바라고 바랐던 아이들한테 무슨 짓을 했나 싶다. 미안한 마음으로 휴대폰을 열어 그날의 날짜를 기록한다. 이제는 화내지 말아야지 다짐하기 위해.


다짐은 채 두 달을 가지 못했다. 비교적 육아의 황금기라는 생후 6개월을 보내고 7개월을 맞이했다. 거짓말처럼 아이들은 쉽게 다시 잠들지 않고 보챘다. 엄마 곁을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집안일은 둘째치고 밥을 먹을 수도, 화장실을 갈 수도 없는 일이 잦아졌다.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이 많아졌다. 한숨을 쉬고 속으로 삭히기도 수없이 하다가 이내 폭발하는 지경에 다다르는 것이다. 고성을 내지르고야 만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다. 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달래 재운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가들이 배시시 웃으며 눈을 뜬다. 좀 전의 일은 싹 다 잊어버린 듯한 얼굴로 다가와 몸을 내 무릎에 부비적 거린다. 천사 같다. 이런 아가들에게 화를 내다니, 엄마로서 아직 한참 부족하다 싶다.

"미안해, 엄마가"

더욱 꼭 끌어안고 말한다. 화내지 않으리라 또 다짐을 한다. 매일 그렇게 수없이 다짐을 하며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다.



어느 순간 원더 윅스를 찾아보는 일을 관두었다. 빈번히도 찾아오는 '그분'은 어쩌다 한 번 오는 손님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기는 그냥 원래 그렇다. 좋으면 웃고 그 외 감정에는 모두 울음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려니, 이 또한 지나가려니' 하는 마음으로 아가들을 마주한다.

"아가야, 그런데 엄마도 너희처럼 마냥 울고 싶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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