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아무도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기댈 이
아니 그저 말을 걸 이조차
없는 것 같을 때
그게 오늘이다
외롭고 눈물이 난다
너무나 사소한 것들부터
밑도 끝도 없이 터져 나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황당한 것들도
나를 괴롭힌다
왜 이리 할 일은 많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어른들도 많은지
머리가 아프니 더 정신이 없다
결국 오는 길에 들르려던 주유소도 놓치고
잠시 머릿속으로나마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나를 사람 만든 8할은 당신들이야
나를 염려해 줬던 사람들.
진짜로 나를 걱정했다면 떠나지 말았어야지...
그것만큼은 못해줬던 한 아이를 떠올려본다
나에게 반쪽짜리 사랑을 줬던 그 아이.
빨간 머리를 하고 찐하게 부산 사투리를 쓰던 너.
보자마자 반했던 순간부터
처음 입을 맞추며 내가 했던 말, 문 뒤에서 네 나머지 반쪽 사랑을 생생하게 들려줬던 날, 모른 척 문을 열고 들어간 나를 천연덕스럽게 반기던 네 얼굴부터 멈출 줄 모르고 나를 탐하던 네 눈빛, 어울리지 않게 걸치고 있던 명품 옷, 명품 가방들, 떠나가며 말했던 그 거지 같은 이유. 아니 그보다 레코드가 눌러진 내 카메라 앞에서 사랑해요. 그렇게 말했던 네 목소리.
나 못지않게 너도 미완성의 인간이었지만 네가 날 떠나가던 순간의 그 변명까지도 끄덕이며 네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지.
그냥 무슨 사고를 당하듯 눈앞에 나타난 너를 봤을 뿐이고 또 떠나가는 널 봤을 뿐이다. 그렇게 잠깐이었는데 대체 얼마만큼의 존재감이었던 건지.
오늘같이 외로운 가을날
하필 생각나는 사람이 너라니
연락해 볼 수 조차 없는 너라니.
난 너를 사랑했던 걸까?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