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민정 Oct 30. 2022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세상은 햄릿이 미치길 바랐지만 햄릿은 미치지 않았다

햄릿은 우울하다. 


이 세상 만사가 내게는 얼마나 지겹고,

맥빠지고, 단조롭고, 쓸데없어 보이는가!

역겹다, 아 역겨워. 세상은 잡초투성이

퇴락하는 정원, 본성이 조잡한 것들이 꽉 채우고 있구나. 이 지경에 이르다니!



햄릿의 어머니는 훌륭한 왕이었던 햄릿의 아버지의 죽음 후 한 달 후 아버지의 동생이자 햄릿의 삼촌과 결혼했다. 그리고 왕비는 아버지의 죽음을 자연스러운 일인 양 말한다.


넌 모든 생명은 죽으며, 삶을 지나

영원으로 흘러감이 흔한 줄 알고 있다.

그럼 왜 

그것이 네게는 그리도 유별나 보이느냐?



햄릿은 우울할 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진실을 꿰고 있다. 왕의 방탕한 생활에 대해 햄릿은 말한다. 


허나 내 생각엔, 내가 이곳 태생이고

풍습에 젖었지만, 이 관행은 지키기보다

깨는 편이 그걸 더 존중하는 셈이야. 

이렇게 멍청하게 마셔대니

사방에서 우릴 비방하고 딴 나라의 욕을 먹지

……

한 방울의 악 성분이 종종 고귀한 본질 

모두를 말살시키고, 치욕을 불러온단

말일세. 



햄릿이 어쩌지 못하고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친구 호레이쇼는 경계를 서는 중 만난 선왕의 혼령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햄릿은 유령을 만난다. 아버지의 혼령이라는 유령은 자신이 동생에 의해 독살당한 이야기를 전하며 대신 복수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선왕의 원한을 풀기 위해 햄릿은 이상하게 행동하기로 결심한다. 


오필리아의 아버지 폴로니어스는 겉보기에는 그럴 듯한 언행을 하지만 아들 레어티스의 뒤를 캐는 간교한 계략을 꾸밀 정도로 비열하다. 그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경솔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오필리어는 햄릿의 기이한 행동에 대해 폴로니어스에게 말하는데, 폴로니어스는 햄릿이 오필리아에 대한 상사로 인해 미친 거라고 생각한다. 한편 왕은 햄릿의 광증이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라고 판단하며 햄릿의 어릴 적 친구들을 불러 원인을 알아내려 한다. 왕비는 아버지의 죽음과 그들의 성급한 결혼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욕심이 만들어낸 기이한 상황에서 원인을 찾지 않고 햄릿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 한다. 폴로니어스는 자신의 딸 오필리어를 이용하여 햄릿의 문제를 밝히려 한다. 


햄릿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도 잘 인식하고 있다.


내 허약함과 우울증을 빌비삼아,

심기가 그럴 땐 악귀가 큰 힘을 쓰니까,

나를 속여 파멸시킬 수도 있어. 좀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잡으리라. 연극이

왕의 양심 사로잡을 바로 그런 수단이다.



햄릿은 아버지의 유령에게서 들은 아버지의 독살을 담은 연극을 왕과 왕비에게 보여주기로 결심한다. 모순으로 가득 찬 상황에서 햄릿을 끝없는 갈등에 사로잡힌다.


있음이냐 없음이냐 (To be, or not to be),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죽는 건 – 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 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꿈꾸는 것일지도 – 아, 그게 걸림돌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잠 속에서 무슨 꿈이,

우리가 이 삶의 뒤엉킴을 떨쳤을 때

찾아올지 생각하면, 우린 멈출 수밖에-

그게 바로 불행이 오래오래 살아남는 이유로다. 


한편 왕은 점점 커지는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며 햄릿을 해하려 한다. 왕비는 여전히 상황마다 말을 바꾸면서 순간순간 모면할 뿐이다. 딸을 이용하여 햄릿의 결함을 증명하려 했던 플로니어스는 왕비와 햄릿과의 대화를 숨어서 엿듣다가 이를 왕으로 안 햄릿의 칼에 죽는다.


오필리아는 미쳤다. 레어티즈는 돌아와서 아버지의 죽음과 동생이 미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를 이용하여 왕은 아버지의 원한을 갚도록 레어티즈를 부추겨 햄릿과 내기를 하도록 한다. 그리고 레어티즈의 칼에 독을 바르도록 치밀하게 준비한다. 그리고 레어티즈와 햄릿은 결투를 벌인다. 탐욕에 이용당하고 남은 사람들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희생양이 된 두 젊은이가 겨루게 되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픈 비극이다. 싸움을 벌이게 됐지만 그들의 대화는 진실하다.


햄릿은 왜 미친 척했을까. 햄릿은 우울했다. 하지만 그의 냉철한 이성은 살아 있었다. 그런데 죄를 지은 사람들은 햄릿이 어떤 말을 해도 미쳤다고 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만든 사람들이 그들의 죄를 햄릿에게 전가했다. 그들은 햄릿이 미치지 않았더라도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미쳤다고 하는 것 이외에는 설명이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햄릿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울했다. 하지만 그는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은 사람이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햄릿. 1998. 민음사






매거진의 이전글 치누아 아체베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