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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의 기록자 Dec 01. 2022

선생님 쟤가 저 때려요.

나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일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이곳에서는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아이들에게 제일 필요한 학습지원부터 문화, 정서, 체육 활동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난 후에 지역아동센터로 달려오는데 아이들이 오면 그때부터 센터가 시끄러워진다. 신발을 갈아 신자마자 뛰어다니는 녀석부터 오자마자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는 녀석, 조용히 자신의 가방을 정리하는 녀석까지 아이들의 성격은 저마다 다르다. 그래도 모두들 센터에 오면 제 세상에 온 듯 즐거워한다. 센터를 함께 다니는 또래 친구들을 만나서 좋고, 센터의 선생님을 보고 즐거워한다. 무엇이 그리 신이 나는지 별것 아닌 일에도 까르르 웃어댄다. 


아이들과 있으면 좋지 않냐고 누군가 내게 물었을 때, 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대답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있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그만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아이들과 있다 보면 아이들끼리 다투는 일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생님 성민이 미워요. 쟤가 저 때려요.” 한 녀석이 울음이 가득한 얼굴로 사무실로 들어왔다.

“괜찮니? 우선 성민이랑 같이 사무실로 와 줄래?” 


나는 두 녀석을 불러내어 다툼의 연유를 물었다. 한 녀석은 자신은 그냥 장난이었다고 하고 또 한 녀석은 진짜 맞았다며 억울하다 한다. 이렇게 두 아이가 상반된 의견을 이야기할 때면 나는 솔로몬 같이 지혜로운 결정을 해야 한다. 혹시나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며칠 동안은 억울하게 판결받은 아이의 눈총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라고 해도 친구를 때리는 것은 잘못된 거야” 나는 씩씩 거리는 녀석을 진정시키고 서로를 화해시켰다. 아이들은 내 앞에서는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눈치였지만, 하는 수 없이 아이들을 돌려보냈다.


몇 시간이 지난 후 사무실에서 나와 싸웠던 두 녀석을 보러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았을 때, 나는 엄청난 광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남자 녀석 둘이서 이마를 맞대고 서로의 머리를 잡고 있는 것이었다. 놀란 나는 둘이 또 싸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돼서 아이들에게 가까이 가보았다. 그런데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분명히 조금 전에 싸운 녀석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낄낄거리고 웃고 있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진 나는 아이들을 불러 물었다. 


성민이랑 진수랑 이제 화해한 거야?
네 그럼요. 저는 성민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나를 바라보며 활짝 웃으며 대답하는 아이의 표정을 보고는 나는 조금은 민망해졌다. 어른들은 누군가와 감정이 부딪혀 싸우고 나면 서로 어색해져서 화해를 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인연을 끊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이들은 달랐다. 자신의 순간의 감정에 솔직하며 치고받고 싸우더라도 화해를 하면 다시 원래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아이들을 보며 나 자신이 반성이 되었다. 가끔은 나도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닮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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