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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아기는 되는데 우리 아기는 왜 안돼?

by 순록

출산을 준비하면서 내가 제일 많이 접한 것은 다름 아닌 인터넷이었다. 임신과 육아에 대한 것은 책으로도 볼 수 있었지만 종이보다는 영상이나 블로그 글을 찾아보는 게 훨씬 빨랐다. 특히나 많이 봤던 건 인스타였다. 짧은 쇼츠로도 볼 수 있고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정보를 얻을 목적으로 보기 시작했지만, 점점 비교를 하게 되었다.


'아니, 쟤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머리카락이 저렇게 많아?'

'벌써 통잠을 잔다고? 50일의 기적? 부럽네....'


영상 속 아이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하나같이 초고속 성장 중이었다. 교육 영상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일찍 일찍 뭐든지 척척 해냈다. 그걸 보고 있으니 우리 아이들이 걱정이 되었다.


'우리 애들은 왜 늦지? 지금 쯤이면 눈 맞춤을 해야 하는데 왜 눈도 못 맞추는 거 같지'


평소에도 걱정이 많은 나는 괜한 걱정이 더 늘어났다. 특히나 내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 일이라서 더 그랬다. 남편한테 얘기를 해봐도 그는 태평했다.


"지금 문제없잖아 잘 크겠지 뭐, 너무 걱정하지 마."


남편의 말에 그럴 거라고 응수했지만 정작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결국 들어가지 말았어야 할 맘카페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맘카페에는 선배엄마들의 다양한 육아 이야기를 볼 수 있고 나름 소소한 팁들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게시글들을 읽으면서 초초해져 갔다.


특히 나는 더 그랬다. 임신을 준비할 때도 그랬다. 관계만 제대로(?)하면 바로 임신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처음 해본 임신테스트기의 결과는 너무나 처참했다. 그렇게 몇 달간의 준비로 인해 나는 피폐해져 갔다. 언젠가는 임테기에서 두줄을 본 사건이 있었다. 처음으로 두줄을 확인한 나는 남편을 붙잡고 펑펑 울었다.


착상이 잘 되어갈수록 임테기의 두줄은 더욱 진해진다. 그러나 다음날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제는 분명 두줄이었는데, 오늘은 한 줄이 나온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내가 사용했던 품번의 제품이 전부 오류가 났다고 했다. 사람을 이렇게 농락할 수가 있나? 나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임신은 하늘이 주시는 것이니 때가 있을 거라고, 편하게 마음먹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놈의 기대감은 나를 집착하게 했고, 아침저녁으로 화장실에 가서 임신인지 아닌지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어느 날은 임테기를 했는데 또 희미한 두줄이었다. 한번 당한 경험이 있으니 나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좀 만 더 기다렸다가 병원에 가면 확실히 알 수 있었지만 나는 카페에 사진을 찍어서 글을 올렸다.


"저 임테기 해봤는데 두줄일까요?"

"네!! 맞네요 축하드려요"

"아닌 것 같은데요 조금 더 지나고 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아직은 두줄 안 보여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나도 확실하지 않은데 사진으로 보는 그들은 오죽할까. 매직아이를 보듯이 매일 보다 보니 마음의 눈으로 두줄이 보였던 것 것이다. 그때 경험 이후로는 맘카페는 다시 들어가지 않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으니 어쩔 수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생각. 평균 안에 들고 싶어 하는 생각 말이다. 내 아이들도 평균에서 뒤처지는 것은 싫었다. 100일이 지나자 주변에서 사람들이 물어보기 시작했다.


"쌍둥이들 뒤집기는 해?"


사람들이 얘기를 하면 할수록 나의 걱정도 점점 더 늘어갔다. 그놈의 인스타 아기들은 100일이 되기 전부터 이미 뒤집기를 하고 배밀이를 하고 있었다. 우리 아기들은 뒤집기는커녕 고개도 잘 못 가누었다. 걱정이 된 나는 매일 터미타임을 시켰지만 힘들어하거나, 매일 손가락만 연신 빨아대며 웃었다.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지만 마음은 늘 전전긍긍했다. 엄마의 걱정이 무색하게 둘째가 먼저 뒤집기를 성공했다. 뒤집기를 하기 일주일 전부터 뒤집으려고 울며 발버둥을 치더니 결국 해냈다. 태어난 지 132일째 되던 날이었다. 나는 또 엉엉 울었다. 해냈다는 기쁨과 우리 아이도 잘 성장하고 있다는 마음이 뒤엉켰다. 한편으로는 첫째는 언제 뒤집지?라는 초초함과 함께. 하지만 첫째 녀석도 결국 엄마 보란 듯이 한 번에 휙 하고 뒤집었다. 첫째가 태어난 지 167일 되던 날이었다.


걱정과 초초함이 많은 엄마인 나는, 매일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는 말이 너무도 와닿는다. 처음이라서 어렵고 처음이라 잘하고 싶은 마음. 살면서 누군가를 이렇게 생각하고 걱정한 적이 있었던가. 아이들을 처음 낳았을 때, 나는 죄책감 같은 게 있었다. 생각보다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엄마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성애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시간과 함께 눈처럼 쌓여가는 것 같다. 언젠가 발이 폭폭 빠지도록 많은 눈이 쌓이는 순간이 올 때, 진정한 엄마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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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