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기 지옥 시작?!
쌍둥이는 함께 엉키고 얽혀 열 달을 엄마의 뱃속에 있었다. 그리고 단 일분차이로 세상에 나왔다. 태어날 때는 첫째가 2.0kg 둘째가 2.2kg으로 둘째가 나름 더 컸지만, 지금은 다르다. 첫째가 둘째보다 몸무게가 1kg이 더 나간다. 쌍둥이는 초음파 검사도 태동검사도 더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 매달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가 임의로 정한 순서대로 초음파를 확인한다. 우리 의사 선생님은 오른쪽부터 검사를 하셨기 때문에, 오른쪽 아이 먼저 검사하고 왼쪽 아이를 검사했다. 그러다 막달이 되니 한놈이 아래로 나머지 놈이 위쪽으로 자리를 변경했다. 초음파 사진을 앨범에 붙여놓았지만 태어나니 누가 첫째 초음파고 둘째 초음파 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게다가 출산을 할 때, 둥이들은 제왕 절개를 많이들 하는데 둘의 운명은 의사의 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사가 배를 갈랐을 때 먼저 보이는 놈부터 빼낸다. 그 녀석이 첫째가 되는 운명인 것이다. 언젠가는 궁금해서 의사 선생님께 여쭤 본 적이 있다. 만약에 배를 갈랐는데 둘이 비슷한 위치에 있으면 누구부터 빼는 거냐고. 의사 선생님은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건 의사 마음 아니겠어요?"
타의적인 선택(?)으로 쌍둥이는 언니와 동생이 결정된다. 심지어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면 보통은 생년 월일만 나오는데 쌍둥이 들은 친절하게 시간과 분까지 적혀있다. 언니 동생을 가르는 나름의 구분인 것 같다. 같은 배속에서 같은 날 나왔는데 일분 차이로 언니 동생이 되는 운명이라니 아니러니 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쌍둥이여도 굳이 언니 동생을 칭해서 부르지 않게 하는 집에 많다고 한다. 누가 언니이고 동생인지는 알지만 호칭을 정해서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님들이 결정하는 것이겠지만, 나도 이 부분에 동의한다. 가령 학교를 갔을 때 같은 반이 되었다고 하자. 다 같은 친구인데 둥이들끼리는 언니 동생하고 부른다면 모두에게 혼란을 줄 것이다. 어차피 부르라고 해도 언니라고 부르지 않겠지만. 나도 마음속에서는 나름의 기준을 정해놓았다.
쌍둥이기 때문에 뭐든 같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 아이들은 이란성이었기 때문에 얼굴도 좀 달랐고, 자라면서 둘의 성향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어 분유를 먹을 때도 첫째는 뱃골이 커서 한 번에 먹을 때 많이 먹고 다음 텀이 긴 편이다. 하지만 둘째는 입이 짧은 건지 6개월이 넘어가는 지금에도 신생아 마냥 적은 양의 분유를 먹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분유를 달라고 떼쓰며 울어댄다.
둘째는 뒤집기를 할 때도 자기가 뒤집고 싶어서 안간힘을 썼다. 누운 자세에서 몸을 뒤집는 것이, 어른이 보기에는 그 단순한 행위마저도, 아이들에게는 악을 쓰는 일인가 보다. 일주일 동안을 끙끙대다 울고 뒤집지 못해서 울고 얼굴이 뻘게지도록 울었다. 그러나 마침내 뒤집기를 성공했다. 그러나 둘째는 뒤집기는커녕 한동안은 둘째가 뒤집는 것을 손이나 빨면서 구경하더니(못했던 게 아니라 안 했던 것처럼), 꽤나 늦게 엄마 속을 시커멓게 태우고는 한 번에 휙 뒤집었다.
뒤집고 나서는 둘째는 바로 배밀이를 시작했다.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사고를 쳤다. 식탁 밑으로 기어가는 것은 일상이고 강아지 밥그릇에 손을 대고 먹어보려고 한다거나, 거실 실내화를 빨아먹기도 했다. 진짜 한순간이었다. 잠시 화장실 갔다 온 사이, 집안일을 하는 잠깐에 사고는 발생했다.
둘째는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다 만져보았다. 함께 먹고 자는 자신과 비슷한 쌍둥이 언니가 제일 신기한 대상이었다. 내가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았다가는 첫째에게 억울한 일이 생겼다. 궁금한 게 많은 둘째 녀석은 언니 몸을 타 넘으려고 하거나, 얼굴을 잡아 뜯기 일쑤였다. 둘을 떼어 놓으면 어김없이 다시 기어가서 언니를 괴롭혔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둘째는 거의 기어 다니는데, 첫째는 겨우 뒤집기만 할 수 있으니 늘 당할 수밖에 없어다. 첫째는 공격을 당하면 울기만 하다가 언제부턴가 포기했는지 머리를 잡아 뜯겨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웃는다. 첫째도 얼른 커서 둘째처럼 기어 다니게 되면 자신을 괴롭혔던(?) 동생에 복수를 할까? 그것도 참 궁금하다.
"누워 있을 때가 편한 거야"라는 육아선배들의 말이 맞았다. 한 녀석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니 정신이 없었다. 아직 제대로 기지도 못하는데 둘이서 일어서고 걸어 다니면 오죽할까. 미래가 조금은 무섭다. 그래도 둥이들이 얼른 커서 같이 놀러도 다니고 조그마한 입술로 엄마 아빠 하면 너무 좋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도 너무 예뻐서, 이대로 조금은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이 순간을 다 기억할까. 육아에 지쳐 힘들다는 생각에 빠져서 눈물 나게 어여쁜 아이들의 지금을 다 간직할 수 있을까. 지금 너희들에게 전부일 내가,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늘 조바심을 내본다. 행복하게 육아해야지 아기들한테 화내지 말아야지. 늘 웃는 얼굴 보여줘야지라고 오늘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