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이들이 6개월이 지나고부터는 내 육아의 스타일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는 이유식을 시작했다. 특히나 철분은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저장해 온 양이 6개월쯤 되면 바닥나기 때문에 음식으로 보충이 필요하다. 엄마마다 다르겠지만 요즘에는 이유식도 일찍 시작하는 분들이 많고 이유식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서 준비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미루고 미루다 딱 6개월에 맞춰서 이유식을 시작했다.
이유식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게 많다. 병원에서도 어디에서도 이런 건 알려주지 않았다. 병원 가서 물어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요즘에는 인터넷에 더 잘 나와있다고 하셨다. 어쩔 수 없지 또 인터넷보고 맘카페 들어가고 주변에 물어봐서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유튜브에 검색을 시작했다.
[이유식 초기 준비물]
이유식 관련 영상은 차고 넘치도록 많았다. 그중에 나는 조회수가 많은 몇 개의 영상을 보고는 더 복잡해졌다.
이유식 준비는 제2의 혼수준비라고도 말하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 했지만 영상을 보고 이해가 되었다. 준비할 거는 왜 그렇게 많은지. 살 것 투성이었다. 물론 내 아기에게 먹이는, 엄마가 처음 해주는 뜻깊은 요리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 타이틀을 핑계로 모든지 새것을, 좋은 것을 준비하라고 했다. "아이가 먹는 거니까요!"라는 말을 하며 말이다.
이것은 마치 결혼을 준비할 때와 같은 상황이었다. 결혼식을 준비할 때도 그랬다. 어디든 가면 하는 말은 똑같았다. "인생에서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제일 좋은 걸 하셔야죠" 물론 맞는 말이었지만, 해보고 나니 조금 더 아낄 수 있었고 효율적으로 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한 번이라는 말에 속아 뭐든지 결제를 했더랬다.
이유식 준비물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먼저는 조리도구 관련 용품들이다. 그다음은 조리한 이유식 보관하는 통이나 그릇들. 마지막으로 아이가 직접 먹을 때 사용하는 그릇과 턱받이, 수저 등이 있다. 여러 가지 영상을 보며 비교하며 사야 할 리스트를 정리했다.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기는 했지만, 혼수준비라는 말처럼 과하진 않았다. 집에 있지만 사용하지 않던 조리도구나 그릇들을 활용했다. 나는 뭐든지 2배로 사야 했기에 아낄 수밖에 없었다. 영상에서 5개면 충분하다고 하면 나는 10개를 사야 했으니까. 어찌어찌 준비물은 완료가 되었다. 그다음은 이유식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라는 고민이 빠졌다.
나는 극강의 효율을 중시하는 성격이다. 육아를 할 때도 이런 기질이 여과 없이 발휘됐다. 계획 짜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효율적으로 이유식을 하려면 계획을 짜야했다. 초기 이유식에는 어떤 재료가 들어가야 하는지 안 되는 음식은 무엇인지, 음식의 궁합은 어떤지 어떤 순서대로 먹어야 하는지 검색했다. 막상 이유식을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어가는 지금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당시 준비하는 나로서는 너무 스트레스였다. 모르는 것 투성이에다가 이유식 식단표도 정해진 기준도 없고 엄마들이 다양하게 응용해서 만든 식단표를 보니 미칠 노릇이었다. 적당히 하라고 남편은 말했지만 그래도 처음이니까 제대로 해줘야지라는 생각이 나를 또 괴롭혔다.
지금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다. 옛날 엄마들은 이런 걸 다 어떻게 했을까? 요즘에 워낙 아이도 없고 엄마들이 유난을 떨어서(?) 그런 거라는 누군가의 말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시대가 바뀌면서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하게 된 것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결국 나도 계획표를 짜서 스케줄을 남편과 공유하며 이유식 공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로서 주말 저녁은 남편과 내가 일주일치 이유식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과연 우리 둥이들은 잘 먹었을까? 첫째는 으왝하며 뱉어버렸고, 둘째는 오잉? 하는 표정으로 넙죽 받아먹었다. 이유식을 시작한 지 2주 정도는 나도 아이들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하루에 2끼를 먹이고 있으며 그래도 엄마 아빠의 정성 덕분인지 잘 먹고 있다.
초기에는 마음이 어렵고 몸도 힘들어서 중기나 후기는 시판용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잘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뿌듯해졌다. 이제는 다양한 재료를 넣어보기도 하고 간식을 만들기도 한다. 지금은 힘들어도 계속 만들어줘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주말 저녁을 포기하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