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부모가 되어간다.
올해 5월은 공휴일이 많았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부터 부처님 오신 날에 대체공휴일까지 주말에 맞물려서 4일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빨간 날은 오히려 두려운 날이 된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언니가 연락이 왔다. 학교는 임시공휴일까지 해서 5월 1일부터 6일까지 쉰다는 것이다. 쉬면 좋은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애들이랑 놀아줘야지 그건 쉬는 게 아니지."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니 집은 쉬는 공간이 아니다. 빨간 날이 되어도 나의 육아 일상은 똑같이 진행된다. 그나마 남편이 회사를 안 가고 육아를 함께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일 뿐. 아이가 없다면 아마 어디든 여행을 가겠다고 예약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둘인 나는 여행을 가는 것이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번에 연휴가 많던데 며칠정도 쌍둥이 봐줄 테니까 둘이 데이트하고 와."
"진짜죠 어머니? 나중에 말 바꾸시기 없기예요!!"
처음이었다. 아이 없이 남편과 여행을 다녀오는 일이. 둥이를 낳고 7개월이 지나고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마저도 시부모님의 도움 덕분이 아니었음 불가능했을 것이다. 감사한 마음을 가득 안고 급하게 여행지를 알아보았다. 사실 여행지를 알아볼 것도 없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과 나는 작은 바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낮잠을 늘어지게 자는 것이다. 새벽에 아이들 우는 소리를 듣지 않고, 기저귀를 갈아주지도 않으며 침대에 누워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하루. 우리는 그것을 바랐다.
"아무 데나 가서 늦게까지 하루 종일 자자.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다 늦은 점심을 먹자 어때?"
"너무 좋아 내가 바라던 바야."
아이들을 맡기고 놀러 가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그 말을 생각하며 여행을 떠났다. 우리는 꽤나 아늑한 숙소를 잡았고, 바다 구경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잔뜩 먹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소원대로 낮잠을 늘어지게 잤다. 바라던 대로. 행복했다. 신혼 때로 돌아간 느낌도 들었다. 남편은 침대에 누워서 뒹굴 거리고 나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산책을 했다.
임신준비 기간 1년, 임신기간 10개월, 육아기간 7개월 까지 거의 2년 5개월이 다 되도록 내 삶에 집중하지 못했었다. 내가 나일수 없었던 시간들. 임신과 출산에 쫓겨서 그다음 계단을 향해서 미래를 희망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지금 생각하면 행복했던 시간인데 그때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즐기지 못했다. 아이가 없을 때는 아이를 원하고 갖기 위해서 노력하고 또 아이를 키우면서는 아이가 없었던 삶을 그리워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했다. 뭔가를 얻으면 그에 따른 희생은 당연한 일인데, 자꾸만 다 누리고 싶어 했다. 아이도 키우면서 신혼도 같은 자유로움을 바랐다고나 할까. 아직은 온전한 부모가 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내가 나일수 있는 삶을 원하고 그리워하며 부모의 노릇을 하려니 어색하고 버거울 수밖에.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부모의 역할이 싫지는 않다. 아이들에게 멋진 부모가 되고 싶다. 다시 선택의 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기꺼이 아이들의 부모가 되길 선택할 것 같다. 선생님 2개 넣어주세요라고 외치던 순간에 많은 생각이 들겠지만 결국 두 녀석의 엄마가 될 것이다. 여행을 갔다 와서 아이들을 꼬옥 안아주었다. 언제까지 내 품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멋진 세상에서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을 때까지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고 싶다. 즐겁게 희생할 것이다.
요즘은 자꾸 둥이들이 엄~마 엄~마 하고 운다. 엄마 하며 자꾸만 나한테로 기어 온다. 엄마 엄마하고 날 부른다. 그럴 때마다 나도 이렇게 말한다. 응 엄마 여기 있어 여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