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나는 튀는 것을 좋아했다. 반항심리 인지 뭔지 남들이 하는 건 안 하고 마는 청개구리 심보 말이다. 남들과 똑같은 신발을 신는 게 싫어서 튀는 색상의 신발을 신었다. 그러고도 성에 안 차서 신발끈도 양쪽을 다르게 묶고 다녔다. 나만 좋아하던 인디가수의 곡이 방송에 나오고 유명해지면, 갑자기 그 노래에 싫증이 났다. 영화도 그랬다. 유명한 영화를 남들 다 볼 때는 안 보다가 나중에 뒷북을 치기도 했다.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가 난리를 칠 때도 변우석이 뭐 얼마나 잘생겼다고 그러나 싶어 속으로 흥흥거렸다. 그러나 임신 기간 동안 선업튀를 보면서 혼자 소리 지르면서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는 사실.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임신을 하고서도 그랬다. 남들 다 하는걸 하고 싶지 않다는 그 이상한 심보가 또 발현했다. 육아 선배들이 훈수를 둘 때면 겉으로는 듣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굳이?라는 생각을 했다.
"육아는 템빨이야. 많을 수록 엄마가 편해"
"아 그래요?('돈도 없는데 굳이 육아템을 사야 하나 꼭 필요한 거만 사면되지')"
"애들은 금방커서 옷이나 물건은 당근을 하는게 좋아"
"당근은 잘 안하긴 하는데 해봐야겠어요('당근 하기 귀찮은데 그리고 애들 옷은 새거 입히고 싶은데...')"
"남들이 좋다고 하는건 다 이유가 있어"
"그렇군요('진짠가...')"
스스로 경험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였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입소 때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조리원에서는 밥 -> 유축 -> 밥 ->유축 이런 일상이 되풀이된다. 준비 없이 갔던 나는 당장 필요한 것을 구입해야 했다. 고민하던 나는 결국 유튜브를 뒤져서 남들이 제일 좋다고 하는 것을 구입했다. 무엇이 좋은지 경험이 없으니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걸 사게 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애기 유산균이랑 비타민 준비해 오셨어요?"
"네? 그런 것도 준비해야 해요?"
나는 다시 허겁지겁 검색을 시작했다. [아기 유산균, 아기비타민]
"제가 ㅇㅇㅇㅇ 먹여봤는데 이게 제일 좋아요"
"저는 △ △ △ 좋더라고요"
육아용품들은 얼마나 다양하던지 소개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헷갈렸다. 결국 구매가 제일 많은 상품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남들이 다 좋다는 데는 정말 이유가 있는 건가?'라는 의구심과 함께. 육아 용품을 준비할 때도 그랬다. 국민템이라는 말이 붙는 상품들이 있었다. 그만큼 인기가 있고 유용하겠지만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육아 용품 완벽 정리!!] 이런 영상을 보면 공통적으로 말하는 몇 가지의 상품들이 있었다. '저게 다 필요한가?'라는 생각으로 의심하며 한 두 가지를 들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효과를 봤던 건 수유시트였다. 옛말에 젖 먹던 힘이라는 말처럼 아이들은 젖을 빨 때 있는 힘껏 빤다. 젖꼭지를 있는 힘껏 빠는 신생아는 온몸에 땀을 흘리면서 얼굴이 벌게지도록 분유를 먹는다. 그런 아이를 안고 있으면 나도 땀이 줄줄 난다. 완벽한 자세로 안지 않으면 아이가 젖을 잘 빨지 못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 준 것이 수유시트였다. 모양도 이상하고 이게 그렇게 효과가 있나? 싶었지만 쓰고 나니 신세계였다. 수유시트 덕분에 팔이나 어깨에 무리도 안 가고 조금의 여유도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점점 국민템이라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육아의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나는 국민템이라고 하는 것에 의존하게 되었다. 아가들은 똑바로 누워서 잠자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아기를 재우는 데는 정말 다양한 방법이 있다. 쌍둥이 중 첫째는 특히 그랬다. 안아주면 잘 자는데 꼭 눕히려고 하면 눈을 딱! 하고 뜬다. 그러면 리셋. 다시 안아서 재워야 한다. 낮에도 좀처럼 스스로 누워 있질 않으니 죽을 맛이었다. 폭풍검색을 한 내가 발견한 것은 바로 [옆잠배게]였다. 등 대고 잠을 청하기 어려워하는 아기들에게 엄마 자궁안과 비슷한 느낌을 줘서 잠을 쉽게 잘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했다. 구매 사이트에는 엄청난 리뷰가 가득했다.
"맨날 안아서 재웠는데 이걸 쓰고 신세계를 경험했어요"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가치가 있습니다. 꼭 사세요!!"
"역시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제 안아서 재우지 않아요."
고민 끝에 구입한 옆잠배게를 사용한 첫날. 나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등 대면 울기만 하던 녀석이 웬일인지 가만히 누워서 잠을 자는 것이 아닌가? 역시 유명한 아이템에는 이유가 있었다. 옆잠배게를 사용하면서 재우기 힘들었던 녀석을 편하게 재울 수 있었다. 하지만 템빨에도 사용기간이 있는 것이었을까? 몇 주가 지나니 그마저도 익숙해져서 첫째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애바애라는 말이 이래서 있는 것인가 보다. 국민템이라고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지만 내 아이에게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결국 옆잠배게는 한 달을 채 사용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아는 지인에게 나눔 하게 되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국민템들 덕분에 조금은 편하게 육아할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청개구리 심보 따위는 부리지 않게 되었다. 우선은 선배들이 걸어간 대로 따라서 해본다. 그러다 보면 나만의 육아비법이 생기겠지. 아직은 갈길이 먼 내가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오늘도 육아팅이라고 외쳐본다.

쌍둥이 육아를 하면서 느낀 내 기준 국민템을 적어보겠다.
1. 수유시트
-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에게 필수템! 쌍둥이는 두 개를 사서 소파에다가 걸쳐두고 양손으로 수유하기도 했다.
2. 기저귀 갈이대
- 말하면 입 아프다. 엄마의 허리를 지켜주는 필수템이다.
3. 타이니모빌
- 솔직히 신생아 때는 아이들이 보는지 잘 몰랐는데 100일 이후부터는 엄청 잘 보면서 신기해한다. 엄마에게 휴식시간을 주는 효자템이다.
4. 쌍둥이 육아를 하신다면 강추하는 대망의 국민템. 그것은 분유제조기!!
- 분유 타는 게 뭐 그리 오래 걸리냐 하시겠지만, 쌍둥이가 동시에 울 때는 1분 1초가 생명이다. 멘붕에 빠진 당신을 구해줄 국민 이모님은 바로 분유제조기이다.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버튼만 누르면 완성된 분유가 나온다. 정말 감격스러운 국민템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