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든 국민템에는 이유가 있다.

by 순록

어렸을 적부터 나는 튀는 것을 좋아했다. 반항심리 인지 뭔지 남들이 하는 건 안 하고 마는 청개구리 심보 말이다. 남들과 똑같은 신발을 신는 게 싫어서 튀는 색상의 신발을 신었다. 그러고도 성에 안 차서 신발끈도 양쪽을 다르게 묶고 다녔다. 나만 좋아하던 인디가수의 곡이 방송에 나오고 유명해지면, 갑자기 그 노래에 싫증이 났다. 영화도 그랬다. 유명한 영화를 남들 다 볼 때는 안 보다가 나중에 뒷북을 치기도 했다.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가 난리를 칠 때도 변우석이 뭐 얼마나 잘생겼다고 그러나 싶어 속으로 흥흥거렸다. 그러나 임신 기간 동안 선업튀를 보면서 혼자 소리 지르면서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는 사실.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임신을 하고서도 그랬다. 남들 다 하는걸 하고 싶지 않다는 그 이상한 심보가 또 발현했다. 육아 선배들이 훈수를 둘 때면 겉으로는 듣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굳이?라는 생각을 했다.


"육아는 템빨이야. 많을 수록 엄마가 편해"

"아 그래요?('돈도 없는데 굳이 육아템을 사야 하나 꼭 필요한 거만 사면되지')"


"애들은 금방커서 옷이나 물건은 당근을 하는게 좋아"

"당근은 잘 안하긴 하는데 해봐야겠어요('당근 하기 귀찮은데 그리고 애들 옷은 새거 입히고 싶은데...')"


"남들이 좋다고 하는건 다 이유가 있어"

"그렇군요('진짠가...')"


스스로 경험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였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입소 때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조리원에서는 밥 -> 유축 -> 밥 ->유축 이런 일상이 되풀이된다. 준비 없이 갔던 나는 당장 필요한 것을 구입해야 했다. 고민하던 나는 결국 유튜브를 뒤져서 남들이 제일 좋다고 하는 것을 구입했다. 무엇이 좋은지 경험이 없으니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걸 사게 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애기 유산균이랑 비타민 준비해 오셨어요?"

"네? 그런 것도 준비해야 해요?"


나는 다시 허겁지겁 검색을 시작했다. [아기 유산균, 아기비타민]


"제가 ㅇㅇㅇㅇ 먹여봤는데 이게 제일 좋아요"

"저는 △ △ △ 좋더라고요"


육아용품들은 얼마나 다양하던지 소개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헷갈렸다. 결국 구매가 제일 많은 상품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남들이 다 좋다는 데는 정말 이유가 있는 건가?'라는 의구심과 함께. 육아 용품을 준비할 때도 그랬다. 국민템이라는 말이 붙는 상품들이 있었다. 그만큼 인기가 있고 유용하겠지만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육아 용품 완벽 정리!!] 이런 영상을 보면 공통적으로 말하는 몇 가지의 상품들이 있었다. '저게 다 필요한가?'라는 생각으로 의심하며 한 두 가지를 들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효과를 봤던 건 수유시트였다. 옛말에 젖 먹던 힘이라는 말처럼 아이들은 젖을 빨 때 있는 힘껏 빤다. 젖꼭지를 있는 힘껏 빠는 신생아는 온몸에 땀을 흘리면서 얼굴이 벌게지도록 분유를 먹는다. 그런 아이를 안고 있으면 나도 땀이 줄줄 난다. 완벽한 자세로 안지 않으면 아이가 젖을 잘 빨지 못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 준 것이 수유시트였다. 모양도 이상하고 이게 그렇게 효과가 있나? 싶었지만 쓰고 나니 신세계였다. 수유시트 덕분에 팔이나 어깨에 무리도 안 가고 조금의 여유도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점점 국민템이라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진출처 - 알프레미오 공식사이트


육아의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나는 국민템이라고 하는 것에 의존하게 되었다. 아가들은 똑바로 누워서 잠자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아기를 재우는 데는 정말 다양한 방법이 있다. 쌍둥이 중 첫째는 특히 그랬다. 안아주면 잘 자는데 꼭 눕히려고 하면 눈을 딱! 하고 뜬다. 그러면 리셋. 다시 안아서 재워야 한다. 낮에도 좀처럼 스스로 누워 있질 않으니 죽을 맛이었다. 폭풍검색을 한 내가 발견한 것은 바로 [옆잠배게]였다. 등 대고 잠을 청하기 어려워하는 아기들에게 엄마 자궁안과 비슷한 느낌을 줘서 잠을 쉽게 잘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했다. 구매 사이트에는 엄청난 리뷰가 가득했다.


"맨날 안아서 재웠는데 이걸 쓰고 신세계를 경험했어요"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가치가 있습니다. 꼭 사세요!!"


"역시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제 안아서 재우지 않아요."


고민 끝에 구입한 옆잠배게를 사용한 첫날. 나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등 대면 울기만 하던 녀석이 웬일인지 가만히 누워서 잠을 자는 것이 아닌가? 역시 유명한 아이템에는 이유가 있었다. 옆잠배게를 사용하면서 재우기 힘들었던 녀석을 편하게 재울 수 있었다. 하지만 템빨에도 사용기간이 있는 것이었을까? 몇 주가 지나니 그마저도 익숙해져서 첫째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애바애라는 말이 이래서 있는 것인가 보다. 국민템이라고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지만 내 아이에게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결국 옆잠배게는 한 달을 채 사용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아는 지인에게 나눔 하게 되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국민템들 덕분에 조금은 편하게 육아할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청개구리 심보 따위는 부리지 않게 되었다. 우선은 선배들이 걸어간 대로 따라서 해본다. 그러다 보면 나만의 육아비법이 생기겠지. 아직은 갈길이 먼 내가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오늘도 육아팅이라고 외쳐본다.




sticker sticker

쌍둥이 육아를 하면서 느낀 내 기준 국민템을 적어보겠다.



1. 수유시트

-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에게 필수템! 쌍둥이는 두 개를 사서 소파에다가 걸쳐두고 양손으로 수유하기도 했다.


2. 기저귀 갈이대

- 말하면 입 아프다. 엄마의 허리를 지켜주는 필수템이다.


3. 타이니모빌

- 솔직히 신생아 때는 아이들이 보는지 잘 몰랐는데 100일 이후부터는 엄청 잘 보면서 신기해한다. 엄마에게 휴식시간을 주는 효자템이다.


4. 쌍둥이 육아를 하신다면 강추하는 대망의 국민템. 그것은 분유제조기!!

- 분유 타는 게 뭐 그리 오래 걸리냐 하시겠지만, 쌍둥이가 동시에 울 때는 1분 1초가 생명이다. 멘붕에 빠진 당신을 구해줄 국민 이모님은 바로 분유제조기이다.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버튼만 누르면 완성된 분유가 나온다. 정말 감격스러운 국민템이라 할 수 있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4화아가야 빨리 자라렴 아니, 천천히 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