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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 2개 넣어주세요!!

by 순록

결혼한 지 2년 되던 해, 불현듯 임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생각해 보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먼저 나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여자 나이 34살이면 요즘은 초혼 연령 평균이라고도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너무 늦게 결혼한 거 아니야?"

"늦게 결혼했으니 애는 빨리 가질 거지?"

관심이라는 명목하에 걱정 섞인 이야기를 듣는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 2년이 지나니 그제야 현실이 눈에 들어온 것일까. 티비에서는 늦게 결혼한 여자 연예인들의 사연이 구구절절 나왔다. 난자를 얼리느니 시험관을 한다느니 그런 이야기가 주로 내 눈에 띄기도 했고, 계산해 보면 내가 저 연예인보다도 해봤자 몇 살 어리거나 동갑인 경우가 많았다.


'그럼 정말 늦었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나와 비슷한 때에 결혼한 친구의 임신 소식을 듣게 되었다.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나이 생각 안 하고 너무 신혼을 즐긴 것일까? 아이 낳기는 무서운데, 내가 정말 잘 키울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졌지만, 이런 고민은 또 현실을 살면서 잊혀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근무하는 센터에서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님을 직접 만난 일이 있었다. 나이는 오십 대 초 중반쯤 들어 보이는 외모에 젊어 보이려고 애를 쓴 티가 났다. 보통의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님보다는 나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애기를 늦게 가져서요...." 학부모님은 말끝을 흐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내 나이가 실감이 났다. '가만 보자 내 나이에서 이제 임신하고 애기가 초등학교 갈 때쯤이면?' 이거 이거 큰일이다. 누군가 내 머리를 망치로 때린 것 같았다.


"임신을 해야겠다."


인간은 꼭 그렇다. 옆에서 누가 백날 말해줘도 듣지 않는다. 스스로 깨달았을 때야 비로소 움직이는 법. 평소에 피임을 했던 우리 부부였기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임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착각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임신은 금방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던 내가, 결국 의사 선생님께 배아를 2개 넣겠다고 말하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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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