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

by 순록


얼마 전에 회사 동료와 술을 마신적이 있다. 그 동료와 친해지게 된 것은 같이 점심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 편이어서 전혀 친해질 만한 공통의 관심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던 것 같다. 사람에게는 정신연령이라는 것이 있는데 아마도 나이가 많은 나는 정신연령이 낮고 그 친구는 좀 높았던 것 같다. 정신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니 말이 통했다. 대화 중에 서로 술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자연스러운 술자리가 이어졌고 내 인생을 통틀어서 꽤나 술친구로 적합한 사람이었다. 무튼 그 동료와 술을 마신 후에 집에 돌아오는 길이였다.


나는 자연스레 음악을 듣기 위해서 에어 팟을 찾아보았는데 없었다. 잃어버린 것이다. 그날은 술에 취하기도 했고 정신이 없던 통에 급하게 돌아와서 그다음 날 나는 정신을 차리고 잃어버린 에어 팟을 찾기 시작했다. 먼저는 회사에 놓고 온 것이 아닌지 확인을 해야 했고 술집에도 들려서 찾아야만 했다. 없다. 혹시나 해서 어제 집에 올 때 탔던 택시도 물어물어 전화를 해보았는데 결론은 없었다. 내 입장에서는 비싼 기계이기도 했고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라 아쉬움이 크게 다가왔다. 게다가 얼마 전 생일이라고 친한 동생이 필요한 것이 없냐는 물음에 마땅한 생일 선물을 찾다가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내가 고른 것은 강아지 모양의 케이스였다. 보드라운 털실로 짜여 있는 귀여운 케이스였는데 그 케이스를 쓴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선물 받은 것까지 같이 잃어버리게 되어서 너무 속이 상했다. 그날 퇴근길에 슬퍼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다른 동료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에어 팟 사용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3달도 안되었어요” 나는 말했다.

“아 그러시구나 그럼 더 속상하시겠어요. 저도 예전에 쓰던 에어 팟 잃어버려서 엄청 찾았는데 나중에 보니깐 제 바지 주머니에 넣어놓고 제대로 찾지 않았던 거더라고요. 선생님도 집에 가서 다시 한번 찾아보세요 어쩜 집에 있을 수도 있어요”. 동료가 말했다.

“네 감사해요. 집에 가서 찾아볼게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침에 나오면서 제대로 찾아보지 않은 것이 생각이 났다. 집에 가서 곳곳을 찾아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 신발을 벗고 옷방에 가서 가방을 내려놓으려고 하는 순간, 테이블에 갈색의 털 뭉치가 보였다. 찾았다. 분명히 아침에 나올 때 가방을 들고 올 때도 보이지 않던 게 잃어버렸다고, 상실했다고 체념을 한 순간에 제대로 보이게 되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서 보이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그 상황에만 집중해서 주변을 정확히 돌아보지 못했다. 상실을 인정한 순간에 비로소 정확히 보게 되다니.


우리의 삶에는 이런 일이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즐겁게 하던 취미를 잃었다. 정확히 말하면 다시는 그것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데 그전에는 취미 활동을 하면서 혼자 즐겁기도 했지만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적도 있었다.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하게 되었었는데 이제는 못하는 상황이 되니 퍽이나 아쉬울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야 그 일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또 한 번의 상실을 경험한 나는 이제야 그것의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이래서 옛 말에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는 것인가 싶다. 익숙하게 하던 일들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이 어쩌면 최선을 다해서 내 곁을 지켜주고 있었던 것인데 나는 그것들의 소중함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 같다. 다시 한번 내 주변을 돌아보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들에게 소중히 여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