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오면 왠지 모를 공허함이 밀려온다.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한걸음 들어오면 생활의 흔적이 남은 냄새가 난다. 그리고 현관 위에 달려 있는 센서 등이 유일하게 나를 반겨준다. 어두운 곳에 불이 하나 켜졌을 뿐인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공간에 거실부터 내 방까지의 모습이 슬며시 드러난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에 쫓겨 피곤한 내 몸이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유일한 공간에 온 것이 편안하면서도 씁쓸한 느낌이 든다.
어릴 적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은 늘 즐거웠다. 우리 집은 자그마한 반지하에 살았는데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집이어서 창문을 열어두곤 했었다. 집에 가까워질수록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는데 나는 그것이 엄마의 요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짜장라면을 끓여주곤 했었다. 하교 후에 집에 오면 내가 오는 시간이 딱 맞춰 요리가 되어 있었고, 나는 손을 씻지도 않은 체 그저 엄마가 해주는 요리가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었었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없이 그저 슈퍼에서 파는 짜장라면을 끓였을 뿐인데 나는 그것이 마치 엄마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요리라고 여겼다.
시간이 흘러 나도 엄마와 같은 나이가 되었지만 내가 만든 짜장라면은 엄마의 그것과 똑같지는 않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먹었던 그 맛이 추억에 남아, 이렇게 가끔 마음이 먹먹해지는 밤이면 가스불을 올린다. 추억의 음식을 지금의 내가 먹으면 엄마가 생각나고 어린 시절의 나도 떠오른다. 그러면 어린 내가 엄마만큼 성장한 나에게 힘내라고 응원을 해주는 것만 같아 살포시 웃음이 지어진다. 그리고 마무리는 현재의 내가 나를 달래기 위해 마시는 맥주 한 모금. 추억과 함께하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하루 종일 지쳤던 나를 잠깐이나마 달래주는 행복한 시간이 된다. 오늘은 오랜만에 짜장라면을 끓여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