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저는 담배를 싫어합니다만,
나는 꽤나 섬세한 사람이다. 게다가 예민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보통의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이미지라고 해야 하나, 나를 둘러싼 분위기는 절대로 예민하거나 섬세한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슬프지만 보이는 얼굴과 입고 있는 옷의 분위기에서도 그렇고 풍채까지도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라는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를 깊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나에 대해 "좋은 사람" 혹은 "성격이 참 좋은 사람"으로 표현을 하곤 한다. 이러한 피곤한 이미지를 처음부터 가지고 싶었던 것 은 아니다. 누군가는 좋은 사람으로 불리면 좋지 않냐고들 하지만, 매일 좋다가 한번 나쁘면 사람들은 꼭 숱하게 대해주었던 좋은 일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않고 한 번의 나쁜 일로 나를 판단하기가 일쑤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나에 대해 표현할 때 좋은, 편한 이라는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이러한 이미지를 가지고 살다 보니 나 또한 원하지는 않지만 이미지 관리라는 것을 하게 된다. 그 한 번의 나쁜 사건으로 나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은 내 딴에는 퍽이나 억울한 일이 아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나쁜 사람이 되느니 가만히 있는 편이 났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는 이미지에 대해서 굳이 부정하거나 티를 내지는 않는다. 나와 친해지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친한 나의 지인들은 이런 나의 또라이(?) 같은 성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얼마 전 아주 큰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이 있었다. 사실 누군가에게는 별것도 아닌 일 이겠지만 지금에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남들이 말하는 청춘의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내 생활을 보면 이런 늙은이가 따로 없다. 생각이 많은 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경험하지도 않은 것을 다 초월한 것처럼 살고 있다. 그러니 인생의 도전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매일 쌀밥을 먹다가 가끔 잡곡밥을 먹는 정도의 느낌으로 밖에는 다가오지 않는 듯하다. 이것도 다 지랄 맞은 성격 탓이겠지만, 무튼 스트레스를 받는 일을 겪으니 풀 곳이 필요했다.
당신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시나.
나는 사실 방법을 잘 몰랐다. 옛날에는 미친 듯이 먹었고 또는 울었고 혹은 웃었다. 이런 나를 알고 싶어서 심리학 공부도 해보았다. 심리학은 너무 좋았다. 나를 알게 되었고 내 감정에 솔직해지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부족한 것은 있었다. 가끔은 속 안에 있는 감정들을 비워 낼 수만 있다면 마치 통 안에 가득 찬 쓰레기를 탈탈 털어버리듯이 비워내고 싶은 적도 있었다.
예전에 대학 다닐 때 만났던 친구는 담배를 피우는 녀석이었다. 여대였는데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는데, 화장실에 들어가면 쓰레기통을 가운데 놓고 둘러서서 담배를 서로를 향해서 피워대는 그들이 그때는 무서움의 대상이었다. 친구 녀석 덕에 담배를 처음 접해보기는 했지만 깊게 들이마셔보지도 못한 체 뻐끔거리다 기침만 콜록콜록 해대었다. 그 이후로 담배를 접한 적은 골초인 남자 친구를 만났을 때다. 그는 하루도 안돼 거의 반나절만에 담배를 2갑을 연속으로 피우는 친구였는데, 그 친구를 만나고 나면 내 옷에도 살며시 담배의 깊은 쩌린내가 묻어 있을 정도였다. 한 번은 남자 친구 담배를 끊게 하겠다며 다짐은 한 적이 있다. 방법은 바로 그가 싫어하는 행동을 해서 끊게 하겠다는 전략이었는데, 여자가 담배 피우는 것은 꼴도 보기 싫다고 말한 적이 있기에 나는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남자 친구 앞에서 그가 피는 담배 한 개비를 달라고 해서 맞담배를 펴보는 것이었는데,
결과는 대 실패.
분명히 싫다고 말했던 그는 어디 한번 너 당해봐라 하는 식으로 오히려 담배를 가르쳐주었고 담배라면 치를 떨던 내가 나중에는 담배를 깊이 들이마실 수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다행인지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친구와 헤어지게 되면서 담배는 손에 대지도 않게 되었지만, 오늘 같이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는 날에는
나도 가끔은 담배가 피고 싶어 진다.
예전에는 담배 냄새가 나기만 해도 싫어했는데(물론 지금도 좋지는 않지만) 가끔은, 아니 아주 가끔은 담배 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어버렸다. 몸에 좋지 않은 것임을 알면서도 숨을 들이마실 때 담배 연기에 내 몸 깊숙이 들어왔다가 한 바퀴 돌아나갈 때, 마치 내 안의 모든 부정적인 기운과 스트레스를 가지고 나가는 것만 같다. 숨을 내뱉을 때에는 그 연기에 내 모든 불안과 우울을 날려 보내고 싶은 기분까지 든다. 담배 한 개비로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당장에라도 담배를 피우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