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더 친해지는 방법.

by 순록

나는 섬세한 사람이다. 감정적으로도 그렇고 상황을 파악할 때 다른 사람보다 많은 것을 알아차리는 사람이다. 그 순간 상대방의 표정과 말투의 억양도 기억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는 이런 나의 예민함이 싫었다. 누군가 ‘어 그래’라고 답을 한 말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그 순간 스치듯이 지었던 표정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했었다. 요즘 이야기하는 MBTI에서 열정적인 중재자인 인프피이다(INFP) 관심이 상대방을 향하고 있으니 때로는 이런 성격이 도움이 되었다. 새롭게 관계를 맺거나 일을 해야 하는 자리에서 나의 섬세함은 극대화되었고 그로 인해 나는 주변인들에게 눈치가 빠르다, 일 처리가 뛰어나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성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발전하게 되었다. 나는 타인의 마음을 잘 살피는 사람이 되었고, 누군가에게 위로도 잘 건네는 사람이 되었다. 그로 인해 인간관계가 좋아지기도 하였다. 연애를 할 때에는 나의 감정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에 드는 행동을 했고, 상대방을 위로하기 바빴다. 내가 없는 늘 외로운 연애를 했던 것 같다.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나를 좋아해서 친해진 사람들은 내게 위로를 바라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의 생각에 내 모습이 다를 때면 언제나 이런 말을 들었다.

나는 너를 잘 모르겠어.

혹자는 내가 마음을 열지 않는다고도 했다. 사실 나는 마음을 열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타인의 감정이 먼저 보이는 나는 그들을 먼저 배려했던 것뿐이다. 그러나 내가 마음을 열기로 작정하면 그들은 정작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러한 관계에 지독한 열병을 앓고부터는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정작 섬세하게 대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말이다. 그 후로는 나는 나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 내가 하는 고민은 무엇이며 내가 살아내고 싶은 삶은 어떤 모습인지 말이다.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 더 관심이 많은 내가 나에게 관심을 갖는 일을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자신의 감정하나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그런 내가 제일 먼저 생각한 일은 글쓰기였다. 마음에 떠오르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내는 것, 여과 없이 써 내려가는 일이었다. 글쓰기를 통해서 제대로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말로 하면 필터링이 되는 것들도 글로 쓰니 거침이 없었다. 내가 쏟아놓은 글을 다시 읽을 때면 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객관화가 되는 느낌이었다. 글쓰기를 통해서 나는 나와 친해지게 되었다. 아직 모든 모습을 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날도 있다. 하지만 내가 나이기에 마음을 살피고 품어주고 싶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