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by 순록

오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를 공개해볼까 한다. 박노해 시인의 ‘한계선’이다.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더는 나아갈 수 없다 돌아서고 싶을 때
고개 들어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라.

여기서 돌아서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너는 도망치게 되리라

-박노해, 한계선 中-


나는 그렇게 살았다. 돌아서면서, 앞으로 나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좌절을 겪던 날 그렇게 했다. 남들이 아니라고 하는 일을 옳다고 믿으며 살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인생에 내 편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꾸역꾸역 걸어간 그 끝엔 아무도 내 편이 없는 것을 깨달은 순간, 언제나 날 믿어주던 그 사람이 뒤돌아 선 모습을 본 순간, 나는 도망쳤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지금 나는 글을 쓴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그곳에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세상이 모두 나를 버리고 이제는 한계라고, 더는 나아갈 수가 없다고 한 그때부터 글을 쓰고 있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곳에는 초라하고 작은 내가 있었고, 꾸역꾸역 걸어가는 그 길 사이에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을 때, 뒤틀 뒤틀 내 옆에 함께 걷던 이들은 지금 내 시야에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아주 세차게 달리고 있다. 부럽다. 아니 부럽지 않다. 나의 걸음이 아직은 초라하고 서툴지라도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더 이상 초라해지기 싫은 내가, 나를 응원하고 있다.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그만 금을 긋고 돌아서고 싶을 때
묵묵히 황무지를 갈아가는 일소처럼
꾸역꾸역 너의 지경(地境)을 넓혀가라.

-박노해, 한계선 中-


시의 마지막 문단이 나를 위로해준다. 묵묵히 황무지를 갈아가는 일소처럼, 나에게 맡겨진 자리에서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 조금씩 꾸역꾸역 나아가고 싶다. 내가 쓰는 글을 통해서 나 자신이 치유되고 누군가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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