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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Oct 25. 2019

소유에 소유되지 않는 삶

소유하느라 소진되기보다 누리는 즐거움이 필요한 시간

소유에 소유되지 않는 일상

 탤런트 소지섭과 박신혜가 나왔던 tvN의 프로그램 ‘숲 속의 작은 집’은 살아가기 최소한의 환경 속에서 두 사람이 각각 자연의 삶을 사는 자발적 고립을 모니터링한 프로그램이다. 제주도의 숲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체험하는 다큐멘터 같은 예능, 예능 같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다. 최소한의 도구와 음식으로 조리하고 살면서 ‘흰쌀밥에 반찬 하나’,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 ‘3시간 동안 식사하기’ ‘빗속 산책’ 등의 사소한 미션을 수행했다. 소유한 것이 아닌 최소한의 소유로, 소유와 상관없이 재미와 즐거움을 만드는 모습에 사람들은 동조하고 동경했다. 프로그램이기는 했지만 자신을 덮고 있는 소유를 통해서가 아니라 작은 존재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 ‘심심함’의 즐거움이 새롭기까지 했다. 어쩌면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이런 활동을 돈을 주고 배우고 체험해서 소유를 벗어나 행복할 수 있는 감각을 유지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소유에 종속된 일상의 감각

우리가 뭔가를 누리기 위해서 소유한다면 너무 많은 희생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아도 지금보다 행복했던 때를 생각하면 너무 소유에 종속된 일상의 감각을 읽게 된다. 조금 덜 소유하고도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서는 소유에 ‘반응’하는 우리의 감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소유에 길들여지고 구속된 감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유가 주는 짧은 만족

뭔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만족과 동기, 행복감을 높여준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소유 그 자체보다는 소유가 의미하는 가능성이나 안도감이 만들어내는 것들이다. 만족이나 행복을 위해 소유가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필요충분조건은 분명히 아니다. 소유에 집착하다 보면 소유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소유 그 자체가 주는 만족과 행복은 짧기 마련이다. 소유를 통해 뭔가를 만들어 가고 누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보다 지속적인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소유와 존재가치의 우울한 연결

소유를 통해 반응적으로 얻게 되는 동기와 활력을 극복하지 못하면 중독처럼 소유에 소유당하고 만다. 우리가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분명히 착시도 있다. 소유가 그 사람의 존재와 가치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소유한 것으로 상대를 인식한다. 늘 이런 소유로 그 사람의 능력과 가치를 비교하며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쉽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 맹점이 우리가 착시인 줄 알면서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소유와 상관없이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느끼는 능력을 잃고 쉽게 우울해진다. 오늘날 그 흔한 우울증은 소유에 종속된 ‘자기 가치’ 인식이 한몫한 것은 사실이다. 자기 자신 그 자체로 존재할 줄 모르고 소유로 존재한 상흔들이다.


소유-인정-동기의 공식

 불확실성을 기피하는 인간에게 소유는 존재감을 느끼는 구체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타인의 인정을 통해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 불행한 일이기는 하지만 소유로 존재를 인정받는 것이 쉽다.  타인을 통한 인정이 불안정하듯이 소유를 통한 타인의 인정은 더욱 불안하다. 그럼에도 소유-인정-동기의 공식은 우리의 감각과 무의식에 연결되어 소유를 생각할 때 몸과 마음이 자동적으로 움직인다. 소유의 감각에 익숙한 사람은 소유가 무너지면 몸과 마음이 무너진다. 심할 때는 자신의 존재가 무너진다. 소유가 존재를 대표한다는 착각 속에서 존재의 힘과 동기가 점점 잃어 가기 때문이다. 소유에 종속된 행복과 삶의 의미는 너무 쉽게 흔들린다. 내가 소유한 것들이 오히려 나를 소유하며 좌지우지한다. 많이 가지지 못해서가 나이라 아니라 소유와 줄다리기하면서 사는 것이 우리를 더 쉽게 지치게 하는지 모른다.


작은 소유에도 누리는 충만한 만족감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845년 매사추세츠주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과 도구로 2년 2개월을 살았다. 최소한의 소유로 자급자족의 삶을 통해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과 직면하면서 나온 고전의 명저가 <월든>이다. 그는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숲으로 갔다고 말한다. 삶과 마주하고, 인생이 주는 가르침을  배우고, 죽음의 순간이 가까워졌을 때 제대로 살지 못했음을 후회하지 않도록 삶이 아닌 것을 살지 않으려고 숲으로 갔던 것이다. 그는 웰든을 통해 자연과 어우러져 소유하지 않고도 소박한 생활에서 즐거움과 행복,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진정한 삶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소유의 경쟁에서 항상 우위에 설 수 없는 우리들에게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근력’이 필요한 듯하다. 소유의 짜릿함을 즐길 수 있지만 소유에 소유당하지 않고 작은 소유에도 누리는 충만한 만족감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매일 짧은 순간이라도 작은 소유로 흐뭇한 감각을 누리고 다듬는 시간을 애써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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