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이 더 춥다. 북극은 대륙으로 둘러싸인 장대한 바다이고 남극은 얼음으로 덮인 거대한 땅이라서, 북극은 바닷물이 태양열을 흡수하는 반면 남극은 얼음이 태양열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남극에 서식하는 펭귄은 상대적으로 북극에 사는 북극곰보다 더 추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 이렇게 귀엽게 생긴 아이들이 어떻게 추위를 극복할 수 있을까? 펭귄은 다 같이 모여 바람을 최대한 막고 안팎의 위치를 바꿔가며 체온을 유지하는 '허들링'을 한다. 이 중에는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펭귄도 있겠지만 어쨌든 상당히 사회적인 동물인 것 같다.
우리 아내는 펭귄 같다. 펭귄이 추위를 타듯 아내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데 어릴 적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많았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뭐든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반면 나는 북극곰처럼 무리를 지어서 움직이는 것보다 혼자서 활동하는 것이 더 편하다. 이런 성향은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한 성격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어릴 적 목티를 입으면 너무 갑갑해했고 여름엔우리 식구중 나만 삼베 이불이 까슬하다며 덮지 않았는데 오은영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촉감이 예민한 아이였던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예민한 대신 눈치가 빠르고 배려심이 뛰어난데 거기에 쏟는 에너지가 크다 보니 혼자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 부부는 가정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나는 '혼자만의 시간'과 '자기만의 방'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혼자가 편한 남편(이후 혼편남)과 함께가 좋은 아내(이후 함좋아)가 같이 살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둘 중 한쪽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니면 둘 다 받거나. 부부간 다툼이 있을 때 혼편남이 함좋아에게 받기 쉬운 질문이 있다."이럴 거면 왜 결혼했어." 이 말은 혼편남의 방패가 lv.99 더라도 막을 수가 없다. 우리 남편들이 말하는 '혼자만의 시간'은 약간의 여유 정도인데, 언어로만 따지면 결혼은 어쨌든 함께 하고 함께 사는 거니깐 혼자가 편한 사람은 말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면 혼편남과 함좋아는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없는 것일까. 미신을 믿지 않는 나는 사람의 성향 분석에 가장 공신력 있는 MBTI를 통해 우리 부부가 잘 살 수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한다.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부부가 있다면 테스트해보면 좋을 듯하다.
[선호 경향 - 출처 : 한국 MBTI 연구소]
각 2가지 성향 중 자신에 가까운 성향을 고르면 된다.
더 정확한 결과를 얻고 싶으면 16 Personalities 웹사이트에서 테스트를 받으면 된다.
① 외향성(extraversion)과 내향성(introversion)
② 감각형(sensing)과 직관형(intuition)
③ 사고형(thinking)과 감정형(feeling)
④ 판단형(judging)과 인식형(perceiving)
① 나는 신중하고 자기 내부에 집중하는 편이니 내향형(I) 선택
② 신속하게 일 처리하는 편은 아니나 현재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강하니 직관형(N) 선택
③ 2가지 모두 맞는 말 같다. 사고형(T) / 감정형(F) 중립(T에 좀 더 가까운 듯)
④ 계획적이고 정리정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판단형(J) 선택
아내는 과거에 테스트 했을 때 ENTJ / ENFJ가나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T에 좀 더 가까운 듯)
MBTI 성향 분석
종합적인 결과로 봤을 때 나는 INTJ에 좀 더 가깝고 아내는 ENTJ에 더 가깝다. 내 성향이 독립적이라고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어 놀랐는데 아내는 단호하다고 적혀 있어서 더 놀라웠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래 표 상으로는 거리가 꽤 멀어 보이는데 우리 부부는 과연 얼마나 잘 맞을까?
놀랍게도 아내와 나는 '아주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음!'으로 나왔다. 우리 부부는 서로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4개 중 3개 성향은 비슷했고 서로 보완되는 부분이 있어서 궁합이 좋다고 나오는 것 같다. MBTI 검사가 우리의 인생을 결정해주진 않겠지만 그래도 결과가 좋으니 앞으로 더 잘 살아야겠다는 용기와 확신이 든다. 생각해보니 나 스스로도 아내와 같이 공부하고 글도 쓰며 함께 하는 부분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내는 내가 혼자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거나 서재에서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또 한 번 우리 부부는 많이 다르지만 잘 맞춰가고 있구나 하고 새삼 느낀다.
그런데 갑자기 드는 생각.
아내가 ENTJ가 아니면 어떡하지.
안녕하세요. 부부생활에 대한 생각을 쓰고 있는 '그남자'입니다. '그여자'로 활동하는 아내와 같은 주제로 1주일에 하나씩 각자의 생각을 펜으로 옮겨 쓰고 있습니다. 독자분들께서 더 나은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남녀의 다른 생각을 비교해 읽으시면서 남편과 아내분들께 공감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