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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구거투스 Oct 16. 2017

자소서 잘 쓰는 법 #02

학교생활기록부의 '빈 공간'을 채워 주세요.

(대입 자소서에 관한 글입니다.)



평가자 입장*에서 자소서가 갖는 의미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서 자기소개서는 별개의 평가자료가 아닙니다. 전형 이름이 무엇인가요? '학생부'종합전형입니다. 당연히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가 중심입니다.

그럼, 자소서는 무엇이냐고요? 학생부 '기록의 빈 공간'을 채우는 역할에 불과합니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보충해 주는 서류일 뿐입니다. 한 예로 한양대학교의 경우에는 자소서도, 교사추천서도 받지 않고 오직 학생부만으로 평가하지요. 학생부가 평가의 핵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자소서 때문에 불합격할 학생이 합격할 일은 없을 겁니다.

대신, 합격할 학생이 불합격할 가능성은 있겠지요. 지원자의 우수성을 서류에서 확인할 수 없을 테니까요.

자소서의 중요성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자소서를 쓰면서 학생부를 보지 않는 학생들


원칙적으로 학생부는 교사의 입장에서,

결과 중심으로 서술합니다.


그래서 자소서에는 학생의 입장에서 과정 중심의 스토리가 들어가야 합니다.

과정 중심의 스토리란 '동기', '노력의 과정', '실패 사례와 극복 과정', '활동 후 변화' 등입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자소서를 쓰기 위한 글감을 마련하는 데에 학생부를 보지 않습니다. 학생부에 무엇이 어떤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는지를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만 합니다. 그러니 학생부에 있는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고, 학생부에서 서류 평가자가 궁금해 할 만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 주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습니다. 오히려 글감이 거기 많음에도 적절한 쓸 거리를 찾지 못해 소설을 쓰는 것이지요.


반드시 학생부를 찬찬히 보세요. 그러면서, 내 학생부를 읽을 평가자가 무엇을 궁금하게 여길지를 찾고, 그것을 자소서에서 설명해 주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평가자 입장에서 내 학생부를 볼 줄 아는 안목도 필요합니다.



몇 가지 사례


- 학생부 수상 실적 -
1학년 국어경시대회 장려상(5위), 2학년 국어경시대회 은상(3위)

▲ 국어 과목을 중요하게 생각할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이라면, 눈여겨 보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정말 열심히 했다면 이러한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노력과 과정에 대해 할 말이 많겠지요? 그런 걸 들려줘야, 읽는 이가 지원자의 진정성을 인정해 주지 않겠어요?


- 과목별 세특 -

(국어 I) OOO에 대한 지적호기심이 많아 수업시간에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인터넷과 도서를 찾아보는 노력을 하였으며 ~
(수학 II) ~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을 책, 인터넷 등을 활용하여 스스로 찾아 학습하고 ~
(실용영어 I) ~ 배경지식을 습득하기 위하여 관련 있는 내용을 인터넷을 통하여 정리하기도 하는 등 ~
(사회) ~ 수업 시간 중 배운 내용을 인터넷이나 신문 등 각종 매체를 통하여 탐구함으로써 ~
(한국사) ~ OOO을 주제로 다양한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PPT로 제작함.
(과학) ~ OOO 단원에 많은 흥미를 보이며 관련 책을 읽고 배운 내용을 심화시켜 ~

▲ 교과 세특은 학생부 내에서도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요, 선생님이 써 주신 내용들을 읽어보면 몇몇 공통적인 특징을 도출할 수 있을 겁니다. 위 기록의 경우에는 수업 중의 내용에 관심과 흥미가 많아 자료를 찾아보고 자료를 수집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남을 알 수 있는데요, 이러한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에게도 종종 기록되는 내용인데다 기록된 것만으로는 구체적인 내용과 과정을 알 수 없어서 사실 여부와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내용이 이 학생의 진짜 장점이라면, 어떤 과정으로 무슨 자료를 선정하여 탐구하였고,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으며, 탐구 결과 해당 과목의 공부에 어떤 점에서 도움을 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내용이라면 자소서 문항 중에서는 1번 항목이 적합하겠지요.


-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
외부 학생들과의 교류 행사 시 학교 대표로 참가하여 사회를 보는 등의 리더십을 발휘함.

▲ 이런 내용의 기록이 있는 학생은 정말로 리더십이 뛰어나고 학교행사 참여율이 높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것뿐입니다. 왜냐하면  (1) 대표가 된 동기나 과정, (2) 사회를 보면서 새롭게 배운 점, (3)이 활동이 이후의 학교생활에 미친 영향(성장)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활동이 정말로 의미 있었다면, 이러한 내용들을 보충해 주었을 때 평가자들에게 심리적으로 더 가깝게 읽힐 수 있을 것입니다.



글로서의 완성도보다 '내용'이 중요!


이렇게 학생부를 보면서 '기록의 빈 공간'을 찾는다면, 글의 문체나 문장력 따위가 중요할까요? 당연히 안 중요합니다. 맞춤법에 잘못이 없고, 문장을 다듬고, 완벽한 문체를 구사하는 건 좋긴 하지만 결코 내용보다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소 자소서의 글이 매끄럽지 못하고 엉망인 듯해도 의미만 제대로 전하면 됩니다. 표현방식에 치중하는 일은 시간이 남았을 때 하거나, 아예 하지 않아도 되는 일입니다. 즉, 주객전도(主客顚倒)에 유의하세요.



질문과 답변


Q. 학교생활기록부에 없는 내용은 자소서에 쓰면 안 좋은가요?

A. 되도록 학생부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는 내용을 쓰세요. 학생부에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면 자소서에 있는 활동을 의미있게 평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학교생활기록부에 활동 여부만이라도 기록된 내용을 자소서에 쓸 것을 권장합니다.*

*일부 내용 수정(2020. 9. 6.)


Q. 학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발급해 주지 않을 경우, 자신의 것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나이스 대국민 서비스에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blog.naver.com/studizm/220673352601



*글에서 언급한 '평가자 입장' 등으로 표현한 내용들은 제 추론의 결과입니다. 다만 막연한 것은 아니고 입시 지도, 각종 연수, 설명회, 강의, 전문가(?) 칼럼, 대학에서 공개한 사례 분석 등을 통해서 체득한 경험적인 지식입니다. 또한 학종이 떠안고 있는 폐단을 극복하고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대학 관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들은 내용은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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