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문항 2번을 무슨 내용으로 써야 하지?
지금은 사라진 대입 자기소개서에 대한 글입니다.
단,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등 교육부 산하가 아닌 대학들은 아직 자기소개서를 받는 경우가 있어 그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2.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한 교내 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1,500자 이내)
1번 문항도 그렇지만, 여기서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서술할 것을 요구하는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배우고 느낀 점'이란 무엇일까요? 당연하게도 아래와 같이 나뉘지요.
배운 점.
느낀 점.
'배우다'의 사전적인 정의 중 유의미한 것은 '새로운 지식이나 교양을 얻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다', '경험하여 알게 되다' 등입니다.
'느끼다'의 사전적인 정의 중 유의미한 것은 '어떤 사실, 책임, 필요성 따위를 체험하여 깨닫다'입니다. '마음속으로 어떤 감정 따위를 체험하고 맛보다'라는 뜻도 있지만, 대입을 목적으로 쓰는 자소서이니 일반적으로 '감정'보다는 '사실, 책임, 필요성'에 대한 내용이 더 좋겠지요?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활동'을 쓰라고 했으므로, 2번 문항에서는 아래와 같은 '활동'과 '배우고 느낀 점'을 쓸 수 있겠군요.
새로운 지식이나 교양을 얻은 활동을 쓰되, 그 새로운 지식이나 교양이 무엇인지 쓴다.
새로운 기술을 익힌 활동을 쓰되, 그 새로운 기술이 무엇인지 쓴다.
새롭게 무언가를 알게 된 활동을 쓰되, 그 새로운 무언가가 무엇인지 쓴다. (이상, '배운 점')
어떤 사실을 깨닫게 해 준 활동을 쓰되, 그 새로운 사실이 무엇인지 쓴다.
어떤 책임을 깨닫게 해 준 활동을 쓰되, 그 깨달은 책임이 무엇인지 쓴다.
어떤 필요성을 깨닫게 해 준 활동을 쓰되, 그 깨달은 필요성이 무엇인지 쓴다. (이상, '느낀 점')
'배운 점'에 '새롭다'는 말이 많이 나오지요?
명심하세요. 뻔한 깨달음은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나'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 등을 쓴다고 해서 읽은 책의 내용만을 언급하거나 사실만을 나열하면 안 됩니다. '나'를 보일 수 있는 지식이나 깨달음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의미를 두고 노력'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강력한 동기가 있어서 노력하는 경우입니다.
둘째, 그저 재미있어서, 즐겁고 행복해서, 보람을 느껴서 노력한 경우입니다.
셋째, 어떤 일을 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어서 어느 정도 노력이 수반되어야 성공할 수 있었던 경우입니다.
첫째에 해당된다면, 그 동기를 밝혀 주세요.
둘째에 해당된다면, 재미있어하고 즐겼다는 것을 그럴만한 사례를 통해 입증하세요.
셋째에 해당된다면, 그 어려움이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드러내세요.
'활동'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에는 '몸을 움직여 행동함', '어떤 일의 성과를 거두기 위하여 힘씀'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지점이 1번 문항과 크게 다른 점입니다. 즉, 2번 문항의 글감은 '몸을 움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힘쓴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범위는 '교내'입니다.
'교내 활동'이라고 했으니까요. 그런데요, 단순히 장소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이든, 수업이든, 학교 프로그램이든, 학교의 무언가와 일정 수준 이상의 관계를 맺어야만 '교내 활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학생부에는 '독서활동'이 있습니다. 혼자 읽고 제목을 올린 것이라면, 교내 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친구, 선후배, 교사 등 학교의 사람과 관련이 있거나 교내대회, 자율활동,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그리고 수업 등과 관계된 독서라면 교내 활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자소서 2번을 쓰는 데에 다음과 같은 생각의 단계를 제안해 보겠습니다.
이미 썼다면, 자신이 쓴 글이 아래의 조건을 충족하는 사례들인지, 배우고 느낀 점으로 적절한지 점검해 보세요.
1. 학생부의 수상실적, 자율활동,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교과세특, 행동발달및종합의견 등을 찬찬히 읽으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몸을 움직인 사례' 또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 사례'를 찾으세요. 지난 글에서 조언한 것과 마찬가지로 모아 놓은 사례들 중 유사점이 있는 것들은 하나의 '큰 사례'로 묶어도 좋습니다.
2-1. 추려낸 사례들의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특별하고 적절하며 '나'의 특징을 드러내는 데 적합한 것인지 판단하고 이에 해당되는 것들을 어떤 점에서 그러한지 메모합니다.
2-2. 추려낸 사례들을 재미있어했는지 생각해 봅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때 즐거웠고 몰입할 수 있었는지 생각하고 메모합니다.
2-3. 활동을 하는 동안 어려움에 봉착한 적은 없었는지, 활동을 하기 위한 여건 자체가 열악하진 않았는지 생각합니다. 이에 해당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혹은 극복하려 했는지 메모합니다.
3. 추려낸 각각의 사례들에서 새로운 지식/교양/기술/사실을 알았거나 책임/필요성을 깨달은 것을 기록해 봅니다. 그러면 술술 잘 써지는 것도 있을 것이지만, 잘 안 써지는 것도 있을 테지요. 남이 보기에 그럴듯한 활동이지만 좀 고민해 봐도 위와 같은 내용들이 잘 안 써지거나 평범하여 특별할 것이 없다면 미련 없이 버리세요. 반대로, 평범한 활동이라도 배우고 느낀 점이 특별하거나 독창적이라면 한번 써보세요. 틀림없이 남다른 무언가를 했을 겁니다. 다시 강조할게요. 뻔한 깨달음은 좋지 않습니다.
이렇게 분석해 본 글감을 3가지 이내로 연결하여 서술하면 자연스럽게 2번 문항 완성이네욧!!
(말은 참 쉽죠? ㅎ)
이러한 관점으로 다음의 사례를 분석해 볼게요.
이를 통해 중요한 원리를 하나 더 언급하려 합니다.
자소서의 출처는 서울대학교 아로리입니다.
2학년 때에 공학자로의 진로를 희망하는 친구들과 자율동아리 ‘Plug-In’을 결성하고, 화학분과 팀장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주도했습니다. 그중, 가습기 세정제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 발표했던 것[➔ 몸을 움직이고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 '활동'입니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TV 뉴스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왜 일어나게 되었고 우리가 앞으로 공학자가 된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 동아리부원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동기입니다. 절박함이 좀 떨어지긴 하네요.] 인터넷 신문기사와 각종 블로그를 통해[➔ 활동의 과정입니다. 많이 취약하긴 합니다.] PHMG, PGH 등의 독성을 가진 물질을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배운 점] 이는 제조업체의 연구원이 호흡기로 흡입된다는 점을 간과한 채 이미 많은 항균제품에 두루 사용된다는 것과 피부에서의 독성은 적다는 것만을 보고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배운 점] 이 발표를 통해 생명과 건강 등의 국민의 기본권을 고려할 줄 아는 윤리의식과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갖춘 공학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에는 그 제품이 인간의 생명과도 깊이 관련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영향을 빠뜨리지 않고 철저히 연구를 진행하는 자세를 갖춰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임과 필요성; 느낀 점]
엄연히 서울대학교 합격생의 자소서입니다만, 분석한 내용에도 밝혔듯이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동기가 주는 간절함이 약하고, 활동 과정이 제시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그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은 여기 제시된 사례에서만일 겁니다. 예를 들어 인용글에서는 취약해 보이는 동기가 학생부 진로 희망 사유나 행특에 기록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어려움 극복에 대한 덕목은 2번 문항의 다른 사례나 1번 문항, 학생부 곳곳에서 확인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랬겠지요. 그랬으니까 합격했겠죠. (물론, 원문에는 충실했던 내용들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편집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에, 자소서 작성 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하나의 사례마다마다에 모든 요소를 다 담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특정 사례의 동기가 학생부에 잘 설명되어 있다면 자소서에 쓸 필요가 없습니다.
어려움 극복에 대한 능력을 다른 사례를 통해 보여줬다면, 또 다른 사례에서는 그냥 무난하게 성공했던 것을 쓸 수 있습니다.
즉, 자소서의 각 사례들은 자소서에 언급되는 다른 사례들은 물론 학생부의 내용들과도 상호 보완적인 유기적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담긴 완벽한 사례를 쓰려고 고뇌하지 마세요.
(다음 편 예고)
3번 문항을 중심으로 살펴보려 했으나,
서울대 아로리에서 소개하고 있는 자소서 1번과 2번을 먼저 분석해 보겠습니다.
자소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자소서의 흐름과 구성 요소를 참고할 수 있도록 가장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시한다는 목표로 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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