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진로 탐색을 넘어, 학교생활과 연계하세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언제부턴가 K-MOOC가 많은 입시 전문가들과 교육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학종 초기에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기재하는 내용의 제한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강좌를 많이 듣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분명히 있었던 듯합니다. 왜냐하면, 학교 수업 외에도 ‘자발적으로’, 단순히 ‘궁금해서’ 혹은 ‘배우고 싶어서’ 대학교수의 강의를 연속적으로 몇 개씩 들었다면 그것 참 대단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실제로는 그런 역량이 없는데도 학종에 유리하다니까 그냥 듣는 학생들도 늘어나기도 했고, 학생부 기재 내용도 단순화되면서 이제 K-MOOC에서 강의를 듣는 것 자체는 큰 이점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K-MOOC를 들을 필요가 없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단순히 대입에 유리한 활동을 하겠다는 취지만으로 굳이 K-MOOC 강의를 힘들게 수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K-MOOC 강의를 수강했다는 것만으로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학업역량을 보여주는 활동의 일부로서 자소서에 기록하더라도 학교 생활에 바탕을 둔 내용이어야 하는데 학교와 무관하게 따로 한 활동에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주객전도의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TED'나 ‘세바시'처럼 훨씬 대중적이면서 짧은, 양질의 강연이 많은 것도 한 가지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학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정말로 K-MOOC는 아무 쓸모가 없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아래 학생들에게는 대입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K-MOOC의 강의를 들을 지적 수준과 역량을 갖춘 학생
학업 역량의 중심을 학교 수업에 두고, K-MOOC를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생
이 글은 위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쓰는 글입니다.
K-MOOC에 있는 'DNA로 살펴본 생물의 진화’(2019년) 강좌는 수강 대상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습니다.
본 강좌 영역을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는 고교생
본 강좌 영역에 대한 기초적 이해가 필요한 재직 일반인
본 강좌 영역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타전공 대학생
셋 중에서 특히 첫 번째 대상 확인하셨지요? 이를 통해 K-MOOC를 어떻게 활용할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K-MOOC를 활용해서 전공에 대한 기초 소양을 쌓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강좌에 관심과 흥미가 많되, 학교 수업에도 열심히 참여했음을 어필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학교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K-MOOC를 통해 전공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여 나갔다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1) 생명과학 시간에 ‘진화’에 대해서 배웠다.
(2) 그런데 ‘진화’와 ‘DNA’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런 걸 궁금해하지 않아요. 배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안 배운 건 내신에 안 나오므로 안 궁금해합니다. 그런데 만약 궁금해했다면? 매우 대단한 거죠!!) (그런데 기적적으로, 궁금해했더라도 많은 학생들이 또 인터넷을 뒤지는 데 그칩니다. 그렇게 한 두 개 글을 읽고 이제 알았다고 생각하고, ‘역시 나는 자기주도성과 탐구성이 강해요~’라고 자소서에 씁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안 통합니다..)
(3) 그래서 이 궁금증을 해결해 보려고 책을 찾아본다. (아주아주 훌륭한 학생입니다. 책의 난이도나 희소성에 따라 평가자에게 특별히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4) 그런데 책을 보았지만, 더 나아가 관련 전공의 교수님이나 희망대학의 강의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K-MOOC 강의를 들으며, 생명과학 시간에 배웠던 ‘진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면 매우 매우 매우 훌륭한 학생일 뿐만 아니라, 완전히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록이 됩니다. 이런 학생 자체가 의외로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2020학년도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K-MOOC 수강 사실을 기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교과세특에 기재된다면 수업에서 다룬 내용을 확장/심화한 결과만 기록해야 합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1) 윤리와 사상 시간에 ‘한나 아렌트’에 대해 배웠다.
(2) 그런데 수업 중 모둠활동에서 홀로코스트에도 유대인의 책임이 있다거나, 악의 평범성을 잘못 해석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3) 그래서 이 궁금증을 해결해 보려고 책을 찾아보았으나, 쉽지 않았다. 학교도서관에서도 단편적인 내용으로 정리된 자료만 찾을 수 있었다.
(4) 혹시나 하는 마음에 K-MOOC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니, 강의를 청강할 수 있어 수강하였다.
(5)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공유하였다.
위 사례들의 중요한 특징은 K-MOOC 활용의 동기가 수업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K-MOOC를 통해 학습한 것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과의 관련성이나 주제 측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활동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교사에게 제출했다면, 그 내용을 중심으로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교과세특)에 기재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K-MOOC 강좌를 들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단,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저 흐름대로만 하면 된다는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시된 흐름은 이 글을 읽는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든지 따라 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새롭게 알았는가?’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교과 내용과 관련이 있고, 전공을 이해하는 데에도 기여했으며, 어느 정도의 난이도를 갖춘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
K-MOOC에서 수강할 강좌를 선택할 때 무작정 흥미 있는 것을 하기보다는 (1) 희망 전공과 관련이 있고, (2) 해당 학기에 개설된 교과목과 연계할 수 있는 강의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면, '반드시 수업과 연계해야 하나요?'라고 궁금해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학교마다 특성이 다르고, 수업의 양상과 선생님의 성향들이 다양하기에 아무리 위와 같이 활동을 하고 교과세특에 기입하고 싶어도 그것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 학생들이라면 차선책으로, 다음과 같이 K-MOOC를 활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동아리활동으로서, K-MOOC를 수강하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K-MOOC는 주당 수업 시수를 강의정보 화면에서 제공합니다. 보통 1~2시간인데요, 같은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일주일에 1~2시간 모여서 함께 강의를 시청하고 토론 등의 활동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동아리활동이 되겠습니다.*
*단, 학생부에 기재할 때는 K-MOOC에 대해 언급하면 안 됩니다.
지원할 대학과 학과가 정해졌다면, 그 대학 그 학과의 교수님이 개설한 강좌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강좌 수강을 통해 해당 학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소서를 쓸 때나 면접에서 의외의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K-MOOC를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잘 활용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바랍니다.
진행 중인 강좌보다는 청강이 가능한 강좌 수강을 권합니다. 내가 필요한 정보만을 찾아볼 수도 있고, 과제나 시험으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에 학교 수업으로 인해 시간이 부족한 고등학생들이 듣기에 좀 더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수증은 안 나오지만, 이걸 받아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어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강좌의 내용이나 참여방식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명심하세요.
잘 알려진 TED와 세바시 외에, 몇 가지 유용한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소개합니다.
모두를 위한 열린강좌 KOCW http://www.kocw.net
- 국내.외 대학 및 기관에서 자발적으로 공개한 강의 동영상, 강의자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K-MOOC와 비슷하지만, 저는 사이트 이용하기가 이게 좀 더 편하더라구요..)
- 네이버와 커넥트재단이 제공하는 온라인 강좌 플랫폼. 홈 화면에서 보여지는 것들 중 '세계적인 명강의', '영어가 된다, 프리톡', '스타무크'(국내 6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명강의 모음) 등은 고등학생들에게도 특히 활용 가치가 높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 열린연단 : 문화의 안과 밖 https://openlectures.naver.com/
- 한국의 지성을 대표하는 우리 시대의 석학들이 직접 주도하는 인문과학 강연 프로젝트. 강연에 이어 토론까지 영상으로 제공되며, 강의 원고까지 파일로 제공하여 매우 좋아요.
K-MOOC가 좀 유명하긴 하지만, 전 사실 위의 세 사이트를 더 좋아한답니다^^
더구나, 2020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금지한 것은 K-MOOC뿐입니다. 그밖의 다른 강의에 대해서는 기재할 수 있는 것도 에드위드와 열린연단의 강의를 들었을 때의 장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참된 성장의 진실한 기록' 매거진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관련 정보에서 소외된 학생과 교사가 없도록 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교생활에 충실하는 것만이 학생부종합전형을 가장 잘 준비하는 방법입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