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도 Aug 26. 2024

죽음과 기쁨

글을 쓰려는 이유


한동안 죽음을 많이 생각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일은 처음에는 슬펐고, 힘들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내가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시간은 계속 흐른다. 시간에 떠밀려 우리는 죽음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거나, 또는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다. 또 동시에 우리가 사는 공간 안에서도 크고 작은 죽음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개미와 지렁이, 나무와 풀, 동물과 사람까지. 그러니 우리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죽음과 결코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생겼다. 모든 인생의 끝에 죽음이 있다면, 그 죽음을 두려워하고, 회피하고, 겁낼 것이 아니라 죽음을 긍정하고, 즐거워하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우리에게 훨씬 더 도움되는 것이 아닐까?


어렸을 때의 나는 어른들로부터 죽음이란 끔찍하고, 무섭고, 잔인한 것이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죽음은 누군가와 생이별하게 만든다. 너무나 보고 싶은 누군가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만드는 존재가 바로 죽음이다. 모든 죽음은 하나같이 잔인하고 처절하다. 이러한 가르침과 생각들과 경험들이 모여서 나에게 '죽음'이라는 두렵고 불쾌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매 순간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어쩌면 죽음을 긍정하는 힘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삶이란 결국 죽음과 같으므로, 삶을 긍정하려면 죽음도 긍정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은연중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과 관계된 모든 것들 앞에서 우리가 웃고, 또 즐거워할 수 있다면? 그러면 어떤 것들이 변할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작고 사소한 죽음들에서부터 자연 속에서 매일 벌어지는 순환적인 죽음들까지. 마른하늘의 날벼락과도 같은 어마어마한 충격의 죽음들과 나를 죽음 가까이 데려가는 병, 그리고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들까지도. 이러한 것들 앞에서 우리가 정말로 웃을 수 있다면 말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남은 시간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보내면 그것이야말로 행복한 인생 아닐까? 재미있는 암 환자나 즐거운 죽음 같은 건 정말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들을 던져보면서 여러 글들을 써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글을 쓰려는 이유는 내 자신이 먼저 죽음을 긍정하기 위해서이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는 단지 글을 쓰고 싶어서다. 글을 쓰는 데에 이유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살짝 포장하자면 죽음에 대한 글을 쓰면 나 자신이 좀 더 행복해질 것 같아서다.


앞으로 여러 글들을 통해 죽음을 긍정하고, 죽음과 웃음과 기쁨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려고 한다.


부족한 글이지만 그럼에도 어느 누군가에게 나의 글들이 작은 기쁨이 되기를 바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