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 복잡한 사람들 - (1)

by Sayoo


오늘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매우 좋았다. 오늘따라 하늘이 너무나 맑고 투명했기 때문이다. 길은 좀 막혔지만, 이런 하늘 아래에서라면 도로 위의 시간도 그다지 낭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분 그대로 집에 들렀다가 산책을 해야겠다. 그렇게 마음 먹고 집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한 방울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날씨 앱을 켜보니 곧 비가 올 확률이 60%였다. 하늘은 금세 우중충해졌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윽고 굵은 빗줄기가 마구 쏟아졌다.


날씨란 참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맑은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잔잔한 바닷가에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한다. 변화무쌍하고, 무질서하다.


그런데 날씨만 그런 것도 아니다. 사람 관계는 또 얼마나 복잡하고, 예측하기가 어려운지. 가족처럼 믿었던 사람이 나를 험담하기도 하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람이 엄청난 성공을 하기도 한다.


사람 하나 잘못 사귀어서 큰 피해를 입기도 하고, 반대로 사람 하나 잘 만나서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모를 바이러스에 걸려 몇 주 내내 고생하는 일도 있다. 사고는 또 어떠한가. 소중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하늘로 떠나가버리는 그런 일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다.


아무래도 내가 사는 이 세상은 정말로 예측 불가능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은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세상 속에서 늘 질서를 만들어내려고 애를 써 온 것 같다. 시간과 달력, 언어와 국가, 법과 종교 등으로 불안정한 세상을 어떻게든 체계화시켜서 이해해보려고 한 것이다. 별자리나 MBTI, 혈액형 등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한 문장으로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복잡성을 안정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들이니까.


나는 특히 MBTI를 매우 재미있게 생각한다. MBTI는 칼 융의 성격 이론에서 출발한 모델이지만, 현대 심리학 연구에서는 정식 성격 이론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급격하게 유행을 탔다. MBTI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4글자로 표현하는 단순성 덕분이 아닐지 생각된다.


문화인류학자인 어니스트 베커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인간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느끼는 근원적인 불안을 줄이기 위해 ‘의미 체계’를 만든다.


MBTI 역시 그런 ‘의미 체계‘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사람을 16가지로 유형화함으로써 세계를 조금 더 설명 가능한 곳으로 만들려는 체계인 것이다.


MBTI 안에서 내향인과 외향인으로 나누는 시도는 더욱 흥미롭다. 개인에게는 수많은 모습이 섞여 있는데, 몇 가지 검사만으로 두 타입 중 하나로 정의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에너지가 안으로 향하느냐 밖으로 향하느냐는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구분이다. 그러나 외향인이었던 사람이 장소가 바뀌면 내향인이 될 수도 있고, 내향이었던 사람은 시간이 지나서 외향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람을 나누면 훨씬 간단해진다.


초민감자나 HSP라는 단어도 개인의 복잡성을 단순화시키려는 노력에서 나온 게 아닐까 한다. 어떤 사람들은 분명 지나치게 예민하다. 이런 예민한 사람들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한 누군가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HSP야.”


라는 설명이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때로는 감정을 내 것처럼 흡수해서 힘들 때도 있고. 여러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면 지나치게 과한 자극을 받아서 그 자리를 피하고 싶기도 해.“


보다 훨씬 간단하고 편리하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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