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테의 수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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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수백 년 동안
사랑이라는 사랑은 모조리 맡아 해왔다.
그리고 사랑의 대화에 있어서도
언제나 1인 2역을 해왔다.
남자들은 다만 여자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할 뿐이었는데
그것도 서투르기 짝이 없었다.“
- <말테의 수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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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사랑을 모조리 맡아서 해온 사람들이 있다. 한없이 사랑을 내어주고, 매일같이 사랑에 대해 말하고, 그런 사랑을 가득 안겨주는 사람들. 이들은 상대방의 사랑까지 대신하여 몇 배로 더 커진 자신의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릴케는 자신의 소설에서 사랑을 맡아서 해온 사람들을 여자로, 이들을 그냥 따라할 뿐인 사람들을 남자로 묘사했다. 이는 남자의 표현이 때때로 많이 서투르기 때문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내가 알 수 있는 것 하나는, 사랑을 맡아서 해 온 누군가 덕분에 우리 세상에 사랑이 유지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랑을 맡아 온 사람들이 누구였을까 떠올려보면, 부모들이다. 부모들은 너무나 능숙한 태도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서로 사랑의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을 주변에 꺼내놓는다.
이러한 사랑은 최고가 아니여도 괜찮다. 때로는 서투르고, 어색할 때도 있겠지. 그러나 그 사랑이 아주 서투르기 짝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최선의 사랑이라면, 그렇다면 괜찮다고 나는 생각한다.
끊임없이 최선의 사랑을 주는 사람들. 그들 덕분에 우리 사이에 수백 년 동안 사랑이 이어지고 내려져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