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우울>, 샤를 보들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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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해 불만족하고
자신에 대해 더욱더 불만족하며
지금 이 밤,
고독과 적막 속에서
나는 스스로 기력을 되찾고
자신을 조금 사랑하고 싶다.
- <파리의 우울> 속 <새벽 1시>, 샤를 보들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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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조금 사랑하고 싶다. 아주 많은 사랑이 아니어도 괜찮다. 적당히, 조금 사랑하면 된다. 그것이 잘 되지 않을 뿐.
내가 나를 조금 사랑하려면 나는 내가 더 잘나야만 할 것만 같다. 사랑하기에 충분한 존재가 되어야만 할 것 같다. 이 시의 뒷구절에 나오듯이 '내가 못난 자들, 멸시해 마지 않는 자들보다도 더 못난 인간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내가 잘나지 않았더라도, 내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내가 나 자신을 지탱할 수 없을 만큼 나약하더라도, 내가 아니고서야 누가 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해 줄 수 있을 것인가. 나 자신이야말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가장 헌신적인 사람이다.
그러니 우리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말고, 오로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이 시에 힌트가 하나 있는데, 바로 고독과 적막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아무도 없는 고독한 시간에 나는 나를 진정으로 만날 수 있고, 나를 조금은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나를 사랑하게 된 자는 시도 한 줄 더 쓸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