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들>, 레이먼드 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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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겠다고
내게 협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그 머리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프랜도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그 머리칼에 얼마나 빠져 있는지.
나는 그 머리칼 때문에 프랜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만약 그 머리칼을 자른다면,
그녀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 <깃털들>, 레이먼드 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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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어떠한 이유가 필요할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데에는 사실 이유가 없다. 단지 나는 그냥 사랑하는 것이다.
당신이 내쉬는 숨결부터 하얗게 센 머리카락, 반듯한 손바닥, 둥그런 어깨, 낮은 목소리까지. 내 눈 앞의 모든 것들을 나는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많은 부분 중 어떤 한 부분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를 똑같이 사랑할 것이다.
그러므로, 머리칼을 자른다면 그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저 말 속에는 진짜 사랑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프랜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뒤틀린 사랑이다. 상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가 바라는 이미지를 사랑하는 가짜 사랑이다. 자신이 떠올리는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는 쉽게 상대를 버릴 수도 있다.
이미지나 조건 때문에 버릴 수 있는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님을, 나는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