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가끔은 정말로 버거울 때도 있다. 나와 마주한 상대방이 어떠한 삶을 살다가, 어떠한 지점에서 나와 만나게 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그렇다. 아직 나는 그의 삶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상대방도 그러리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므로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를 대한다. 나의 단어나 태도가 그의 삶을 흔들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조심하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에는 가볍게, 대충, 부담 없이 사람들을 만나며 살고 싶다.
일 년 전 즈음에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나는 온몸으로 알았다. 그가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로서는 그저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었고, 다음에는 만날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결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 나는 꾸준히 그와 만나야 했고, 그럴 때마다 그의 눈빛과 태도, 행동과 걸음걸이, 그 외의 모든 것에서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지 않을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나는 그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이렇게 생각할 뿐이다.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인데 그걸 몰라주다니 안타까울 뿐이야.'
이처럼 생각하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것을 느낄 때, 나는 그 원인을 나 자신으로부터 찾으려고 애를 쓰고는 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도 나를 싫어할 수 있다는 걸 어렸을 때의 나는 잘 몰랐다.
만약 내가 예민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상대방에 대해 덜 신경 썼을까.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정말로 무덤덤한 이들은 상대방의 기분이나 감정, 의견 등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도 무던한 사람이었다면, 원하지 않게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을 덜 겪게 되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다가도 나는 다시금 나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지금은 이런 나를 내가 먼저 안아주려고 한다. 나는 예민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안아주려고 하는 사람이다. 세상 사람들은 가끔은 웃으며, 이따금 울거나 무너지기도 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 하며 각자의 자리를 지킨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인생과 그들의 하루를 모두 인정하고 싶다. 내 시간을 다 하여 한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도 싶다.
그러나 나를 싫어하는 누군가를 대하는 일은 여전히 힘들다. 예전의 나였더라면 그에게 더 맞추어 나를 바꾸더라도, 그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랐을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다행히 나를 바꾸지 않는다. 나는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다만 경계를 칠 뿐이다. 선을 넘었을 때는 확실하게 말한다. 방금 그 말은 좀 아니네요, 저는 그런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고.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도덕이나 예의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걸 표현하는 것이다.
나 같은 초민감자인 사람들이 실제로 꽤 도덕적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내 생각에 예민함과 도덕성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초민감자는 타인의 고통이나 반응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함께 지내는 타인이 나로 인해서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쾌감이나 혐오감 따위의 부정적 감정 없이 모두가 즐겁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으로, 도덕적인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당연히 나와 맞지 않는 사람, 내 선을 넘는 사람,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고, 보기 싫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그를 싫어한다는 느낌을 주면, 그의 기분이 얼마나 나쁘고 불쾌할지를 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의 반작용으로, 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사람을 만났을 때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나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옛 친구 하나는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너는 너무 기준이 높아. 세상 사람들은 완벽하지 않다고."
완전히 맞는 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 역시 결코 완벽한 사람이 아니므로, 다른 사람에게 완벽함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아도, 내 마음이 저절로 바뀌는 되는 건 또 아니었다. 옛 친구들 중에서는 우정이라는 단어를 앞세우며 여러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결국 나는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한 책에서는 이러한 구절을 발견했다.
매사에 불평하거나 비난만 하는 사람을 멀리할 것.
하지만 타인의 결점에 익숙해지는 것도 재주다.
이것은 진리다. 나 또한 결점이 많은 사람이므로, 타인이 완벽해지기를 바라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다.
나를 싫어하던 그 누군가는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나를 찾거나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내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신은 얼마 전까지 나를 싫어하지 않았나요, 라고 묻고 싶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마음은 불완전한 것, 나의 마음 또한 불완전한 것임을 되새겨 본다. 또한 나의 판단 역시 완벽하지 않았을 수 있다. 나는 온몸으로 그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으나, 이런 나의 감각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세상의 불완전함에 익숙해질 것. 그래야 땅에 무겁게 발을 내리고 사는 나는 조금이라도 더 가볍게 나의 인생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