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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을 하면 아이들에게 잘할 줄 알았다

엄마의 감정조절 방법 3가지

by 보나

나는 내가 휴직을 하면 아이들에게 잘할 줄 알았다.




불과 6개월 전 워킹맘 일 때만 해도, 아침마다 이모님과 함께 등원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첫째는 아침마다 이모님께 바지가 불편하다고 짜증을 내서, 다시 올라가서 옷을 갈아입고 등원하느라 늦은 적도 많았고 둘째는 그 와중에 옆에서 같이 징징거리면서 이모님을 힘들게 한 적이 많았다.


출근 후 업무를 시작하려는데 전화가 오거나, 나중에 문자메시지로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는 이모님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다.


'아, 내가 있었으면 아이들이 안 그랬을 거 같은데, 엄마가 없어서 이러는 건가. 속상하다.'


그래서 휴직을 하고 나서는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아침마다 기분 좋게 등교시키겠거니 마음먹었다.


그랬는데! 이제 6개월이 지나고 나니 초심을 잃고 있는 걸까?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내 마음을 다 내어줄 수 있을 것처럼 아이들에게 너그럽게 대했다.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초2 아이를 직접 일으켜 안아서 거실로 데려오기도 했으며, 옷을 느릿느릿 입는 아이를 직접 입혀주기도 했다. 아침밥은 정성스럽게 3가지 반찬과 밥을 모두 준비해서 차려주었고, 여유로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밤에 늦게 잠들었고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어졌다.

상대적으로, 내가 회사를 가지 않는다는 부담이 덜해서 인지 아이들이 조금 더 늦게 자더라도 허용해 주는 적도 많았다. 이렇게 작게 쌓이고 쌓인 것들이 문제였을까.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니 내 마음도 급해졌다. 아침밥은 가끔 모닝빵이나 김밥(그냥 김에 밥과 반찬을 싸서 먹이는) 같은 간단한 음식으로 대체되었고, 나는 닦달하는 엄마가 되어 있었다.

닦달만 하면 다행이다.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도 쉽게 내뱉는 엄마가 되어 있었다.


좋은 엄마가 되려고 미움받을 용기까지 내며 휴직을 했는데, 현실은 없는 것보다 나은 엄마가 아닌가.

내 감정을 속으로 삭이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그대로 내뱉는 엄마라니.


이럴 거면 그냥 이모님을 모시는 게 백번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모님은 일이니까 아이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나처럼 여과 없이 내뱉지는 않으실 테니. 아이를 키우면서 옆집 아이처럼 대하라는 말을 들었다. 집착하지 말고 아이들 옆집 아이 보듯 여유롭고 편안히 대하라는 말일 텐데, 나는 그게 참 잘 안된다.


아마 내가 자라온 환경 속에서 배운 것도 많을 거다. 내성향도 있을 거고. 내 불안을 아이에게 투여하는 내 모습도 있을 거다. 아이와 나는 다른 존재다. 동일시하지 말자 하고 생각해도 실천이 참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며, 또다시 반성하고, 내일은 다른 엄마가 되기로 다짐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게 아닐까. 브런치가 있음에 감사하고, 나와 같은 동지 엄마가 내 글을 읽고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도 감사하다.




아이들에게 화가 자주 나는 엄마의 감정조절을 위한 방법을 제시해 본다.


첫 번째, 아침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설사 아이가 지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들을 기분 좋게 등교시키기.


하루의 시작인 아침에 기분이 안 좋으면 하루 종일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아이는 느끼지 못하더라도 괜히 그날 기분이 안 좋을지도 모른다. 아들을 서울대에 보낸 개그맨 정은표, 김하얀 부부도 아침에는 아이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걸 1순위로 삼았다고 한다. 어른도 아침에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기분이 안 좋으면 하루 종일 심난한데 아이는 더 하지 않을까. 아침에는 좋은 기분으로 등교하기를 철칙으로 삼자.


두 번째, 내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올 때는 잠시 아이들과 거리를 두기.


밥을 주다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거나, 방에 들어갔다 온다거나 하자. 잠깐이라도 아이와 떨어져 있으면 그 생각에 집중되었던 감정이 조금 사그라든다. 그 경험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내 감정을 여과 없이 말하지 않기를 연습해 보자.


세 번째, 늦어도 그날이 가기 전 마음에 걸리는 일은 무조건 사과하기.


어젯밤에는 잘 시간이 다 돼 가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 아이의 연산숙제로 닦달을 하다가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 5분 전에 화를 내고 옆에 누운 아이에게 바로 사과를 했다.


참 다행인 건, 육아를 하면서 감정적인 분리를 하는 연습이 그래도 좀 되었다는 거다. 남편과 방금 싸웠지만 옆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그 감정을 없애고 말할 줄 알고, 아이에게 방금 화를 냈지만 5분 후 바로 사과할 줄도 안다.


누가 보면 다중인격 인가.. 약간 미친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싸웠다고 해서 꿍하고 가만히 있거나, 아이들에게까지 안 좋은 감정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거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고, 앞으로 커 나갈 아이들이 적어도 나보다 나은 어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노력해 보고 싶다. 노력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혹시 아이들에게 감정조절이 어렵다면, 위의 3가지 방법을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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