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는 만드는 것이 아니다

by 태준열
네트워크는 만들어가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회사생활을 할 때 버리지 못한 생각이 있었다.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생각이었다. 언젠가 회사를 나와 독립적으로 일을 해야 할 시기가 올 텐데 지금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지 못하면 어려워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잘 안되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좋은 네트워크를 쌓을 수가 없었다. 모르겠다. 현업에 있을 때 정말 질 높은 네트워크를 쌓고 나오는 분들도 있고 또 그로 인해 처음부터 하는 일이 잘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잘 안되었다. 한때는 네트워크를 잘 만들지 못하는 나에게 실망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했었다. 내가 정보가 부족한 건가?... 실력이 부족한 건가?...아니면 인성이 안좋은건가?...... 아니면 뻔뻔함이 없는 걸 지도 몰라.... 아무튼 비즈니스 감각이 좀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었다.


경우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처음부터 네트워크가 좋아 일이 잘 풀릴 수도 있다. 근데, 생각해 보면 네트워크는 꼭 내가 쌓으려고 노력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특히 현업에 있을 때 말이다. 어떤 단체를 가던,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술자리를 가던.. 이런 것은 진정한 네트워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왜 그럴까?

그곳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사람 좀 많이 알아 놓아야겠다... 미안하지만 순진한 생각이다. 사람들은 나중에 나를 돕기 위해 그 자리에 오는 것이 아니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오는 것이다. 즉, 자신을 위해 나오는 것이다. 좋은 정보가 있으면 나도 도움을 주고 도움도 받고... 서로 좋은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속성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서로의 니즈를 지속적으로 충족시켜 주는 것 말이다. 그것은 비즈니스 관계가 되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사람들과 잘 알아 놓을 순 있다. 친분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무언가 필요할 때는 당신을 찾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당신과 그들은 비즈니스 관계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당신이 분야의 고수일 때, 무언가로 증명이 되었을 때 당신과 비즈니스를 할 것이다. 나도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네트워크 모임을 가는 것은 서로 비슷한 상태의 사람들만 보는 일이 될 것이다. 현재 당신의 리멤버(명함보관사이트)에 많은 명함이 있을 것이다. 모임에서 주고 받은 수 많은 명함들. 명함을 받은 사람들과 지금 연락하는가?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가?


네트워크를 쌓을 거라고 여기저기 다니고 불필요한 술자리를 가는 것보다 그 시간에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예전에 알고 있던 지인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사람들하고 술좀 먹어!~ 나중에 그 사람들이 모두 당신의 자산이 된다니까? 난 요즘 매일 술 먹고 다녀. 이렇게 술자리에서 친해진 사람들만 해도 100명이 넘어!, 지금 밖에 나가서 나 좀 도와달라고 하면 몰려올 사람이 한 트럭은 될 거다. 너도 좀 밖으로 움직여, 술을 먹어야 해"


글세, 그분은 술을 얼마나 샀을까?.... 투자 한 비용만큼, 시간만큼 좋은 네트워크가 형성되었을까? 회사를 나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 만난 사람들이 자산 맞을까?


요즘 이분이 어떻게 지내는지는 잘 모르겠다. 몇 년 전까지 뭔가를 크게 한다고 자랑했는데 요즘은 소식이 뜸하다. 잘 되고 있는지 그 반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사람 말처럼 엄청 잘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술로 쌓은 인맥은 술이 없으면 무너진다. 회사에서 쌓은 인맥은 회사를 나오는 순간 무너진다.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나만을 위해 만났던 사람은 오래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냥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게 인맥이 아니다.


모든 것은 순리에 따라 움직인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네트워크는 이렇다. 적어도 다섯가지의 법칙이 있다.


1. [Law of business_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내가 프로가 아니거나 그 분야에서 정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면 쓰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더더욱 내 일은 친분으로 성사될 수 없다. 날 위해 자신을 희생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 내가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분야에 고수라는 것을 먼저 증명해라. 미친 듯이 성과를 만들어라. 그것이 먼저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내가 무르익으면 사람들은 날 찾아올 것이다. 그때는 내가 중심이 되어 만날 사람을 선별하면 된다.


2. [Law of payment_대가를 지불하라]

쉽게, 거저먹으려고 하지 마라. 지금 당장은 잘 되고 있는 것 같고 내가 뭔가라도 된 것 같지만 정당하게 시간의 축적을 거치지 않았다면 당신은 오히려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당신이 쌓은 성은 모래성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언가 잘 되려면 반드시 그에 맞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축적의 시간이 없었다면 그건 당신의 것이 아니다.

이럴 때가 있다. "일과 성과가 내 몸에 딱 붙는 느낌". "내 실력이 나도 느껴질 때" "뭔가 나에게 많이 쌓여있다는 느낌". 이런 느낌이 있다면 당신은 이제 네트워크가 쌓일 준비가 된 것이다. 당신의 에너지는 이제 폭발할 일만 남았다. 사람들을 속일 순 있지만 나 자신은 속일 수 없다. 당신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당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러니... 대가가 충분치 않았다면 처음으로 돌아가라. 어떻게 대가를 치를 것인지부터 생각하라.


3. [Law of Orbit_궤도의 법칙] 견고한 네트워크는 궤도에 안착했을 때 생긴다. 믿고 도움받고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켓을 자체적으로 쏘아 우주로 올릴 수 있는 나라는 몇 되지 않는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힘들고 어렵다는 것이다. 인공위성이 탑재된 거대한 로켓이 쏘아져 우주로 올라가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하지만 일단 하늘로 올라가기만 하면 2단, 3단 추친체의 도움으로 우주에 진입할 수 있다. 인공위성은 지구궤도에 진입한다. 궤도에 진입하는 순간, 이제부터는 큰 이슈가 없으면 자동으로 지구를 선회하게 된다. 중력의 힘으로 말이다.


네트워크도 마찬가지다. 내 실력을 갈고닦고 또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이고 인정받기에 시간이 걸린다.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힘이 들듯 말이다. 하지만 인내하고 진심으로 노력하다 보면 2단, 3단 추친체가 나를 들어올 릴 것이고 드디어 궤도에 안착할 날이 올 것이다. 이때부터는 진정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궤도에 안착했다는 말이다. 궤도에 안착하면 당신이 찾지 않아도 사람들이 당신을 찾을 것이다.


4. [Law of Attraction_끌어당김의 법칙] 자석은 철 성분만 끌어당긴다

네트워크는 실력을 갖추어야 생긴다. 그리고 하나 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진정성은 그 사람이 가진 철학에서 생긴다. 그냥 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비전을 갖고 있으며 평소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지 등 나의 가치체계가 명확해야 한다. 나와 함께하는 사람이 파트너든 직원이든 결이 맞는 사람은 반드시 끌어당겨지게 마련이다. 반면에 결이 맞지 않은 사람은 어떤 인연의 시간을 거쳐왔던 언젠가 끊어지게 되어 있다. 남에게 신경 쓰지 말고 당신 스스로 어떤 결을 갖고 있는가 부터 정립하라. 당신에게 끌려 올 사람은 끌려 올 것이고 멀어질 사람은 멀어질 것이다.


5. [Law of reasonable_어떤 일이든 정확하고 정당하게 하라]

업계에서 한 두 번 본 분이 있었는데 뜬금없이 전화가 왔었다. 한 기업의 조직개발 프로젝트를 따 왔는데 할 수 있는 분이 없다고 좀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가능하다고 했고 나 또한 시간을 쓰고 기회비용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적정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하는 말은 내 귀를 의심하게 했다. 너무 말이 안 되는 비용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의 말이었다.

" 지인 좋다는 게 뭡니까. 지인찬스 좀 쓰면 안 될까요?.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하하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말을 못 이었다. 당연히 나는 이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그가 나와 엄청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그냥 한 두 번 본 사이였다. 그리고 엄청 친한 사이라도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프로의 세계니까 말이다. 물론 어느 정도 선에서 내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은 도움을 줄 수는 있다. 또 그게 내 철학이기도 하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비용으로 그것도 "지인찬스"라는 말로 나와 함께 일하고자 한다면..그건 나를 이용하는 것이다... 지인찬스란 누구에게 찬스가 된다는 말인가. 이건 뭐라고 할까. 화가 난다기 보다 순간 그가 측은해 보였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할 것 아닌가.... 나는 그의 어떤 네트워크였을까? 이러려고 내 명함을 달라고 했을까...물론 상황에 따라 좀 적은 비용을 받고 일을 할 수도 있다.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다. 나의 가치를 모른다면 명확히 알려달라해야 하고 증명해 달라고 해야 한다. 증명이 되면 그에 맞는 가치를 주면 될 것이고 아니면 다음을 기약하면 될 일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그게 비즈니스다


명확하지 않고 정당하지도 않은 접근, 너는 작게 나는 크게 이익을 가져가겠다는 기울어진 생각....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나 또한 바보가 아니다. 무엇이든 명확하고 정당하게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받을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가치를 주어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된다. 그게 시장경제의 원칙 아닌가.



나는 네트워크를 쌓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며 얼굴을 알리지는 않았다. 또 그런 성격도 아닌 것 같다. 술자리? 솔직히 좋아하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친구를 사귀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잘 가고 있다. 비록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하나하나 잘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은 나만의 경험일 수도 있다. 그리고 보편적 해답이라고도 할 수도 없다. 다른 방법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방법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난 이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어떤 섭리와 법칙은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사람관계던 일이던 말이다. 나 스스로 충만하지 않은채 외부의 무엇인가를 탐 한다면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내가 그만한 실력을 갖추는 것.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 로켓이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힘이 필요하듯 나 또한 그 힘을 만들어 내는 것. 어떤 일이든 명확하고 정당하게 일 하는 것. 이러한 조건들이 선행된다면 그토록 원하던 좋은 네트워크가 생길 것이다. 왜냐하면 진짜로 도울 수 있고 진짜로 도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는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진: UnsplashDaniel Chekalov

사진: UnsplashKelsey Chance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태준열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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