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를 파악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치 않다.
회사를 24년 다니는 동안 몇 번의 이직을 했는데, 난 지원 회사의 조직문화를 면접과정에서 파악했다. 물론 확신한다는 말은 아니다.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판단이 맞을 확률은 60% 정도? 아무튼 난 사무실 면접 장소로 가는 길, 그 짧은 순간에 최대한 많은 것을 보려고 한다. 직원들의 표정, 팀장과 팀원들의 책상배치, 사무실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상사에게 보고하고 있는 모습, 여성직원들의 표정 등등.. 때로는 많은 양의 정보가 아니라도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직감이 잘 맞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면접관의 질문 수준은 결정적 역할을 한다.
난 순간의 직감을 믿는 편이기 때문이다.
한 중견기업 인사팀장 면접자리였다. 면접관은 부회장과 사장 등 6명 정도가 나왔다. 팀장을 채용하는데 면접관이 6명이나 나오다니. 그래 뭐 사람을 신중하게 채용하려는 의도는 알 것 같다. 하지만 뭐라 할까. 신중하다기보다 위압적이었고 부정적인 느낌이었다. 장점을 찾는 질문보다 어떻게 하면 단점이나 꼬투리를 잡을까 하는 느낌? 아무튼 면접을 보면서 내내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마지막 부회장의 질문이 있었다.
부회장: 혹시 꿈이 있나요?
나: 네 있습니다.
부회장: 꿈이 무엇인가요?
나: 네. 최종적으로는 조직개발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 되어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을 돕고 싶습니다.
부회장: 음....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오래 다닐 생각이 없는 거 아닌가요? 조금 다니다 컨설팅한다고 나갈 수 있는 거잖아요?
어이가 없었다. 난 몇 초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부회장에게 대답대신 질문을 했다.
부회장에게.. 그것도 면접자가 질문을 하다니. 모두가 놀란 표정이었다.
나: 부회장님. 혹시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가 보셨습니까?
부회장: 네 당연히 가봤죠. 가서 좋은 이야기도 해 주고 술도 한잔하고 그러죠.
나: 잘해보자고 말씀하실 때 그들 반응이 어떻던가요?
부회장: 글세요.... 대부분 열심히 하겠다고 하죠.
나: 좀 더 구체적으로 뭐라고 하던가요?
부회장: 아예 뼈를 묻겠다고들 하죠 농담반 진담반이겠지만 ㅎㅎ
나: 네. 그렇군요. 근데 정말 뼈를 묻을 정도로 오래 다니는 사람 보셨나요?
부회장:..........
나: 면접을 보면서 이 회사에 어느 정도만 다녀야겠다고 정하고 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특히나 리더급은 더 그렇죠. 면접에 참석한다는 것은 회사에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고 또 잘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는것입니다. 그건 회사도 마찬가지겠죠. 처음부터 대충 이용하다가 버릴 생각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회사가 있을까요? 회사를 다니는 것은 내 인생의 한 과정입니다. 저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무엇이든 최고의 성취와 성과를 내고 싶은 사람이지만 회사가 제 인생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그건 다들 마찬가지 아닐까요? 부회장님은 어떠신가요? 회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회사와 직원 간의 이별은 그때 그 상황에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건 결과입니다. 그리고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부회장:......
더 이상 부회장이란 사람은 말이 없었다. 대략 면접을 마무리하고 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경영지원 임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최종 합격통보였다. 하지만 제시된 연봉은 현재 연봉보다 1000만원이나 내린 금액이었다. 몇백도 아니고.. 천만 원? 일단 어이가 없었고 나는 당연히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10분 정도 되었을까? 회사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희망연봉에 맞춰주겠다고 했다.
인사밥을 20년 이상 먹은 사람에게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난 그 회사 리더들의 수준을 완전히 파악 했다. 난 입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면접장까지 이어진 긴 복도를 걸으면서 느껴지는 조직 분위기, 면접관들의 질문 수준... 안되는지 알면서 일단 던지고 보는 연봉협상... 특히 부회장의 인재에 대한 인식은 그 회사를 판단하기에 충분했다
조직개발 일을 하면 할수록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직원들은 죄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단언할 수는 없다. 사람은 저마다 다양한 특질을 갖고 있고 직원들의 가치관과 역량 역시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예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속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 자신 있고 실력 있는 리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리더, 무엇이 옳은 것인지 생각하는 리더.
회사의 명운은 어떤 리더를 보유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인사팀과 교육팀의 역할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HR부서에서 어떤 노력을 한다 해도 리더그룹의 수준이 높아지지 않으면 그 조직은 희망은 없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안 되는 회사는 항상 직원들을 비난하고 원망한다. 자신을 돌아보는 리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는 좋은 사람을 알아본다.
좋은 리더는 좋은 조직을 구축한다.
좋은 리더는 좋은 일 문화를 만들어 낸다.
좋은 리더는 실력이 있다.
좋은리더는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좋은 리더는 다 안다고 하지 않는다.
좋은 리더는 소통을 하는 게 아니고 소통을 하고 싶게 만든다.
우리 조직은 좋은 리더를 보유하고 있는가? 아니면 반대일까?
후보자들은 면접관을 통해 회사 전체를 본다.
면접관이 좋은 리더가 아니라면 그가 바로 인재를 내 쫒는 사람이다. 눈앞에서 좋은 인재를 놓치는 것이다. 좀 극단적으로 말 하자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가 바로 회사를 망하게 하는 사람이다. 비약이 아니다. 더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다면 기회손실은 엄청난 것이니까. 더 놀라운 것은 그는 이 사실을 절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면 이미 좋은 리더이니까.
회사수준은 면접장에서
모두 드러난다.
채용이 잘 안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그들은 왜 채용이 안되는지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회사 리더들의 수준과 상태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없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의Maranda Vandergriff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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