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상 가장 불행한 세대와 영화 <국제시장>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857

by 초롱초롱 박철홍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857

ㅡ역사 상 가장 불행한 세대와 영화 <국제시장>ㅡ


며칠 전, TV 프로그램 <꼬꼬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다시 보게 됐다.


좀 오래 전에 방영된 것이지만 6·25 전쟁 당시 흥남부두 철수 작전에 관한, 기적 같은 이야기 편이었다. '푸른 눈 선장과 김치' 란 제목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수 많은 생명 들의 기적이 생생하게 담겼다.


그러자 문득 '흥남부두 철수'로 부터 시작되는 영화 <국제시장> 이 다시 떠올랐다. 이미 두 번이나 봤고, 감상도 글로 남긴 적 있지만, 그날 밤 나는 다시 이 영화를 보았다.


'대한민국'처럼 전쟁과 격변을 많이 겪은 나라도 드물다. 그런 나라에서 태어나 한평생 전쟁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큰 행운일지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한 세대에 겪을 수 있는 모든 불행 을 겪은 사람들도 있다.


조선시대 때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을 한 생애에 겪은 세대 가 있었다.


1570~80년대에 태어나 <선조, 광해군, 인조>시대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전란 속에서 삶을 이어갔고, 집은 불타고 가족 은 흩어졌으며, 시대의 폭력 앞에 무력했다.


그로부터 수백 년 후, 또 다른 가장 불행한 세대가 우리 현대사 속에 있었다.


1920년대 태어난 우리 아버지 세대가 그들이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에서 태어나 청소년기에 '태평양전쟁'과 '해방' 을 겪었고, 청년기에는 '6·25전쟁' 에 참전하기까지 했다. 그 후에도 쿠데타, 독재, 산업화, 민주화, 외환위기까지, 단 한순간도 평온하지 않은 시대를 견디며 살아냈다.


그분들의 삶은 참 고단했다.


아직 생존해 계신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


그분들 못지 않은 삶을 사신 분들도 계시다. 조금 뒤이어 태어난 1930~ 40년대생, 내게는 삼촌들, 큰집 큰형님 같은 분들 이시다.


그분들 또한 어린시절 전쟁을 겪었고, 그로 인해 불행을 피해갈 수 없는 불운한 세대였다.


영화 <국제시장>은 바로 그분들 세대 이야기다.


<국제시장> 영화 속 주인공인 ‘덕규’는 내 큰집 형님들과 많이 겹친다.


내 큰 집 큰형님은 서독 광부로 떠났고, 둘째 형님은 월남전에 자원해 파병되었다.


어릴 적, 큰형님이 서독에서 돌아 오며 아버지께 양담배를 선물했고 애연가이셨던 아버지가 기뻐하던 모습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또 다른 형님이 월남에서 귀국 했을 때, 사촌누나가 미군 초콜릿 혼자 먹다 나를 보고 숨기던 장면 은 웃기면서도 아직 서운하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 이산가족 상봉 장면, TV 화면 너머로 실제 자매가 얼싸안고 우는 장면은, 나의 어린 기억 속에도 생생하다.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 슬픔과 눈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국제시장> 영화를 두고 '박정희 시대를 미화한 영화'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만 보지 않는다. 그런 평가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와 여유 를 모두 '박정희' 한 사람 덕으로만 믿는 쪽과, 그에 완전 반대하는 쪽 시선의 충돌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풍요를 만든 데 있어 '박정희' 역할도 분명 있었을 것이 다. 그러나 박정희 한 사람 만의 덕은 아니였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아버지, 삼촌, 큰형님, 큰누님들 피와 땀, 눈물로 이루어진 결과였다.


<국제시장> 영화는 그런 이야기 였지 어떤 특정이념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아픔과 희생을 조용히 비추고 있을 뿐이다.


그분들이 요즘들어 박정희시대를 기억하며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설 때, 그 시대에 대한 비판은 곧 자신 삶이 부정 당하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그분들을 무조건 조롱하거나 외면할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고단한 삶을 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품어야 하지 않을까?


이념을 넘어서, 그분들 어려웠던 시대에 대힌 감정과 기억으로 다가가는 공감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선이다.


사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도 결코 쉽지 않다. 어떤 시대도 살아내는 것은 만만치 않다.


특히나 요즈음은 물질적 풍요는 있을지 모르나 경제적 불안, 세대 갈등, 젠더 갈등, 정치적 대립 날로 더 심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혼란 속에서도, 어쨌든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오랜 평화 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


특히 나와같은 1950~60년대생 태어난 세대는 70년 넘게 전쟁 없이 살아온 세대이다.


물론 이들도 아픔도 있었고, 현재도 샌드위치 세대라며 여러 문제도 있지만, 그래도 역사상 가장 행복한 세대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자녀세대들은 배고픔조차 모르고 자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그 풍요를 자녀들과 온전히 나누지 못한 채, 여전히 슬픔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간다.


영화 마지막 장면, 주인공 '덕규'가 가족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방으로 들어가, 흥남부두에서 아버지가 주었던 옷을 끌어안고 흐느껴 우는 모습이 너무 가슴을 애리게 만들었다.


덕규는 말한다.


“아부지예~

이만하믄 내 잘 살아지예.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그 말 속에, 한 세대의 고단한 생이 담겨 있다.


우리 모두가 그 목소리를 기억 하고 껴안아야 할 이유다.


– 초롱박철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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