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886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886
ㅡ "영식스티(Young Sixty 60대)에게 고함!"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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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찾아와서 읽게 하라>라는 글을 올리고 꽤 오랜만에 다시 글을 올립니다.
사실 누가 제 글을 찾아와 읽을까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 시도는 계속해 나가려 합니다.
이왕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그쪽에 좀 더 집중해야겠죠.
그래도 가끔은 저를 잊지 말아 달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오늘 글은 60대 분들은 물론이고, 곧 60대가 되실 50대 분들도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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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젊은 세대 20~30대를 둘러싼 ‘영포티’(Young Forty) 논쟁을 보며, 나는 "다시 젊음의 기준을 묻고 싶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오늘 시사저널 기사 <남인숙의 ‘신중년’이 온다>에서, ‘영포티’가 젊은 세대들에게 과시욕에 빠진 40대라는 조롱 의미로 쓰인 반면, ‘영식스티’는 지나온 시대를 견뎌낸 자의식에서 비롯된 긍정적 호명이라고 했다.
나는 이 표현이 지금의 60대를 가장 잘 설명한다고 느낀다.
한국 60대, 특히 1955~63년생, '베이비부머'는 현대사의 가장 험준한 고개들을 실제 삶으로 통과한 세대다. 전쟁의 잔향 속에서 태어나 군사독재, 산업화, 민주화, 세계로 진입을 모두 겪었다.
나 역시 1960년생으로 그 한가운데를 지나왔다.
초등시절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중학교시절 월요일 아침 군대식 조회를 받았다. 고등학교 때는 교련복을 입고 군사훈련을 받고, 교사들 일상적 폭력 속에서도 질문조차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면 고단했지만, 동창회에서는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라는 말이 나온다. 아마 세월이 모든 기억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세대는 부모세대 결핍을 물려받았지만, 그 위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완성했고, 전쟁 없는 시대를 처음 온전히 누린 행운도 가졌다.
그러나 환갑을 넘긴 지금, 마음 한편에는 허망함이 스며든다. 부모를 돌보고 자녀를 뒷받침했지만, 같은 방식의 기대는 어렵고, 형제는 가까우면서도 멀어졌으며, 몸은 삐걱대며 예전 같지 않다. 늘어난 경조사 속에서 하루는 느리지만, 인생 전체 속도는 빨라졌다.
그럼에도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영식스티’가 시작된다.
지금 60대는 과거의 노년과 다르다. 절약과 책임, 끈기를 체득했고, 교육 수준도 높으며, 세대 평균 경제력도 강하다.
은퇴 이후에도 배우고 소비하며 여행하는 ‘액티브 시니어’, ‘꽃중년’으로 사회중심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
물론 우리 세대 내에서도 격차와 조건의 차이는 크지만, ‘영식스티’는 단순히 앞서가는 사람들의 특권적 표상이 아니다.
서로 다른 위치와 다른 조건에 있을지라도 새로운 60대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가려는 태도를 뜻한다.
사회 인식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정부는 2017년 ‘신중년’ 개념을 도입했고, 국제기구는 고령화 시대 연령 기준 재정립을 논의 중이다. 60을 노년 출발점으로 보던 관념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변화는 내면에서 일어난다.
직업과 책임으로만 규정되던 삶에서 벗어나자, 다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SNS로 소통하고, 취향을 찾고, 배움을 이어가면서 뒤로 미뤄둔 것에 대한 질문의 답을 더듬는다.
이는 단순한 노후 준비가 아니다. 삶의 두 번째 장을 스스로 여는 새로운 60대, ‘영식스티’ 탄생이다.
‘영식스티’는 젊다는 뜻이 아니다.
젊음을 다시 시작하는 세대,
한 시대 과업을 끝낸 뒤 허전함을 새로운 문장으로 바꾸는 세대다.
과거를 만들었고, 미래 노년을 발명하는 첫 세대이기도 하다.
'영식스티'는 지난날 부모세대 길을 따라가지 않는다. 다음 세대 자녀세대를 위해 길을 먼저 내고, 뒤따르는 이들은 그 길 위에서 각자 60대를 발견할 것이다.
다시 배우고, 다시 일하고, 다시 사랑하고, 다시 여행하며, 다시 사회와 연결되고, 다시 나를 정의하는 삶. 바로 이것이 ‘영식스티’ 삶이 되어야 한다.
'영식스티'에게 가장 넓은 무대와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 시작되었다.
'영식스티'는 이미 걸음을 옮기고 있다.
우리가 그 첫 발걸음이다.
'영식스티'가 간다!
ㅡ 초롱박철홍 ㅡ